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들이 막대한 달러로 외국금융기관 인수에 나서 국제금융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정부 투자사인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가 외국기업 인수의 주도세력으로 활동 중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외국 금융기관 인수에 나선 중국 은행들은 중신은행, 민생은행, 개발은 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이다. 이들 은행 말고도 일반기업까지 포함하면 중국 의 외국기업 인수는 그야말로 ‘호황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중국은 9월 현재 1조4300억 달러의 어마어마한 외환보유고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200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해 CITIC를 세우고 글로벌기업 50개를 대상으로 투자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다.
글로벌기업 50개에 대한 인수여부를 따져보고 있다니 세계 M&A시장에 한바탕 소동돌이가 일어날 게 분명하다.
자산규모로 중국 7위에 올라있는 중신은행의 경우 미국 증권사 베어스턴스의 지분인수를 위해 뛰고 있다.
베어스턴스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로 타격을 입어 수익이 급감한 회사다.
베어스턴스 인수를 위해 투자의 귀재인 미국의 워런 버핏과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베어스턴스는 미국 내 랭킹 5위의 증권사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발목이 잡혔지만 잘만 추스르면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큰, 좋은 기업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중국이 미국 내 5대 증권사를 보유한다는 것은 월가에서의 입지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는데 중국은 아마 이점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중국의 민생은행은 미국 UCBH지분 9.9%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차로 지분 4.9%를 96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내년까지 지분을 20%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글로벌기업 50개 저울질
중국 개발은행은 영국 바클레이즈 주식지분 3.1%를 30억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안에 지분을 7.6%로 높일 작정이다.
중국은행들의 외국금융기관 사냥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상은행은 인도네시아 할림은행 지분 90%를 인수, 경영권을 완전 장악했다. 건설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홍콩 마카오 지점 17개를 2006년에 인수했다. 중국은행은 2006년에 싱가포르 비행기 리스회사를 인수한 바 있다.
중국은행들의 외국 금융기관 인수는 시간이 갈수록 더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장딩즈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이 지난 10월 17일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은행들의 해외 금융기관 인수합병(M&A)이 늘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장 부주석은 이날 중신은행이 베어스턴스의 지분인수를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중국 은행들이 이처럼 외국 금융기관 인수에 적극 나서는 것은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1조4000억 달러의 천문학적 외환을 갖고 있다. 이 돈을 금고에 쌓아두기보다 해외에 투자, 수익을 올린다는 전략에서다. 1조4000억 달러나 되는 외환이 금고에 쌓일 경우 외환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이것도 중국이 해외투자에 눈을 돌리는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외화를 잔뜩 쌓아놓고 국제무역의 불균형을 불러온다는 압력을 받기보다 차라리 외국기업을 인수, 투자이익을 올리는 게 훨씬 좋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압력도 피하면서 글로벌기업을 인수하고 수익도 올리니 중국으로서는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CITIC의 러우지웨이사장은 17차 전국대표회의에서 ‘정치적 고려’ 없이 해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막대한 달러를 이용,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 면에서 이익이 된다면 얼마든지 투자하겠다는 것. 정치적 이유 등으로 해외 투자에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은 내년도에 아시아 · 태평양지역에서 M&A가 가장 활발한 국가로 지목됐다.
보안정보업체인 인트라링크스가 지난달 아·태지역 기업인 200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M&A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 다음으로 M&A가 활발할 것으로 보이는 나라는 인도. 26%로 2위를 차지했다. 호주가 12%로 3위, 일본은 11%로 4위였다. 중국, 인도, 일본 등은 많은 외환을 가진 국가들이다. 일본도 1조원에 가까운 외환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00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CITIC가 내년부터 M&A에 본격 나설 경우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M&A 열풍을 넘어 ‘M&A 토네이도’가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국제 M&A시장에서 차이나 달러가 위력을 떨칠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 기업, 중국서 재미 본다
미국기업 83% 중국서 이익창출
중국의 은행들이 미국 등 해외에서 금융기관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ㆍ중 비즈니스협회가 중국에 진출한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기업의 83%가 ‘이득을 보고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17%만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2005년보다 순이익이 늘었다고 답한 경우도 58%나 됐다.
시장조사기관인 리비어데이터에 따르면 2001년 미국 상장기업 중 전체 매출의 5%이상을 중국에서 올리는 기업이 44개에 머물렀으나 2006년엔 1백8개사로 크게 늘었다. 중국시장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인텔의 경우 중국 매출의 비중이 2000년에 6.4%로 적었지만 2006년엔 14%로 뛰어 올랐다.
중국에서 미국기업들이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국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면서 품질이 좋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컴퓨터와 휴대폰 등 고가의 정보통신(IT)제품 수요가 늘었다.
미국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도 수익을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피자헛 등은 중국사람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들은 미국 내 매출이 둔화되고 있음에도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더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은 어떤가? 미국기업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수출입은행이 중국에 진출한 5백98개 사의 2005년도 결사보고서를 분석했다. 여기서 51.8%가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한국기업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은 나라에 진출해 있으면서 한쪽은 재미를 보고 다른 한쪽은 고전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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