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계속되면 세계경제 큰 타격
환율전쟁 계속되면 세계경제 큰 타격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11-19 14:20
  • 승인 2007.11.19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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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환율전쟁

미국, 중국, 유럽 간에 벌어지고 있는 환율싸움의 끝은 어디인가? 자국은 어떻게든 환율을 낮추면서 상대국에 대해선 ‘환율을 높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환율싸움이 가관이다. 이들은 환율문제를 서로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있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해법은 있지만 자국 이익 때문에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싸움에 불을 당긴 것은 계속 추락하고 있는 달러가치다. 미국은 경상수지와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달러가치 하락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게 곧 중국과 유럽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는 가치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때는 세계 각국들이 달러를 더 많이 비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게 아니다. 달러가 너무 많아 골치를 썩는 나라들도 있다. 그만큼 달러 위력이 줄고 있다는 증거다.

달러가치가 이처럼 떨어지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하와 경제 불안, 계속 오르는 국제유가, 거대 중국의 등장과 달러를 위협하는 유로화(EURO) 등장 때문이다. 유로는 유럽연합(EU)의 공식통화로 각국이 점차 보유고를 늘리는 추세다.


미국은 8천억달러 경상수지 적자

미국은 서브프라임(비우량 부동산 담보대출) 부실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그린스펀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있을 때는 금리를 계속 올렸다. 그러나 버냉키가 새 FRB 의장을 맡으면서 금리를 내리는 추세다. 버냉키의 금리인하정책이 잘하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미국은 한해 8000억 달러(한화 약 8000조원)의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다. 달러를 약하게 가져가 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미국이 ‘약 달러 정책’을 쓰면 EU의 유로화, 중국 위안화는 물론 우리나라 원화, 일본 엔화 등 세계 각국들 환율이 올라 손해를 감수해야한다.

미국, 중국, EU의 환율싸움은 서로가 서로를 공격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둘이 하나를 공격하면 이기는 팀과 지는 팀이 있다. 하지만 세 나라가 서로를 공력, 싸움이 끝날 기미도 없다. 그만큼 문제 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우선 미국은 폴슨 재무장관이 총대를 메고 있다. 폴슨 장관은 중국을 비난했다. 중국 위안화를 빨리 절상하라는 것이다.

폴슨은 중국 환율정책이 불공정경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위안화 절상 속도가 지금처럼 느릴 경우 보호주의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한방 날렸다.

폴슨 말은 ‘환율을 인상하라’는 요구 단계를 넘어 ‘환율을 빨리 올리지 않으면 보복이 있을 것’이란 일종의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유로화는 잔인하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환율을 올리라’는 말은 많이 했어도 이처럼 보복성 경고를 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청쓰웨이 전인대 부회장은 이에 앞서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이 갖고 있는 1조4000억 달러를 유로화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청쓰웨이 말은 미국을 자극했다.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쓰이는 것은 미국의 ‘자존심’인데 이를 건드린 셈이다.

기축통화가 유로화 등으로 바뀐다면 미국의 세계경제 지배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또 중국이 달러중심으로 돼있는 외환을 다른 화폐로 바꾼다면 이것도 미국으로선 꼴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현재 1조9000억 달러(달러와 유로화, 엔화 등 모든 외화를 포함할 경우)에 달하는 외환을 가져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만일 중국이 달러를 팔기 시작하면 달러가치는 폭락할 수도 있다. 미국으로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미국의 폴슨 장관이 중국에 ‘무역 보복’ 운운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중국이 달러를 판다는 생각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장클로드 뜨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유로화 환율이 잔인하다”고 말했다. 잔인하다는 말은 유로화 가치가 달러보다 턱없이 높다는 뜻이다.

유로화가치가 높아 EU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것.

뜨리셰 총재는 환율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유로화 가치가 달러보다 지나치게 급등하는 것은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묘하게도 뜨리셰가 회견을 한 날 유로화 환율은 1.4738 달러를 기록,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얼마 전 미국을 방문해 냉랭했던 미국과의 관계를 복원시킨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달러가치 하락이 ‘대서양 간 경제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게 달러를 방어하도록 가장 강력히 주문했다고 할 수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 상·하 양원이 참석한 가운데 의회에서 열린 연설도 중 29번이나 박수를 받은 인물이다.

뜨리셰 총재는 중국에 대해 위안화를 빨리 평가 정상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중국의 위안화로 유로가 손해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EU는 미국과 협력, 위안화 절상에 압력을 넣고 있다. EU 통상담당집행위원인 피터 만델슨씨는 최근 유럽이 미국과 협력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EU, 중국 간의 환율싸움은 어느 한 쪽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해결된다. 미국이 달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나서든지, 중국이 환율을 절상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경제가 크게 좋아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 저성장에 대한 우려, 주택경기 부진, 서브프라임 파문 등의 불안요인이 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을 두고 미국, 중국, EU, 더 나아가 일본정부는 자국 환율은 낮게 유지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해 환율을 올리도록 압력을 넣고 회유할 것이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무역보복이나 보유외환 매각과 같은 ‘최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중국의 경우도 위안화환율을 절상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절상은 어렵다. 환율을 올릴 경우 대외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까닭이다.

이들 나라 간의 환율싸움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매듭 될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천정부지 유가는?
절대로 100 달러 넘지 않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7달러까지 치솟았음에도 유가가 절대로 100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브레이킹뉴스닷컴에서 유가가 100달러에 달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소개했다.

첫째, 세계 각국의 석유비축량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월말 현재 석유비축량은 42억 배럴로 사상 최대다.

둘째, 세계적으로 석유매장량이 아직 풍부하다는 것. 확인된 석유 매장량은 1조4000억 배럴. 베네수엘라 오린크 오일샌드의 석유매장량만 1조7000억 배럴이나 된다. 앞으로 100년 간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

셋째, 석유생산량 증가 가능성이다.
최신형 석유굴착장비가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또 3년 전보다 석유 굴착장치가 45%나 더 가동되고 있다.

넷째, 석유생산비가 100달러보다 크게 낮다는 점. 로열더치쉘의 지난해 1배럴당 생산비가 9달러였다. 판매가보다 원가가 아주 낮은 편이다.현재 우리의 모습은 한마디로 미국, 중국, EU,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게 환율이다.

물론 정부에서 개입, 이들 통화에 대한 원화 가치를 높일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외환당국이 가끔 개입해 달러 폭락을 진정시키고 있지만 모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한 두 번은 몰라도 언제까지 당국이 끼어들 수 없다. 실제 환율은 시장기능에 맡기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2600억 달러의 외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무대에서 외환과 관련된 우리 입지는 매우 약하다. 우리 통화가 다른 나라 통화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달러나 위안화 영향을 직접 받는다.

달러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받는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무역수지에서 적자가 늘고, 이는 곧바로 경상 수지를 악화시킨다.

달러가치 하락의 가장 큰 문제는 국제유가를 올린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정부는 달러하락을 우려해 어떻게든 달러가치 하락을 붙들어두려고 하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대안이 없다. 달러가치 변동이 우리의 영향력 밖에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도 우리에게 큰 부담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면 우리에게 충격이 온다. 중국에서 많은 물건을 들여오고 있는 우리로선 오른 만큼 원화를 더 주어야 한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의 성장이 둔화된다면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중국의 성장둔화는 자칫 세계경제 침체를 부를 수도 있다.

일본의 환율도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일본은 제로 금리(금리 0%)를 내세워 엔화를 어떻게든 약세로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엔화가치가 낮아야 수출이 잘되고 국내 경기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맞서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미국이 일본 위안화를 최고 25%까지 절상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엔화 가치를 높일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떠들 테면 떠들어라’는 식이다.

지금 환율을 올릴 경우 막 살아나기 시작하는 일본 경기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일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환율을 낮추려고 애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질적인 무역보복이 없다면 말로 욕먹는 것은 얼마든지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하루에 몇 원씩 오르내리는 환율은 수치로 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은 세계경제 곳곳에 미친다. 환율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가 없고, 기업도 없고, 가정도 없다. 환율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아시아국가와 중동의 오일머니가 미국의 경상수지를 상당 폭 메우는 일을 했는데 최근 이들 국가가 국채투자를 줄이고 있어 달러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섯째, 이란이 석유를 줄이지 않을 것 같다는 예견이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낮아 이란이 석유생산을 줄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란의 경우 석유수출이 국내총생산
(GDP)의 50%에 달해 석유생산을 줄이면 큰 위기를 맞는다.

여섯째, 석유수요 감소다. 고유가로 미국의 지난해 원유수요가 1.3% 줄었다. 세계적으론 0.6% 느는데 그쳐 수요변동이 거의 없다.

일곱째, 고유가로 각국이 각종 보조금을 줄여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점이다.

여덟째, 석유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 값이 가스보다 13배 높아져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아홉째, 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8월22일 이후 달러가치는 8%가 떨어졌다. 반면 유가는 오히려 40%나 치솟았다.

열째, 국제자본이 원유시장으로 몰려 유가가 인위적으로 부풀려져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들 주장이 얼마나 맞을지는 몰
라도 유가를 논할 때 써먹으면 당신을 ‘상식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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