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돈이 가장 많은 왕은 누구일까. 그들은 또 어떤 저택에서 어떻게 살까.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이와 관련 재미있는 기사를 썼다.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화려했다. 있을 수 없는 일 같지만 실제로 있는 일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국왕은 동남아의 작은 나라, 브루나이의 술탄 하지 하사날 볼키아 국왕. 그의 재산은 220억 달러(한화 22조원)나 된다.
지난해 1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을 누르고 1위로 등극했다. 사우디 국왕의 재산은 190억 달러였다.
하사날 볼키아 국왕의 재산 220억 달러는 세계 최고 갑부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의 680억 달러에 비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백억 달러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계산조차 할 수 없는 돈이지만 백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그들 나름대로 많고 적음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들 사이에도 순위 경쟁이 있다고 보면 돈에 대한 사람들 욕구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세계갑부 왕족 대부분 중동 출신
최고 갑부 왕족 15명 중에는 중동지역 왕족이 8명이나 들어있다. 이는 계속 오르는 국제 유가 덕분이다.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이면서 아부다비 왕인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누하얀은 210억 달러로 2위에 랭크됐다. 3위는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190억 달러), 4위는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토호국왕 (160억 달러)이 차지했다. 5위는 5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다.
리히텐슈타인의 한스 아담 2세는 45억 달러로 6위에 올랐다. 리히텐슈타인은 알프스 산맥의 기슭,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 유럽의 작은 나라다.
나라 면적이 160㎢로 경기도의 반 정도 된다. 수도는 파두츠 (Vaduz), 언어는 독일어를 쓴다. 종교는 로마 가톨릭이 82%, 개신교가 7~8% 정도. 리히텐슈타인은 1990년 UN에 가입했지만 스위스 화폐를 쓰는 등 스위스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세관 업무도 스위스에서 대행해준다. 군대도 없다. 인구는 약 3만명. 인구의 60%가 농·목축업에 일하고 있다. 포도와 포도주가 많이 나오는 아름다운 국가다. 이 작은 나라의 왕이 45억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하니 참 흥미롭다.
왕족은 돈 쓰는 것도 엄청나다.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한다. 사우디아라비아국왕은 자신의 이름을 딴 260억짜리 도시를 세우고 있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은 270억 달러를 들여 아부다비에 중동의 문화 허브를 세우고 있다고 보도됐다. 아부다비를 중동의 문화 중심으로 꾸민다는 전략에서다.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의 음스와티 3세 국왕은 2억 달러의 재산으로 15위에 올랐다. 39세로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왕이다. 그는 13명의 신부에게 궁전을 한 채씩 지어주었다. 신부는 매년 2만여 명의 처녀 가운데 하나씩 뽑는다. 13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있다는 얘기다. 왕의 권한이 어떤지 알만한 대목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6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에 비하면 36분의 1에 해당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산 랭킹은 11위. 여성 군주로서는 최고 재산가이다.
유럽의 왕조들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치르면서 대부분 몰락하거나 평범한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영국 왕실은 ‘승리자’로서의 명성과 위엄을 잘 이어가고 있는 게 특징이다.
모나코의 알베르 2세 국왕은 국왕 중 유일하게 총각이다. 그는 ‘플레이보이로 명성이 자자하다’고 포브스가 보도했다. 총각 왕을 향한 뭇 여성들의 연정이 대단하다고 한다. 알베르 2세의 재산은 12억 달러 정도. 이들 15명의 국왕이 갖고 있는 재산은 모두 합쳐 950억 달러. 이는 뉴질랜드의 국내 총생산(GDP)와 맞먹는다.
첨단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무슨 왕이 있느냐고 하겠지만 지구상에 왕은 엄연히 존재한다. 민주주의 꽃을 피우는 영국에도 왕이 있고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 왕이 있다.
오늘날의 대통령이나 총리, 수상은 모두 씨족과 부족에서 출발해 왕정을 거친 뒤 생겨난 최고 통치자의 ‘새로운’ 이름으로 보면 된다.
#브루나이는 어떤 나라?
인구 35만 석유부국
영국서 독립 국민소득 2만불 넘는 왕정국가
브루나이공화국은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 북동해안에 있는 작은 왕국이다. 인구는 35만 명 정도. 작은 나라지만 석유가 펑펑 쏟아져 나와 잘 산다. 국왕인 하사날 볼키아는 220억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다. 세계 왕족 중 최고 부자다.
브루나이의 수도는 반다르 스리 베가완. 정치 체제는 제헌 왕정이고 입법부는 없다. 사법부는 있지만 국왕에 존속돼 있다. 수도에는 8만여명 정도가 살고 있다. 주거지 대다수가 수상촌락이다. 국민소득은 2만3천 달러로 매우 높은 편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향로를 수출하고 식료품, 공산품, 기계, 운송 장비를 수입한다.
이 나라는 1984년 1월 영국으로부터 독립됐다. 화폐단위는 브루나이 달러. 언어는 말레이어를 공통으로 쓰고 영어, 중국어와 토속 언어를 사용한다. 종교는 이슬람교가 63%로 가장 많고 불교 14%, 기독교가 8%다.
브루나이는 포르투갈의 마젤란 탐험대에 의해 서방 세계에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영국 보호령으로 있었다. 한 때 일본군 점령지가 되었다가 영국 보호령이 되었다. 198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되었다. 브루나이에는 수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이 나라에는 순금사원이 있다. 그곳에 10t의 순금이 들어갔다. 이 사원은 하사날 볼키아 국왕의 2째 왕비 선물로 지은 것이다. 순금사원에는 또 5t의 크리스탈이 장식되어 있다. 브루나이에는 별 일곱 개의 ‘세븐스타’ 엠파이어호텔이 있다. 세계에는 세븐스타 호텔이 단 2곳뿐이다. 조루둥 파크놀이공원도 둘째 왕비의 생일선물로 만든 것이다. 분수 쇼가 환상적이다.
브루나이의 액화 천연가스(LNG) 생산능력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 우리나라도 LNG를 들여온다.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 잘 사는 나라, 왕에게 충성하는 나라가 바로 브루나이다. 작은 땅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나라가 바로 브루나이다.
##하사날 볼키아 국왕은 누구?
국왕의 취미는 카레이싱
하사날 볼키아 국왕은 600년 동안 이어져오는 이슬람 왕조의 29대 왕. 1788개의 방이 딸린 호화궁전에 살고 있다.
세계에게 명차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다. 그의 취미는 자동차로 스피드를 즐기는 것.
한 자료에 따르면 그가 가진 차는 모터사이클, 4륜구동 지프, 스포츠카, 호화 세단 등 5000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00여 대의 모터사이클을 물속에 던졌다. 그 이유는 ‘싫증이 나서 못 타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요일별로, 날씨에 따라 차를 바꿔 탄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 차가 많은지 가늠할 할 수 있다.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1년에 얼마를 쓰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좋은 차를 수 십대 사고, 궁전을 짓고, 하고 싶은 것을 다해도 총재산 220억 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할 것이다. 한해 늘어나는 재산도 얼마인지 모르고, 또 쓰는 돈도 자세히 모를 정도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씀씀이를 보면 하사날 볼키아 왕의 씀씀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 재산은 6억 달러 정도. 1년에 7억 원을 쓴다. 왕실 발표에 따르면 여왕과 남편 필립 공은 영국 정부로부터 유지비 명목으로 2600만 달러를 받는다.
이들 왕가가 사는 버킹엄궁 유지비, 대외관계 및 여행경비 등으로 4200만 달러를 받는다. 또 기타 비용으로 800만 달러가 책정되었다. 이렇게 볼 때 엘리자베스 여왕 부부가 한해 쓰는 돈은 약 7600만 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700억 원쯤 된다.
하사날 볼키아 국왕은 세계 최대의 이스타날 왕궁에 산다.
일반인의 왕궁 출입은 금지된다. 왕궁의 거실 카펫에는 금가루가 뿌려져 있다. 보석이 박혀 눈부시게 빛난다. 보는 사람들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브루나이 국왕이 어느 정도의 돈을 쓰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 하지만 정확한 액수는 발표된 게 없어 잘 알 수가 없다.
요즘 세상에 왕이 그렇게 많은 재산을 갖고, 그렇게 호화롭게 사느냐고 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중동, 특히 이집트를 여행한 사람들은 옛 왕들의 무덤을 보면 오늘날 왕들 생활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집트 룩소르에는 수천년 된 ‘왕가의 계곡’이 있다. 수십 명의 왕의 무덤이다.
왕이 되고 나면 자신의 무덤을 만들기 시작해 무덤을 완성하고 죽는 왕도 있고, 무덤을 완성하기 전에 죽는 왕도 있다.
왕의 무덤을 만들기 위해 수 십 년 동안 수십, 수백만 명을 동원한 것을 보면 오늘의 왕은 이집트 왕에 비하면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 진시황제를 비롯한 대만 박물관에 쌓여있는 왕들의 살아온 모습을 보면 왕의 권한이 어땠는지 알만하다. 세상의 권력과 돈과 여자가 모두 왕의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흑해 연안 상스 뻬떼스브르그(구 레닌그라드)에는 제정 러시아의 50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황금장식으로 눈이 부실
정도다. 모두 왕이 누린 특권의 현장이다.
###우리나라 왕은 어떻게 살았나?
호화 사치와 거리 먼 권력자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하는 왕은 거의가 호화롭지 못했다. 재산을 모을 만한 게 없었다. 석유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돈이 될 만한 것이 없었다. 재산을 모으기보다 당파 싸움, 외국과의 전쟁 등으로 힘들게 일생을 마친 게 우리나라 왕들이다.
또 석유가 나왔다고 해도 왕이 엄청난 재산을 모으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왕이 그렇게 했다면 백성들은 이를 눈뜨고 보지 못했을 것이다. 싸움이 붙거나 왕을 험담했을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왕권’을 누리고 있는 중동, 동남아, 유럽 왕들은 너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왕이 있다고 해도 국민감정이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돈으로만 치면 대기업 회장은 왕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은 마음만 먹으면 왕들만큼이나 호화롭게 살 수 있다. 수백억짜리 집에서 살 수 있고, 수십억 원하는 호화 자동차를 수 십대씩 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삼국시대, 고려, 이조 왕조를 내려오면서 왕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검소하게 살았다.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도록 걱정했지 자신의 재산을 쌓지는 않았다. 또 호화롭게 살지도 않았다. 호화롭게 살고 싶어도 돈이 없었을 것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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