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상장된 시가를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이 중국에서 나왔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액슨모빌이 세계 최대 기업으로 군림했으나 중국의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가 세계 최대 기업으로 떠올랐다.
페트로차이나의 시가 총액은 90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50조원이 넘는다. 이에 비해 미국의 액슨모빌은 5012억 달러.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액슨모빌만 생각만 해도 입을 딱 벌리는 판에 페트로차이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페트로차이나가 얼마나 큰지 알려면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더 빨리 감이 잡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930억 달러 정도 된다. 우리는 삼성을 어마어마하게 큰 기업으로 생각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여긴다.
그런데 페트로차이나는 삼성전자의 10배가 넘는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페트로차이나의 950조원은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GDP)보다도 높다.
이처럼 페트로차이나가 미국의 자존심인 액슨모빌이나 GE를 제치고 세계 최대 기업으로 갑자기 나타난 것은 자고 나면 치솟는 주식 때문이다. 주식 가격이 올랐든 매출이 많든 세계 최대 기업이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 엄청난 ‘자존심’일 것이다.
11월 중순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보면 세계 10대 대기업에 중국 4개, 미국 3개, 영국 러시아와 네덜란드가 하나씩 들어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85위에 올라 있다. 국내 최고기업이 국제무대에서 85위에 머문다는 것은 빨리 우리 기업의 외형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일단 순위를 보자. 1위는 중국의 페트로차이나(9050억 달러), 2위 미국의 액슨모빌(5012억 달러), 3위 미국 GE(4060억 달러), 4위 중국의 차이나모바일(3741억 달러), 5위 중국공상은행(3534억 달러), 6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3406억 달러), 7위 러시아의 가즈프롬(2960억 달러), 8위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셀(2685억 달러), 9위 영국의 BP(2524억 달러), 10위 중국의 시노펙(2519억 달러) 등의 순이다.
국내 유일 삼성전자는 85위
세계 톱10 기업에 중국 기업이 4개나 들어있다는 것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파워가 어떤지 잘 보여주고 있다. 페트로차이나, 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 시노펙 등 4개가 10위권에 들었다.
중국은 땅 덩어리만 큰 게 아니라 기업도 크다는 증거다.
중국이 없다면 당연히 액슨모빌과 GE,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최대 기업 1~3위를 차지할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파워는 짧게 끝날 상황이 아니다. 중국의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는 한 오랫동안 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혹시 중국 증시의 거품논쟁이 현실로 나타나 주가가 대폭락한다고 하더라도 페트로차이나가 호락호락하게 1위 자리를 내줄 것 같지는 않다. 1위와 2위 격차가 거의 두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은 페트로차이나가 세계 최대 기업이 되는 순간 중국이 세계 증권 역사를 다시 썼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페트로차이나는 15억 중국인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반대로 미국 등 서방국가를 놀라게 한 것도 사실이다.
피트로차이나가 공모한 주식은 모두 40억 주였다. 금액으론 89억 달러. 페트로차이나의 총 주식은 1830억 주나 된다.
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몰려든 자금은 우리 돈으로 400조 원을 넘는다. 청약에 대비한 당첨비율은 1.98%. 페트로차이나의 이런
기록은 중국의 기업공개 사상 처음이다.
페트로차이나의 시가 총액을 각국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재미있다. 지난해 세계 12위였던 우리나라(8880억 달러)보다 많다.
기업체 하나의 시가총액이 한국의 GDP보다 크다고 하면 이것은 기업이라기보다 큰 나라에 해당한다.
하지만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이익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 페트로차이나의 경우 규모는 세계 최대지만 올 상반기 순이익은 109억 달러. 2위인 액슨모빌의 195억 달러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이익이 약간 적더라도 세계 최대기업이란 소리를 듣는 것은 기업으로 볼 때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페트로차이나가 상장하자마자 세계 최대기업이 된 것은 주식시장 덕분이란 점은 위에서 얘기했다.
주식시장이 세계 최대기업으로 만들어 준 것인데 이는 다른 말로 해석하면 중국의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중국의 주가수익률(PER)은 자그마치 25%를 넘는다. 인도가 24%, 일본 16.4%, 미국 15.0%, 대만 13.6%, 한국 13.2%, 영국이 12.3%로 뒤를 이었다. 페트로차이나가 세계 최대기업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미리 본 2008년 세계경제
장밋빛 아니지만 보랏빛정도 된다
2008년 세계 경제는 어떻게 돌아갈까? 매년 말이 가까워오면 던지는 질문이다. 비록 올해는 힘들었어도 내년엔 잘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연구소와 언론이 앞다퉈가며 전망을 내놓는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008년 세계 전망’을 내놨다. 결론은 그런 대로 세계 경제가 굴러간다는 것.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큰 어려움도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역적으로, 국가에 따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거나 위기에 놓인다는 험악한 단어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전망은 특히 우리나라에 잘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세계 경제가 잘 돌아가야 우리 경제도 힘을 펼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가 힘을 펴야 기업과 국민들도 허리를 쫙 편다.
이 잡지는 내년에 세계 GDP성장률이 올해의 5.1%에서 약간 떨어진 4.6%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엔 4.5%로 점쳤다.
2006년 세계 GDP성장률이 5.3%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년 줄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하락폭이 크지는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무역성장률도 내놨다. 올해 7.1%에서 내년엔 8.0%로 성장률이 크게 높아진다. 2009년엔 8.0%로 유지된다.
참고로 2006년의 세계 무역성장률은 10.2%나 됐다. 올보다 내년에 세계 무역이 큰 폭으로 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고무적 현상이다. 무역 거래가 느는 만큼 우리의 수출도 늘 것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 대해선 특별히 ‘주택경기 악화’를 우려했다. 주택경기 악화로 소비가 줄고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
보대출) 파문까지 겹쳐 경제가 자칫 침체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주택경기 부진이나 서브프라임 파문은 미국 주식시장을 춤추게 할 것이고, 이 여파는 곧바로 세계 각국 증시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중국이 10.1%, 인도 7.9%, 러시아가 6.3%의 높은 성장을 보여 글로벌시장이 그런대로 지탱될 수 있을 것으로 이 잡지
는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글로벌경제를 지탱해 주었으나 내년엔 중국, 인도, 러시아,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가 된다는 것. 아시아에선 한국이 5.3%, 싱가포르 5.1%, 대만 4.6%의 성장을 예측했다.
반면 미국은 고작 1.2%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2.2%, 독일이 2.5%로 예측됐다. 선진국으로 통하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성장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오일달러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앙골라는 20% 이상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 보도 내용이다.
세계인들의 관심거리인 유가는 북해산 브랜트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69달러에서 상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한다. 이코노미스트
는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서 2009년쯤 되면 고유가가 고개를 숙일 것으로 점쳤다. 고유가에도 에너지수요는 계속 늘어 내년엔 올보다 3.5% 정도 많이 소비된다는 예측이다.
요즘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1백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내년에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와 관련 재미있는 예측을 했다.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가 당선,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기록된다는 것.
공화당 정부의 무능함에 화가 난 국민들이 민주당에 표를 모아줄 것이란 전망이다. 정말 여성대통령이 나올 지는 곧 알게 된다.
끝으로 이 잡지는 한국의 새 정부가 경제성장정책과 친미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GDP 1조 달러 돌파를 점쳤다. 인플레이션은 2.4% 정도로 내다봤다. 이 정도면 한국경제가 제법 괜찮다는 뜻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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