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세(Green Tax) ‘태풍의 눈’ 등장
그린세(Green Tax) ‘태풍의 눈’ 등장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11-13 09:30
  • 승인 2007.11.1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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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상품이 오염상품 보다 싸야 한다

유럽 연합(EU)이 ‘그린세’(Green Tax)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친환경분야에 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그린세는 친환경상품에 대해 부가가치세(VAT)를 상대적으로 낮게 물리는 새로운 제도다. 세금을 무기로 공산품과 농·축산물의 친환경화를 강제적(?)으로 유도한다는 것. EU는 영국, 프랑스 등이 그린세 도입을 강력 요구함에 따라 오는 11월 13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토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프랑스는 문서를 통해 EU집행위에 그린세 도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7월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EU차원에서 그린세를 도입키로 의견을 모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친환경상품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 25일엔 “깨끗한 상품이 오염상품보다 더 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볼 땐 깨끗한 그린상품이 더 비싸야 한다. 그러나 이는 그린상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깨끗한 상품을 싸게 살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함축성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영국 총리, 프랑스 대통령의 강력한 제안에 대해 EU는 역내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린세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역내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일단 집행위 차원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영국·프랑스 그린세 관심

그린세가 도입되면 제품생산으로 먹고 사는 기업은 긴장해야 한다. EU에서 장사하기 위해선 EU집행위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제품들을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구체적 기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친환경제품이 아닌 경우 부가세 혜택을 받지 못해 같은 물건이라도 비싸게 팔아야 한다.

친환경제품으로 경쟁하기 위해선 막대한 연구비와 시설투자비를 들여야 한다.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기업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친환경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배출도 줄고 지구도 깨끗해질 것이다.

그린세는 선진국보다 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는 개발도상국에게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린세가 도입되면 EU에 농산물이나 공산품을 수출할 경우 친환경제품이 아니고선 수출이 불가능하다. 값이 싸다는 것만으로 수출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한다.

개도국의 경우 아직 친환경제품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들은 친환경제품이든 오염제품이든 가리지 않고 먹고 사는 것 자체가 문제다.

또 그린세를 의식해 친환경제품에 관심을 갖는다더라도 기술력과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그린세는 EU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이런 제도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도 도입된다면 문제는 커진다. 개도국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개도국은 선진국에 물건을 팔면서 친환경 보다 값싼 물건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그린세가 도입되면 이런 수출전략은 먹혀들지 않는다. 그래서 개도국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그린세가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경우 개도국이 노골적으로 무역차별을 당하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그린세를 적용하는 국가에선 무역차별이 아니라 친환경상품에 대한 혜택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개도국에서 볼 땐 자신들의 무역을 가로막는 일이다. 그래서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도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EU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는 제품을 보내야 가격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다.

유럽으로 상품을 팔 경우 운임에다 관세까지 붙어 값이 올라간다. 이럴 경우 그린세 혜택을 받아야 운임이나 관세와 상계가 가능하다. 그린세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반대로 값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것이다.


농축산물에도 도입 예정

국내에서도 친환경제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많은 친환경제품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더 긴장해야 한다. 지금처럼 무늬만 친환경제품을 내놓는다든지, 친환경제품이 아닌 것을 친환경제품으로 판다면 그런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린세는 세금의 이름만 다를 뿐 앞으로 지구촌 국가들이 가야할 길이다. 지금처럼 환경이 오염되고 오염제품을 먹으면서 살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그린세 파장을 우려할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게 국제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그린세는 공산품은 물론 농산물, 축산물 등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우리의 농·축산물은 친환경제품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친환경농산물이 되지 않으면 국내에서의 생존도 어렵지만 수출은 사실상 더 불가능하다.

EU의 그린세 도입이 기업들에게 태풍의 눈이 될지, 전화위복 기회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린세가 오염되는 지구를 깨끗하게 하고 인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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