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미국 경제 침체 주의보
세계최대 미국 경제 침체 주의보
  • 정우택편집위원 
  • 입력 2007-10-09 10:34
  • 승인 2007.10.0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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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남의 일 아니다

미국 경제가 정말 침체에 빠지는 것일까. 최근 들어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주택경기 부진에서 비롯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 4년 만에 처음 줄어든 고용지수, 부진한 소비지수, 치솟는 기름 값 등이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경제 침체는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일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의 소비가 부진하면 당연히 우리의 수출이 준다. 주택경기가 부진하면 주가하락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린다. 고용이 줄면 가계소비와 산업 활동이 움츠려들고 우리들에게 타격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미국 경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집값 하락이 큰 문제

잘 나가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4분기엔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의 앤더슨 포어캐스트는 최근 주택시장 침체, 고용부진과 고유가 등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강도 높게 경고했다. OECD의 장 필립 코티스 이코노미스트는 신용경색에 따른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OECD는 특히 별도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들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집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떨어져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앤더슨 포어캐스트가 주택시장 침체로 오는 4분기와 내년 1분기의 미국의 GDP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은 주택경기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님을 잘 말해준다.

월가의 데이비드 슐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집값 하락세는 바닥을 친 것이 아니라 ‘심각한 추락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2005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주택경기 하강세가 서브프라임 부실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곪은 데가 터지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미국은 주택판매가 부진, 재고가 쌓이고 있다. 주택착공과 허가 건수도 크게 줄고 있다. 여기에다 집값 하락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주택건설과 관련된 투자가 GDP의 4.8%나 된다. 주택경기가 내년까지 계속 둔화될 경우 미국 경제는 큰 고통을 치러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전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로 주택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에 ‘비정상적 충격’이 발생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이 우량 등급의 점보론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NAR은 내년도 주택판매 전망을 낮췄다. 신규 주택판매는 올해 24% 줄었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7.4%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점쳤다. 기존 주택판매는 올해 8.5% 감소한 뒤 2008년엔 5.8% 쯤 늘 것으로 예견했다. 기존 주택 판매가격도 지난해 보다 1.7% 떨어진 21만8200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 4년 만에 첫 감소

주택착공은 올해와 내년에 25%와 8%가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92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NAR의 주택통계와 전망은 한마디로 주택경기가 어둡고, 결국엔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것.

한편 LA, 뉴욕 등 미국 전역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택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가 곳곳에 급매물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집값이 오를 때 주택을 사고, 떨어질 때 구입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일자리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다. 경제성장의 잣대인 일자리 수가 4년 만에 처음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의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1억3천8백3만7천명. 전달보다 일자리가 4천 개나 줄었다.

이와 관련, 미국 실업률은 4.6%이나 내년 중반엔 5.2%까지 높아질 것으로 UCLA의 앤더슨 포어캐스트가 최근 밝혔다. 암울한 보고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일자리 수가 줄어든 것은 2003년 8월 이후 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10만 개의 일자리가 늘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예상과 현실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기고 말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보건의료 △교육 △소매판매업 △레저 등은 일자리가 늘었으나 △건설업 △제조업 △운수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규 취업이 준 것은 주택경기 침체 영향이 컸다. 건설부문에서만 2만2000명이 줄었다. 제조업에서도 4만6000명이 감소했다.

이 통계는 모기지 회사에서 일하다 해고된 사람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일 그들을 포함하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더 많아진다. 실제로 올 8월에만 모기지 회사에 일하던 2만5천명이 그만뒀다. 또 미국 최대의 모기지 회사인 컨트리와이드(Country Wide)는 전체 직원의 20%인 1만2000명을 올해 중 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모기지업체인 인디맥 뱅코프도 1천명의 직원을 감축키로 했다. 이는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한다.

이렇게 볼 때 줄잡아 10만 개의 일자리가 올해 중 없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10만 곳의 일자리가 늘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하니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경제여건이 너무 나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미국 경제에서 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미국 경제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결정 요인이 바로 고용이기 때문이다. 고용이 없으면 개인은 수입을 올릴 수 없고 결국 가정경제가 무너진다. 가정경제가 악화돼 구매력이 떨어지면 산업계 전체가 돌아가지 않고 경기는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산업활동 ‘동맥경화’ 불 보듯다.

고용문제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서도 전망이 어둡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지난해 9월의 15%에서 올해 9월엔 30%로 높아졌다. 1년 만에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소리가 두 배
로 커진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한편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컨퍼런스보드의 8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105.0을 기록했다. 이는 앞 달의 수정치인 111.9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이다. 1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미시간대의 8월 소비자 태도지수도 저조했다. 전반적으로 고용과 소비가 다 부진한 모습이다.

미국의 고용지수 악화는 증시급락을 불렀다. 미국 시장의 급락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주가도 끌어내렸다.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현재의 미국금융시장이 1987년과 1998년의 혼란과 비슷하다”고 말해 주가 하락폭을 더 키웠다.


금리인하 고심 또 고심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끊임없이 나오는 얘기가 바로 ‘금리 인하’이다. 현재 연 5.25%인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에 돈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가에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결국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믿고 있다.

금리인하를 믿기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여긴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이코노미스트 존 론스키는 FRB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고용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FRB를 은근히 압박했다. 월가 분위기가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주택경기 관련 일자리 비중이 크기 때문에 아무리 독립적인 FRB라고 하더라도 고용지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그런 배경에서 인지 지난 9월 19일 금리가 0.5% 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금리인하에 대한 신중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턱대고 금리를 내리기보다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FRB가 금리를 내리지 않고도 금융시장을 진정시킬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찰스 플로서 총재는 곧 나올 경제지표와 여러 정보들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예의 주시한다’는 말은 경제지표를 봐서 금
리를 내릴 수도 있고, 지금 상태에서 동결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보면 된다.

이런 의견은 또 있다. 제프리 랙커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도 ‘고용지수가 나쁘다고 해서 꼭 금리를 내려야 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월가 등 금융시장 전문가들과 은행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 시각 차이가 있음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미국이 침체에 빠지면 우리는?
산업활동 ‘동맥경화’ 불 보듯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우리는 수렁에 빠진다고 봐야한다. 우리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매우 큰 까닭이다. 미국이 침체에 빠진다고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과 한 배를 타고 있는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들이 아우성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한다는 것은 곧 돈의 흐름이 막힌다는 뜻이다. 또 산업활동과 소비활동도 동맥경화에 걸린 것과 같다.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가장 큰 타격은 수출에서 온다. 자동차, 반도체, 섬유, 가전제품과 각종 생활용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로선 앞이 캄캄해질 것이다. 수출부진으로 공장마다 재고가 쌓인다. 공장들은 재고부담으로 문을 닫거나 큰 고통을 치러야 한다.

물건을 싸게라도 팔아야 하지만 국민들 주머니가 텅 비어 구매력도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소비활동이 극도로 위축되고, 결국은 산업활동이 마비된다. 결국 국민들 생활이 힘들어진다. 소비와 생산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만 정부로선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도 못한다.

이는 우리나라 경기침체의 원인이 국내에 있는 게 아니라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서브프라임 모지기 부실로 세계금융시장이 요동칠 때도 미국이 문제를 일으켰고, 미국이 금리를 올려 사태를 진정시킨 것과 같은 원리이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진다는 것은 세계가 경기침체의 늪에서 허덕인다는 뜻이다. 우리로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면 경제의 자생력을 길러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개인과 기업, 금융기관과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경기침체 경고음이 연일 울리고 있음에도 남의 일처럼 손을 놓고 있다 당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정우택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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