10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성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여학생들이 전문적인 성매매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잦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30명에 이르는 조직을 결성, 전문적으로 성을 팔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조직은 포주 뿐 아니라 연락책과 영업책이 따로 있다. 이 정도면 성인들의 전문 성매매조직을 뺨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지역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적발되는 성매매여성들 중 30%이상이 10대 여학생들이며 그 수는 계속 느는 추세다. 또 적발되지 않고 은밀히 활동하는 이들의 수까지 합하면 실제 성매매 여학생들 수는 현재 드러난 수준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청소년들이 성매매조직을 만들어 용돈벌이를 나서다 경찰에 적발되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후배를 협박,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뒤 그 대가로 받은 돈을 가로채거나 친구들끼리 가출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는 더 이상 ‘깜도 아닌’ 시대가 돼 버렸다. 하지만 깜도 아니라고 해서 그대로 내버려두기엔 실태가 너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원 김모(41)씨는 얼마 전 서울시내 한 유흥주점을 찾았다가 그곳 아가씨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는 “아가씨가 22살의 여대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이야기를 해보니 아무래도 어리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추궁 했더니 마지못해 19살의 고등학생이라고 밝히더라. 그 학생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 학생들 중 상당수가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해 할 말을 잃었다”고 기막혀 했다.
김씨에 따르면 그의 파트너였던 여학생은 누구나 다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성매매만 전문으로 하는 친구들도 많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이다.
인터넷이 성매매 주요 수단
경찰을 통해서도 이런 세태는 금방 확인된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적발되는 성매매사범의 상당수가 10대 여학생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가 덜미를 잡힌 경우”라며 “조건만남을 통해 성매매를 하는 여학생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적발하려 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난감할뿐이다”고 말했다.
2년 전만 해도 조건만남은 일부 여학생들의 탈선행각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여학생들이 용돈벌이를 위해 조건만남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 조건만남을 통해 용돈을 벌어보려는 나이대도 고교생에서 중학생
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자꾸 낮아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채팅사이트 등을 통해 남성들을 유혹한다.
채팅사이트를 살피다보면 ‘조건 하실 분 5분 내에 연락주세요’ ‘신림동이요. 연락 빨리<조건>’ 등의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여고생들이 조건만남에 응할 남성들을 구하는 것이다. 이런 문구만 있는 게 아니다. ‘2대 1 가능하구요, 잠실지역 분이면 바로 콜’ ‘특별한 것 원하는 분들 연락 주세요.<조건임>’ 등의 글도 눈에 띈다. 이는 변태적 성행위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변태성행위의 경우 조건만남의 가격이 두 배 가량 더 비싸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달 전 적발한 여고생들의 경우 친한 친구 네 명이 모여 조건만남을 해왔다. 이들은 접근해오는 남성들에게 단골확보 차원에서 각종 변태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관들을 아연실색케 했다”고 말했다.
또 18세 때부터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조모(20)양이 전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더욱 놀랍다. 조양은 “일반적으로 조건만남 알바는 학교 안에서 문제아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반에서 1~2등 하는 애들도 조건만남 알바를 한다. 혼자 조건만남을 하면 아무래도 불안하므로 친구들과 어울려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독서실이 ‘조건만남’ 아지트
조양에 따르면 조용하고 착실해 보이는 여학생들이 독서실에서 밤늦은 시간 혼자 조용히 사라졌다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조건만남을 하고 오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전한다.
집에서 과외 수업을 받거나 학원에 다닐 경우 조건만남을 하기 힘들지만 독서실에 나와 공부하는 동안은 시간을 따로 뺄 수 있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독서실에 나와 조건만남을 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게 조양의 설명이다.
또 조건만남이 만연해지면서 포주노릇을 하며 돈을 벌어들이는 학생들도 무수히 많다. 조양은 “학교에서 고학년 중 얼굴이 예쁘고 경험이 많은 여학생이 포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조건만남을 위해선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일이 쉽다. 때문에 알바를 원하
는 학생들은 이런 포주를 중심으로 모여들어 만남을 주선해주는 포주에게 대가로 일종의 커미션을 준다”고 말했다.
조양은 이어 “이러다보면 한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드물긴 하지만 후배들 중 예쁜 애들을 끌어들여 조건만남을 갖게 하고 돈을 뜯어내는 조직도 있다. 사람이 많아지면 대리운전처럼 지역별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순진한 여고생’이란 말은 옛말이라는 게 현직 여학교 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기도 일산의 A고교 교사 김모(38)씨는 학생들의 애정행각이 이젠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쉬는 시간이면 교실이나 복도에서 키스와 포옹을 하는 커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밤이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성관계를 갖는 남녀들도 있다. 어떤 남학생은 선생인 나에게 와서 옆 반의 여학생 아무개를 자신이 따먹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는 교정에서 남학생 무릎에 앉아 이야기하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성의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너무 어처구니없는 쪽으로 발전해 이젠 도무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지경인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윤지환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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