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대체에너지 개발 비상! OPEC vs ‘바이오 에너지 포럼’
선진국들 대체에너지 개발 비상! OPEC vs ‘바이오 에너지 포럼’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06-18 16:18
  • 승인 2007.06.18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체 에너지 개발 빛과 그림자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라.’
미국 등 선진국이 석유나 석탄을 대신할 만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비상이 걸렸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유 시대’를 마감하고 청정 ‘바이오 에너지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과 브라질, 중국,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다. 이들 나라는 풍부한 농산물과 산림자원을 이용해 석탄 연료를 대신하는 바이오 에너지를 개발, ‘포스트 오일시대’에 대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 에너지 소비국 미국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은 미국. 부시 대통령은 올 연두교서에서 앞으로 10년간 미국이 가솔린 소비를 20% 줄이는 대신 바이오 에너지 등 대체연료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하원은 바이오 연료 개발과 공급, 기반시설 마련을 촉진하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400, 반대 3표로 통과시켰다.

미국은 특히 바이오 에탄올 분야에서 브라질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은 연간 1백78억ℓ의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한다. 미국의 생산량은 1백85억ℓ.
새무얼 보드먼 미 에너지 장관은 특히 지난 2월 석유처럼 에탄올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이 에탄올을 전략적으로 비축한다는 것은 에탄올 가치가 석유에 버금간다는 의미다.


에탄올 강국 브라질

브라질은 1975년 에탄올 에너지 계획을 마련, 에탄올 연료개발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2005년 에탄올 생산량은 1백59억ℓ, 미국의 1백55억ℓ를 앞질렀다. 지난해 미국이 1백85억ℓ, 브라질이 1백78억ℓ를 생산해 1위 자리를 내줬다. 아마존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이용, 생산량 1위를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수출에서는 브라질이 1위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것만 35억ℓ나 된다. 브라질 에탄올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해 생산비용이 ℓ당 19센트에 불과하다. 옥수수를 원료로 쓰는 미국의 에탄올 생산비는 ℓ당 33센트. EU는 55센트나 된다.

브라질의 주유소는 아예 가솔린과 에탄올 연료를 함께 팔고 있다. 차량의 85% 이상이 가솔린과 에탄올 연료를 마음대로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휘발유는 ℓ당 11~12km, 에탄올은 8~9km를 달린다.

루이스 이나시오 롤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이 ‘미래의 사우디’가 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지금은 사우디가 원유로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몇 년 있으면 브라질이 에탄올로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겠다는 것이다.


투자 귀재 소로스도 에탄올에 투자

조지 소로스는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다. 그가 앞으로 5년간 브라질의 에탄올산업에 9억 달러(8300억원)를 투자한다. 소로스는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에탄올 관련회의에서 에탄올이 가솔린과 경쟁력이 있다며 9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소로스는 미국의 투자펀드를 통해 에탄올 생산회사에 투자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까지 15만ha의 사탕수수 재배 면적을 확보, 10억ℓ의 에탄올을 생산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브라질과 미국은 세계 에탄올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소로스의 이번 발표는 이색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에탄올이라는 대체에너지에 큰돈을 투자하는 것인데 그의 생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소로스가 “앞으로 올 세상을 미리 읽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에탄올에 투자하는 것은 석유에 투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에너지 대국 중국의 ‘불타는 얼음’

중국 지질조사국이 일명 ‘불타는 얼음’으로 통하는 메탄수화물 100억t이 매장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국은 1999년 홍콩과 하이난 섬의 중간지점에서 메탄수화물의 매장 사실을 확인, 탐사를 계속해 최근 첫 샘플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메탄수화물은 물 분자와 가스가 결합해 만들어진 얼음과 비슷한 고체. 메탄수화물 1㎥는 약 164㎥의 천연가스를 방출한다. 1930년대 처음으로 발견됐지만 해저 200m 이하와 남극, 북극 등 지하 1200 ~1300m에 묻혀 있어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볼 때 메탄수화물 매장량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모두 합친 것 보다 두 배나 많은 10조t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의 양이면 수십~수 백 년 동안 써도 걱정 없는 양이다. 메탄수화물만 제대로 개발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앞서는 에너지기구가 또 생겨날 것이다.

중국이 메탄수화물을 추출한 것은 미국,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다. 매장량 100억t은 중국이 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중국은 이 지역 2곳에서 추출한 샘플을 조사했다. 메탄 함유량이 99.7%와 99.8%로 나타났다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발생이 전혀 없는 청정연료로 확인됐다.


주목해야 할 ‘바이오 에너지 포럼’

미국, 브라질, 인도, 남아공, EU 등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국제바이오 에너지포럼’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 에너지 포럼이 OPEC에 대항할 만한 기구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석유 에너지 시대에는 OPEC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지만 바이오 에너지 시대가 되면 바이오 포럼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OPEC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대형 산유국이 중심이라면 바이오 포럼은 미국, 브라질, 인도 등 농산물과 산림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세계 각국이 온난화의 가장 큰 적인 이산화탄소 등을 줄이기 위해 석유·석탄 에너지 사용량을 자발적, 혹은 의무적으로 줄이고 있어 OPEC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바이오 에너지가 새 대체 에너지로 떠오르면서 바이오 포럼 역할은 자연히 부각될 것이다.


#대체 에너지란?

기존의 석유나 석탄을 대신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석유나 석탄의 경우 열량은 엄청나지만 쓰이는 과정에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석유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계 생산량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석유는 생산되지 않는 나라가 더 많다.

석유나 석탄을 대신할 에너지원으로 동물 사체나 폐기물에서 나오는 메탄올,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물에서 나오는 에탄올이 대표적이다. 태양열을 이용한 태양전지, 바닷물을 이용한 조력발전,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 등이 있지만 에너지 생산량이 크지 못한 게 흠이다.

바이오 메탄올은 화학적으로는 천연가스와 같다. 기존의 천연가스 수송관과 같은 설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 메탄올은 폐기물에서 생산되므로 옥수수 등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 에탄올과 달리 식량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미국의 자동차 및 연료 전문지 프리츠 앤드 퓨얼(Fleets & Fuel)은 바이오 메탄올이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했다. 식량에도 문제가 없고, 생산과정에서는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가스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또 메탈수화물이라는 게 있다. ‘불타는 얼음’으로 통한다. 메탄수화물은 물 분자와 가스가 결합해 만들어진 얼음과 비슷한 고체로 천연가스를 방출한다.


##대체 에너지도 문제는 있다

대체에너지라고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바이오 에탄올의 경우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을 이용해 생산한다. 최근 옥수수와 사탕수수는 값이 크게 올랐다.

지금까지 옥수수는 주로 동물 사료로, 사탕수수는 설탕 원료로 쓰였으나 바이오 에탄올 원료로 사용되면서부터 수요가 크게 늘어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멕시코에서 옥수수 빵 값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사람이나 가축이 먹어야 할 사탕수수와 옥수수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돼 그만큼 식량난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 브라질 등 식량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다.

바이오 에너지가 주로 식물을 원료로 쓰이므로 산림 황폐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브라질 아마존 강 주변의 밀림이 황폐화되고 있는 게 좋은 사례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나무를 베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사람들이 석유와 석탄에 길들여져 있어 새 에너지를 개발해도 적극 사용하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지구상에는 8억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닌다. 이를 모두 바이오 연료로 가동하려면 20억 명 분의 옥수수가 있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바이오 에너지 개발이 더 중요한지, 식량난 해결이 더 중요한 일인지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선진국의 대체에너지 개발에 화난 산유국 OPEC 사무총장의 위협, 얼마나 씨가 먹힐까?

압둘라 엘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이 지난 주 서방 선진국의 에너지정책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엘바드리 사무총장은 “석유 수요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면 석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바드리 발언은 ‘단순하게 석유 수급이 맞지 않으면 증산계획을 중단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이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원유 값이 떨어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경고라기보다는 ‘석유를 무기화하겠다’는 위협으로 보는 게 차라리 낫다.

OPEC은 석유생산국의 카르텔로 생산량 조절을 통해 원유 값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기구다. OPEC회의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1개 회원국의 석유상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국제유가가 춤을 추고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엘바드리가 석유 수급이 맞지 않는다고 한 것은 OPEC이 석유를 무기로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국과 브라질 주도로 대체에너지 개발이 본격화되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메탄올과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는 석유보다 지구온난화를 촉발하는 탄산가스 등을 거의 내뿜지 않는 것은 물론 에너지원을 얻기도 쉽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엘바드리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바이오연료 개발 붐으로 미국에서 옥수수 값이 뛰 등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자칫 서방국가들이 대체에너지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면서 석유증산을 막아 기름 값만 치솟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방선진국을 걱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유가하락을 더 걱정한 우회적 표현이다.

바이오연료가 본격 사용될 경우 OPEC는 투자를 줄여야 한다. 아무리 원유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생산량을 늘려도 바이오연료로 인해 석유사용량이 줄면 OPEC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OPEC은 석유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012년까지 1300억 달러(120조원), 2013~2020년에는 5000억 달러(46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만일 선진국들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OPEC은 바로 이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엘바드리가 바이오 에너지 개발에 대해 경고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12개 OPEC 회원국 가운데 10개국은 원유 값을 배럴당 60달러 이상 유지하기 위해 하루 평균 170만 배럴의 원유생산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엘바드리 발언은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주요 의제로 다루는 G8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그 뜻을 잘 새겨야 한다. 말하자면 ‘선진국이라고 까불지 말라’는 것이다. ‘너희들이 석유사용을 줄이면서 대체에너지까지 개발, OPEC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 이를 앉아서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선진국이 그렇게 나오면 석유생산량을 줄여서 당장 타격을 입히고 말겠다는 뜻이다.

어느 쪽의 선택이 옳은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OPEC 선택이 옳았다면 산유국의 득세가 천정을 찌를 것이고, 반대로 바이오 에너지 개발이 적중했다면 ‘바이오 에너지 포럼’이 에너지는 물론 OPEC까지 대체하려고 할 것이다. 그게 바로 냉혹한 국제 질서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