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맹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떨쳤던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포스트 DJ를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치열할 전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DJ는 자신의 후계자를 세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 DJ' 자리를 놓고 야권 유력 정치인들의 대결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스트 DJ에 올라설 만한 인물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호남맹주라는 수식어가 붙을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호남맹주 자리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영원히 그 주인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 전 대통령 서거로 또다시 불어 닥친 조문정국의 파장과 포스트 DJ를 누가 차지할지 알아본다.
김 전 대통령의 호남 입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치 9단 김 전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호남 민심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정치적 고향이 호남이기도 하지만 호남정치사 또한 DJ를 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곳이 바로 호남이다. 이런 정설이 나온 이유는 단연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었다. 그런 호남맹주가 사라지면서 포스트 DJ를 향한 범야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조문정국으로 당분간 힘을 얻은 야권으로선 이를 토대로 향후 정치일정을 더욱 유리하게 이끌 전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포스트 DJ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후계자를 두지 않는 김 전 대통령의 성격상 특정인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동교동계 가신그룹들은 DJ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해왔다. 이를 위해 정계복귀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리틀 DJ’로 통하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여러 차례 재보선 출마를 모색 하는 등 포스트 DJ를 향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1967년 총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인연을 맺은 한 전 대표는 이후 대통령 특별보좌역, 새정치국민회의 총재특보단장 등을 맡았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그치고 말았다. 김 전 대통령의 호남맹주 자리를 차지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한때 리틀 DJ라는 별명을 얻으며 호남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엔 정치적 스승인 DJ라는 산이 너무 컸다. 결국 현재는 정치권을 거의 떠난 상태”라고 말했다.
영원한 비서실장인 박지원 의원의 경우 현역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포스트 DJ라는 자리를 노려볼만 하다. 특히 박 의원은 이번 김 전 대통령의 입원 기간 내내 국회와 병원을 오가며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또한 국장기간 내내 빈소를 지키며 마지막 가는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끝까지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당내에서도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상태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길에서 만난 박 의원은 줄곧 김 전 대통령 곁을 지켰다. 비서실장, 문화부장관 등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영원한 DJ맨으로 남았다.
DJ의 그림자로 통하는 권노갑 민주당 전 상임고문도 최측근으로 통한다. 고향후배이자 고교후배로 DJ가 가는 곳엔 항상 권 전 상임고문이 있었다. 권 전 상임고문은 “죽으면 비석에 ‘김대중 비서실장’이라고 새겨주면 영광”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밖에도 동교동계 많은 인사들이 포스트 DJ의 후보군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직접 포스트 DJ 자리를 차지하기엔 힘들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는 DJ 퇴임이후 사분오열 찢어졌다. 그랬던 것이 DJ의 서거로 인해 다시 규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힘을 합쳐 호남맹주를 세우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자신들이 호남맹주로 자리매김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鄭-丁
‘포스트 DJ’ 자리 놓고 격돌
그나마 포스트 DJ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정동영 의원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이다.
정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며 호남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었다. 물론 전북과 전남지역색이 다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재보선에서 자신의 입지를 돈독히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정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 때 DJ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 이후 주요 당직과 통일부 장관 등을 거치며 대통령 후보까지 오르게 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의 경우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이번 조문정국이 정 의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건이다. 포스트 DJ를 염두해 둔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의 경우도 포스트 DJ를 향해 한 단계 올라선 상태다. 지난 미디어법 투쟁을 통해 기존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 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식과 장외투쟁을 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호남출신은 아니지만 대중적 이미지와 자기색깔을 가진 인사로 손학규, 김근태 전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손 전 대표는 출신성분이 다르지만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야권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경우 오랜 재야생활을 하면서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로 통해 DJ와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도 DJ를 대신할 만한 재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DJ의 상징성을 이을 만한 인물이 없다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안팎에 머물고 있는 인사들 중 ‘포스트 DJ'에 근접한 인물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DJ만큼 호남과 민주세력 모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사는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포스트 DJ’는 DJ의 서거로 끝이 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세기에 걸쳐 호남맹주로 자리매김했던 DJ.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면서 DJ의 정신을 이어 받은 진정한 ‘포스트 DJ'가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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