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외자본 이탈 ‘위험수위’
미국, 해외자본 이탈 ‘위험수위’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10-29 16:07
  • 승인 2007.10.29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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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50조 빠져 나갔다

미국에서 해외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 8월 한 달간 해외투자가들이 미국에서 주식, 채권 등 각종 유가증권을 1천6백30억 달러(한화 약 1백50조원)나 팔아 치웠다.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고액이다.
미국시장엔 지금까지 해외자본이 꾸준히 흘러들어갔다. 올 1월 8백52억 달러, 3월 5백6억 달러, 5월 1천1백60억 달러, 7월 9배34억 달러가 유입됐다. 하지만 8월엔 1천6백억 달러나 되는 자본이 유입됐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던 미국에서 해외자본이 대거 빠져나간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자금이탈은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해외자본이 빠져나가 경제가 타격을 받는 다면 그 여파는 곧바로 우리나라에 직격탄으로 날아들게 마련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처럼 해외자본이 미국을 빠져나가는 것은 달러화 약세로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다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약한 달러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원인이다.

연일 치솟고 있는 유가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겨 미국경제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유가는 최근 서부텍사스 산 중질유(WTI)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는 보도다. 유가가 오르는 것은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되고, 또 달러는 유가 영향을 받아 두 부문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 증폭

이렇게 볼 때 미국경제는 달러와 서브프라임, 유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모두 마찬가지다.

달러는 미국경제의 대외적 힘을 나타내고, 서브프라임모기지는 내부적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으로 미국경제가 안팎의 어려움에 부딪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도(IMF)도 같은 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미국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공식’ 언급, 눈길을 끌었다.

이 보고서는 미국경제가 급격한 주택경기 하락으로 경기침체의 위험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올해와 내년에 미국경제가 1.9%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지난 7월 미국의 올 경제성장률을 2.0%로, 내년엔 2.8%로 전망했다. 미국경제는 주택시장 침체와 이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IMF 진단이다. IMF는 신용위축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미국과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전망치를 낮춰 조정했다.

IMF의 이런 전망은 앞으로 수년간 미국경제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잘 보여준다.

미국경제가 순탄치 않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경제는 세계경제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IMF가 미국경제를 우려한 것은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경제에 분명히 문제가 있어 이런 충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문제가 바로 달러 약세와 주택판매 부진, 고유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은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9월 기준금리를 한번에 0.5% 포인트 내린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버냉키는 서브프라임 부실로 금리인하 압력이 거세어지자 2003년 6월 이후 4년 만에 처음 금리를 내렸다. 그것도 0.5% 포인트나 대폭 떨어뜨렸다.

버냉키의 ‘금리 선심’으로 미국 주식시장은 잠시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면서 달러 약세는 가속화 되었고 급기야는 외국투자자들이 ‘이제 미국시장도 별 볼일 없다’며 자금을 빼내가고 있는 것이다. 버냉키 약발이 순식간에 다하고 만 것이다.

버냉키와 달리 전 FRB의장이던 그린스펀은 금리를 계속 올려 강한 달러정책을 지켜왔다.

물론 ‘금리가 올라 경기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달러관리는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버냉키와 서로 달랐다.

미국이 금리를 내린 뒤 원자재 값, 금값 등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값 인상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FRB의 금리인하 후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것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달러가 약세로 갈지, 강세로 돌아설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 FRB는 이달 중 금리를 또 한 차례 내릴지, 아니면 지금 상태를 지킬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으로 볼 때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달러의 고평가 여부를 두고 IMF 안에서 혼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라토 IMF총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2~3년 전엔 달러가 고 ‘고평가’된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여러 잣대로 보아 ‘저평가’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보도가 있자 IMF는 웹사이트를 통해 달러는 여전히 고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FT가 보도했다. 또 최근 유로화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주장도 반박했다고 전했다.

달러를 보는 시각이 IMF내에서도 다르다는 얘기다.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유로화 기축통화 급부상


기축통화인 달러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해 약화된다면 유로화가 그 위치를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달러 가치는 떨어지는데 비해 유로화는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19일 달러 대 유로화 환율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6% 떨어진 1.429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4310 달러
를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 약세는 곧바로 유가급등으로 이어져 지구촌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세계 기준 유가는 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산유국에 돌아가는 이득은 오히려 준다. 그래서 산유국은 유가가 올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또 증산에 나서지도 않는다. 유가가 크게 올라도 수입은 마찬가지란 생각에서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수익이 줄자 산유국들은 원유거래의 기준통화를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꾸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중이라 것.
실제로 올 들어 WTI 유가는 달러기준으로 46%가 올랐지만 유로화 기준으론 35%만 올랐다.

약한 달러는 반대로 원화강세를 말한다. 달러 값이 떨어지면 외국에서 물건을 사오거나 외국에 나가 돈을 쓰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다. 1백 달러짜리 물건을 살 경우 예전엔 우리 돈 10만 원을 내야 했으나 지금은 9만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또 1년에 3만 달러의 유학자금을 보낼 경우 이전엔 3천만 원을 보냈지만 지금은 2천7백만 원만 보내면 된다.

반대로 달러 약세가 수출업체에겐 불리하다. 자동차 한대를 팔고 1만 달러를 받았다면 예전엔 1천만 원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9백
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쌓인다는 결론이다.

우리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달러 약세는 미국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우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자본이 빠져 나간다. 돈벌이가 별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로화는 꾸준히 가치가 뛰고 있다. 세계 각국이 무역거래를 통해 유로화를 많이 갖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달러와 유로화의 선호도가 달러에 쏠려있지만 유로화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봐야한다.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쓰이고 있다. 그 가치가 너무 떨어져도 우리에게 불리하고, 너무 강세를 보여도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준다. 적당한 선에서 오르내림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현재 적당한 선은 1천원 안팎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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