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 미흡, 정기국회 억지 참석…‘올스톱!’

민주당 지도부가 잇따른 전직 대통령 죽음으로 울고 웃는 분위기다.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참여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지지율 반등을 보였지만 당보다는 친노 인사들이 더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이후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강행처리로 장외투쟁 100일을 선언했지만 국민적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해 수세에 처했다가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모든 정치일정을 잠시 접었지만 이후 조문정국을 어떻게 풀어갈지 해법 찾기가 난해한 상황이다. DJ 서거로 인해 구동교동계인사들이 다시 뭉치고 있는 가운데 YS와 DJ 화합을 위해 노력했던 민주화추진협의회(이하, 민추협) 역시 다음 달 모임을 개최하는 등 활동 재개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100일 장외투쟁이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자 당 일각에선 ‘9월 정기 국회 등원론’ 목소리가 나오던 시기였다. 또한 밖으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을지훈련 직전 만났고 북측은 136일동안 북측에 억류됐던 유성진씨를 전격적으로 석방시켰다.
현 회장이 북측과 인연이 깊다고 할지라도 이명박 정권과 김정일 정권의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임은 둘 말할 나위가 없다. 이렇듯 이명박 정권이 대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화두를 던져 정국 주도권을 잡아가는 순간이었다.
MB, 류씨 석방→현회장 회동→8.15경축사 “잘나가다…”
또한 이 대통령은 8월말을 기점으로 청와대 및 내각을 일부 교체함으로써 국정 분위기를 쇄신하고 ‘중도실용주의 노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일단 8월말 개각은 DJ 조문정국이 끝나고 빠르면 9월초나 늦으면 9월말로 한달 이상 연기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DJ 조문정국이 재차 정국 주도권을 잡고 집권 2년차를 힘있게 운영하는 데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중도실용 노선’을 통한 ‘근원적 처방’은 흔들림 없이 계속되는 반면 구심점 잃은 민주당이 혼돈에 빠질 공산이 높다는 전망이 오히려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포스트 DJ가 없는 무주공산의 호남의 경우 정동영계, 정세균계, 박지원 등 구민주계에 외곽의 친노 신당에 손학규 전 대표 세력까지 사분오열된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서거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친노 신당 창당설이 나와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든 전례가 있다.
또한 유시민-문재인 등 영남 출신 친노 인사들의 PK 중심의 친노 연대마저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은 ‘호남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정치권에서 멀어져 ‘2군’으로 활동했던 동교동계 인사들이 YS와 화합을 모토로 재결집 양상까지 띄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고 있다.
동교동계 인사로는 DJ 목포 상고 후배인 권로갑 전 민주당 고문을 중심으로 김옥두 전 비서실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남궁진 전 의원에 언론계 인사로 이협 전 의원과 채영석 전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동교동계 출신은 아니지만 DJ와 친했던 박권상 전 KBS 사장도 언론계 인사다.
이후 동교동 비서실에는 윤철상, 설훈, 이석현, 최재승, 조재환 전 의원등이 들어왔고 박지원, 박선숙 의원이 후발 주자로 참여했다. 두 인사는 신동교동 계보로 통한다. DJ 대통령 재직시절 지낸 장성민 전 국정상황실장이 동교동계 막내로 들어왔다. 법조계 인사 역시 다수다. 최세경, 이돈명, 한승헌, 조승형 변호사가 대표적이고 조 변호사의 경우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으로 DJ 비서실장은 지낼정도로 DJ와 친분이 깊다.
여성계 인사로는 고 이태형 여사를 필두로 고 이우정 의원, 박영숙 전 의원, 한명숙 전 총리가 유명하고 대북문제와 관련해 임동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인맥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의 경우 10대 총선때 동교동계와 인연을 맺었고 한광옥 전 대표는 13대 국회 때 민추협에 참여해 대변인을 하면서 동교동계와 함께 했다.
구 동교동계, YS 상도동계
화해속 세 결집중
이렇듯 다양한 동교동계가 YS계인 상도동계 최형우 전 의원,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김무성 동지회 회장 등과 다음달 YS-DJ 화해를 계승발전 시키기 위한 민추협 차원의 모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외곽에서 신당 창당을 흘리면서 압박하고 있는 친노 신당과 동교동계가 힘을 합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전직 대통령의 서거가 오히려 향후 재보선 및 지방선거에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냥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분위기는 한나라당이나 차기 유력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 측에게도 감지된다. 연이은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에게는 악재이다. 특히 DJ계, YS계, 친노 등 3개 계파간 화합이 이루어진다면 박 전 대표에 대권 가도에 차질이 불가피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가 위기를 극복하는 어떠한 정치적 해법을 내놓을지에 정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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