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알’ 원자력시장 지각변동 임박
‘황금 알’ 원자력시장 지각변동 임박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07-31 10:37
  • 승인 2007.07.3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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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복병’만난 세계 원전산업
‘황금시장’으로 통하는 세계 원전산업이 ‘지진’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그동안 석유와 석탄 등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으며 세계 곳곳에 세워진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25년 동안 240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계획으로 있다.

일본의 니가타현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일본은 물론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103기를 포함, 전 세계적으로 300기 이상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다.

니가타현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은 원전건설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에 좋은 ‘구실’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원전의 ‘안전성’을 문제 삼아온 환경단체는 이번 사고로 ‘원전이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원전 건설에 대해 반대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원자력 특집에서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 2030년까지 150기의 원전이 발주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액으로는 30조엔 (약 240조원)에 달한다.


미국 130기 원전가동 최대시장

이를 위해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원전 강대국 업체 간 합종연횡과 정부 간 빅딜도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원전은 사업 규모가 큰 데다 토목, 건축, 발전기, 핵기술 등 첨단 기술이 동원돼야 하므로 1개 업체가 건설할 수 없다.

원전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은 현재 10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15년간 30기의 원전을 새로 지을 방침이다. 한 기당 건설비가 4000억 엔이 들어 12조 엔이 들어간다. 미국은 1979년 드리마일 섬 원전사고 후 30년간 원전 건설을 동결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도 원전 건설업자에게는 황금시장이다. 전력이 부족해 하루라도 빨리 원전을 지어 수요를 충당해야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2020년까지 1000MW급 원전 31기를 건설한다는 에너지 계획을 짜놓고 있다.

원전 건설은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각국의 원전 건설 업체는 물론 정부 관계자들까지 눈독을 들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또 일단 짓고 나면 유지·관리도 해야 하는데 이것도 큰 돈벌이가 된다.

각국이 원전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는 시점에서 터진 일본 니가타현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는 원전 업계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환경론자나 시민단체는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큰 재앙이 온다는 이유로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번에 실제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나고 말았다.


안전문제로 발주계획 변동 예상

원전업계를 더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은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다. 원전사고로 방사능이 누출된 것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진으로 원전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결과보다 원인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옛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미국의 드리마일 섬 원전사고 등은 사람이 조심하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니가타현 사고는 사람이 아무리 조심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일본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한국 등에도 비상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꼭 지진이 일본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지진이 일본의 원전을 강타했지만 다음엔 어떤 국가에서, 어떤 원전에 치명상을 입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원전의 최대 쟁점은 ‘안전성’이다. 지진은 결코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음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아무리 튼튼하게 내진 설계를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땅이 밑에서부터 흔들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니가타현 원전 사고는 자칫 원자력 르네상스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여론이 악화될 경우 2030년까지 발주하기로 돼있는 150기의
원전이 늦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또 원전 건설비가 더 들어갈 수도 있다.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하고 부지 선정도 지금보다 더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전에 들어가는 장비와 부품도 보강해야 한다. 강화된 기준에 맞춰 설계도 다시 해야 한다. 모든 게 다 돈과 연결된다.

니가타현 원전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원전 건설 그 자체보다 ‘안전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세계 원자력 발전소 현황

원자력 발전소가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모두 103기를 운용하고 있다. 다음이 프랑스 59기, 일본 54기, 러시아 31기, 한국 20기, 독일 18기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영광원자력발전소 6기를 포함, 울진 6기, 고리 4기, 월성 4기가 가동되고 있다. 우리도 가끔 경미한 원전 사고가 난다. 천만 다행으로 체르노빌이나 드리마일 같은 사고도 없고 일본과 같은 사고도 없다. 앞으로도 없어야겠다.

현재 세계 총 전력 생산량의 17%를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가장 생산적이다. 하지만 원전은 유해한 방사능이 방출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자칫 사고가 나면 발전소 주변은 물론 인근 국가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각국은 극심한 전력난을 겪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지에서 25년간 150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더 건설한다는 것은 에너지 사정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뜻이다.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않고는 경제발전이나 삶의 향상은 있을 수 없다.

선진국들이 앞을 다퉈가며 원전을 건설할 경우 에너지는 확보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인류는 위험에 노출된다고 봐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전력 사정은 풍부해지고 산업생산도 활기를 띠게 되는데 어떤 것이 정말 인류를 위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안다.

전기를 풍부하게 쓰면서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 아니면 전기가 부족하더라도 안전성에 무게를 둘 것이냐의 문제다.


##세계 원전 사고

체르노빌 원전사고
1986년 4월 25일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대형 사고가 났다. 근무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가동중지 터빈을 시험하다 원자로가 폭발한 것이다. 이 사고로 암 백혈병 기형아 사산 등의 원인이 되는 방사능 물질이 10일 동안이나 새나갔다. 방사능물질은 수천 Km 떨어진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지에서도 검출됐다. 초기 사망자가 31명이었다.

드리마일 원전사고
1979년 3월 2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드리마일 섬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2호기 (96만KW)에서 발생한 원전 폭발사고. 냉각재 이상으로 노심용융에 의해 일어났다. 2차 냉각수의 펌프가 이상을 일으킨 것이다. 사고규모 ‘9급’으로 가장 큰 사고였다. 방사성물질이 유출되고 핵연료가 녹아내렸지만 다행히 겹겹이 이뤄진 원자로 보호막 격납 안에 있었다. 안전장치를 철저히 한 덕분에 재앙을 면했다.


###일본 원전사고, ‘안전성’에 치명타

지난 7월 16일 일본 니가타현 일대에서 일어난 강진으로 도쿄전력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 물질이 함유된 냉각수 1.2t이 바다로 흘러드는 사고가 생겼다. 일부 원자로 변압기에선 화재가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원전 내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드럼통 1백 개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는데 이중 몇 개의 뚜껑이 열려있는 게 발견됐다. 지진 때 가동 중이던 4개의 원자로는 자동으로 멈추었으나 정기 검사로 섰던 6호기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흘러나온 것이다.

발전소 지하에 설치된 지진계에서 설계 때 산정한 내진 기준치를 웃도는 진동이 감지됐다고 한다. 도쿄전력은 발전소를 설계할 때 고려하지 않은 주변 단층이 지진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내진 강도를 273gal(흔들림 최대치)로 설계했는데 이날 관측치는 680gal이나 됐다.

이와 관련, 아마리 아키라 경제산업상은 모든 전력회사가 원전 내진성 안전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도 내진성 설계기준을 재검토할 것을 강조했다. 아이다 히로시 가시와자키시 시장은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원전의 가동을 중단토록 했다. 원전 시설 내 지반에 이상이 발견돼 시민
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니가타현 원전사고는 원전이 지진으로부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로 건물을 지을 때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원전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방사능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리히터 규모 7이 채 못 되는 지진으로 변압기에 이상이 생겨 불이 나고 방사능이 샜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언제 생길지 모르는 일본이라 그렇다. 일본은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 왔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일본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랐다. 일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세계 각국도 일본 원전의 안전성을 의심하게 됐다. 생각보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발전의 전력 분담률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진으로 방사능이 샌 것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원전은 전력수요의 30%를 공급한다. 이럴 경우 적어도 10개 이상의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우선 기존 54개 원전에 대한 내진성 평가를 다시 해야 할 판이다. 내진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지진을 거울삼아 진
도 8이나 9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까닭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다른 건물은 다 무너져도 원전만큼은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진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일본 열도에 깔려있는 54개의 원전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진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에 가장 무서운 적이다. 지난 3월 노토반도에서 강진이 발생, 건물 795채가 무너진 일이 있다. 이때도 알려지지 않은 단층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보도됐다.

진원지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 원자력발전소가 있었다.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일본은 1995년부터 육지 101개 단층을 정밀 조사해 지진 발생 확률 등을 표시하는 ‘지진 예측지도’를 만들어왔다.

그때 노토반도 지진이 일어났을 때 일본은 지진 원인이 된 단층을 파악하지 못했다. 단층은 그만큼 파악하기도 어렵고 파악했다고 해도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일본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원전을 지을 때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지진이다. 아무리 기술이 훌륭하고 좋은 시설을 지어도 지진으로 지반이 흔들리면 당해낼 장사가 없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이제 일본만의 문제를 넘어섰다. 지진으로 원전건설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하게 되면 각국은 곧바로 에너지전쟁에 돌입해야만 한다. 석유나 석탄, 가스 등은 짧게는 30년, 길어야 170년이면 고갈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은 아직 없다. 바이오에너지 등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지만 실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한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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