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빠진 사람이 2억명이나 된다고?’
지구촌에서 마약을 먹고 즐기는 사람이 자그마치 2억명이나 된다는 놀라운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마약국(UNODC)이 발간한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4~64세 인구는 47억8000만 명으로 집계 됐다. 이 가운데 4.8%인 약 2억명이 마약에 빠져 있다는 소식이다.
2억명이 먹거나 피워대는 마약 양도 엄청나다. 미국의 마약근절 시민단체인 마약정책동맹(DPA)은 2006년 한 해에만 국제간 마약
거래액이 4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4000억 달러는 우리 돈으로 37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구체적으로는 대마가 1억5880만명(15~64세 인구의 3.8%), 암페타민 3350만명 (0.8%), 아편 1560만명(0.4%), 코카인 1430만명(0.3%), 헤로인 1110만명 (0.3%) 등이다. ‘마리화나’로도 불리는 대마는 가장 쉽게,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대마 경험자가 전체 마약경험자의 79.4%를 차지한다. 그만큼 구하기 쉽다는 얘기다.
대마는 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피우고 있다. 전체 대마인구 1억5880만명 중 31%가 아시아사람들이다. 북ㆍ남미와 아프리카가 각 24%였고 유럽은 19%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서 많이 피우고 있다는 통계다.
대마는 2006년 세계 82개국에서 4만2000t이 생산된 것으로 UNODC는 추정하고 있다. 대마는 1년생 식물로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델타나인테트라 하이드로카나비놀(THC)가 함유되어 있다는 게 UNODC의 설명이다.
대마는 생산량과 사용자가 많은 만큼 마약당국이 가장 골치를 썩고 있는 마약이다.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년 전인 2005년을 기준으로 볼 때 대마는 생산량의 10.6%만 겨우 압수될 정도다. 이에 비해 세계 생산 코카인의 42%, 헤로인의 26%가 압수됐다고 한다.
적발이 어렵다는 것은 숨기기 쉽다는 뜻이고, 숨기기 쉽다는 것은 ‘몰래 사용하는 자가 많다’는 말과도 통한다.
아프카니스탄은 세계 최대의 아편생산국이다. 세계생산량의 95%가 산악지대가 많은 아프칸에서 재배됐다. 산악지역이라 적발이 힘들어서다. 코카인은 세계생산량의 52%가 콜롬비아에서 나온다.
1억5880만 명이 사용하는 대마에 대해선 아예 ‘합법화’하자는 의견도 있고, 대마는 분명한 마약이라고 주장하며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대마의 합법화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대마가 다른 마약보다 중독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차라리 합법화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DPA창립자인 에탄 나델만씨는 상대적으로 해가 덜한 대마를 합법화하고 세금을 거둬 다른 질병치료에 쓰는 게 현실적이라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나델만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마약사범 180만명의 40%가 대마사범이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붙고 있다.
영국에서도 ‘대마 합법화’ 얘기가 나왔다. 영국 북웨일스의 리처드 브룬스트롬 경찰국장이 최근 마약금지정책을 펴도 마약복용자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면서 ‘실용성’에 기반을 둔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 관심을 끌었다. 실용성은 곧 합법화를 말한다.
네델란드는 1976년 지정된 곳에서 대마를 사서 피울 수 있게 허용했다. 또 스페인, 덴마크, 벨기에, 룩셈부르그도 전문의 처방이 있는 사람에 한해 대마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허용은 전면적이 아니라 부분적이다. 스위스는 2008년에 대마를 제한적으로 합법화할 지를 묻는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반대의견들도 많다. 스웨덴은 1967년 대마사용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중독자가 크게 늘어 사회문제로 번지자 2년 만인 1969년 이를 금지시켰다. 2년 만에 다시 금지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주 심각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우택 편집위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