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역시 석유와 자동차다. 따라서 큰돈을 벌고 싶은 야망이 있는 사람은 석유, 자동차 분야에서 정열을 불살라야 한다. 또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뛰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은 최근 2006년 글로벌 5백대 기업을 선정 발표했는데 10위 안에 든 기업은 대부분 석유ㆍ화학과 자동차와 관련이 있는 기업이었다. 톱10 가운데 석유와 관련된 기업이 무려 6개, 자동차 회사가 3개, 할인점이 하나 들어 있었다.
세계 최대 기업 월마트는 351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미국의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은 3472억 달러의 매출로 지난해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3위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 다국적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셀이 차지했는데 매출은 3188억 달러나 됐다. (표 참고)
참고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는 미국 기업이 162개로 가장 많고 다음이 일본 67개, 독일 37개, 영국 33개의 순이었다. 한국은 14개가 포함되어 있다. 중국의 경우 21개가 선정됐는데 이는 4년 전의 11개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자료에서 나타난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세계 경제를 확실하게 지배하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둘째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업종은 석유화학과 자동차다. 세번째는 한국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너무 작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 좌우하는 석유·자동차 기업
톱10에 오른 석유화학과 관련된 기업은 엑슨모빌, 로열더치셀, BP,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토탈 등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석유·화학 업체들이 세계 경제를 쥐고 있지만 이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곳은 중동의 산유국이라는 점이다. 중동 산유국의 석유정책에 따라 석유화학 업체들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중동 산유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동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관계를 개선, 대규모 투자와 원조를 약속하느라 정신이 없다. 밀월의 단계를 넘어 공개적인 사랑에 빠졌다.
자동차 업체는 미국의 GM,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미국과 독일 합작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톱10에 들어있다.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반드시 석유가 있어야 하는데 미국은 석유와 자동차를 함께 가지고 있는 나라다.
포천의 이번 조사는 석유와 자동차를 쥐고 있는 나라가 세계 최강국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톱10 가운데 5개 기업을 가지고 있다. 합작 다국적 기업까지 합치면 무려 7개나 된다.
월마트, 액슨모빌, 로열더치셀, GM, 쉐브론,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노코필립스까지 무려 7개 기업이 바로 그것이다. 영국의 BP, 프랑스의 토탈,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만 미국 기업이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될 게 분명하다. 미국이 스스로 쇠퇴의 길로 가지 않는 한 세계 경제는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인도가 지금의 미국보다 더 큰 힘과 더 많은 부를 가질 때까지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
결국 누구든지 세계 경제를 이야기 할 때는 석유와 자동차,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또 미국이라는 나라를 빼서도 안 된다. 세계 톱10이 거의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뜨고 있지만 이들 4나라를 다 합쳐도 미국의 경제규모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만큼 미국은 정치 뿐 아니라 경제면에서도 막강한 규모를 자랑한다. 글로벌 기업이 이를 말해준다.
#세계 최대기업 월마트는 어떤 회사?
세계 최대 기업 월마트.
지난해 무려 351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우리 돈으로 350조원에 해당한다. 350조원이 얼마나 많은 돈일까.
정부 각 부처에서 요구한 내년도 예산이 180조원 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월마트의 매출이 얼마나 큰지 알만하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 2년 치 예산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지난 1962년 미국의 샘 월튼이라는 사람이 아칸소주 로저스에 세운 월마트. ‘성장과 혁신’으로 세계 최대의 유통회사로 성장했다.
유통회사라는 딱지를 떼고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었다. 석유메이저 액슨모빌, 영국·네덜란드 다국적기업 로열더치셀이 아니고서는 월마트를 넘볼 기업은 당분간 없다.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월마트는 전 세계 7백여 개의 할인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각국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나 자동차 업체처럼 엄청난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물건을 팔아 세계 최대의 기업이 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월마트는 자체 인공위성을 이용, 세계에서 가장 싼 제품을 구입해 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이름이 나있다. 싼 가격으로 작은 도시에 집중적으로 파고든 게 ‘월마트신화’의 배경이다.
세계 웬만한 도시에 가면 월마트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세계 할인점을 지배하는 월마트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아마 월마트의 신화가 깨진 국가는 한국이 유일할 지도 모른다.
국민들의 정서를 읽지 못하고 싼 가격, 혁신만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한국에서 고전하다 결국 할인점을 이마트에 넘겨주었다. 월마트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마트는 세력을 확장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월마트는 한국에서의 실패가 가슴 아프겠지만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현지화에 성공해야 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의 명암
글로벌 5백대 기업에는 한국기업 14개가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894억 달러를 기록,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6위에 랭크됐다. LG는 687억 달러의 매출로 7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72위였으니 한 단계 떨어진 셈이다. (표 참조)
현대자동차는 667억 달러로 80위에서 76위로 4단계 뛰어올랐다. 590억 달러를 기록한 SK도 111위에서 98위로 13단계나 올라갔다. 특이한 것은 173억 달러의 매출로 422위에 랭크된 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에쓰오일 (매출 152억 달러)도 491위로 500대 기업에 들어갔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1위 월마트와 우리 기업 간의 규모 차이다. 우리는 삼성전자, LG와 현대자동차를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 SK 등 이른바 한국 빅4의 매출을 전부 합쳐봐야 2838억 달러로 3000억 달러도 안 된다.
월마트 1개 회사의 매출 3511억 달러, 엑슨모빌 3472억 달러, 로열더치셀 3188억 달러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업체도 덩치 키우기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빅4에다 한국전력과 삼성생명의 매출까지 합해야 3411억 달러로 겨우 월마트 1개 회사의 매출과 맞먹는다. 만일 삼성전자를 빼놓는다면 LG, 현대자동차, SK, 한국전력, 삼성생명, 포스코, 국민은행, 한화, KT,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SK네트웍스, 에쓰오일의 매출을 모두 합해야 월마트 하나와 비슷해진다.
삼성이나 LG, 현대차 등이 국내에서는 초대형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막상 세계무대에 내놓고 보면 아직도 너무 작음을 실감하게 된다. 국내에서 작은 눈으로 보는 것과 세계에 내놓고 넓은 시야로 볼 때 관점이 달라진다.
글로벌 5백대 기업은 우리나라의 기업이 최근 들어 규모를 급격히 키워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세계 톱10에 들어가는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나와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기업 구조를 가지고는 세계 톱10에 들어갈 기업이 쉽게 나오기 어렵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계열사로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을 두고 있는데 이를 하나로 합친 후 몇 년 더 노력하면 세계 톱10의 대열에 합류하는 국내 첫 기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톱10은 그 이름만으로도 수천억원의 돈을 벌어들일 것이다.
SK네트웍스의 전보식 감사는 “우리나라도 세계 톱10에 들어가는 기업이 나올 시점이 됐다”며 “이제 대기업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기업 14개가 세계 5백대 기업군에 포함됐다는 것은 자부심을 가져야할 일이지만 지금부터는 규모를 키울 때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면 탑10에도 들고, 5백대 기업군에는 적어도 30개는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기업의 외형은 커져야 한다. 세계무대를 주름잡을 만한 초대형 기업이 이 땅에서 나와야 한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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