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용’ 중국은 과연 ‘기회의 땅’인가?
‘꿈틀대는 용’ 중국은 과연 ‘기회의 땅’인가?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04-23 14:31
  • 승인 2007.04.23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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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출 기업은 많고, 경영여건은 어려워지고…

중국엔 1만 6천개의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기회의 땅, 약속의 땅으로 여기며 너도 나도 공장을 지어 나간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자꾸 어려워 지고 있다. 우리의 생각처럼 중국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 진출 기업의 최대 이점이었던 임금, 노사문제, 세금 등이 점점 복잡하고 힘들어지고 있어서다. 예전에 생각했던 그런 중국이 아니란 것이다.
그곳 삼성전자에 노조가 생긴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많은 기업들이 국내 근로자의 비싼 인건비와 툭 하면 터지는 노조문제 등을 고려해 중국으로 갔는데 이런 현상을 중국에서도 겪고 있는 셈이다. 이제 무턱대고 중국에 진출하기보다 이미 진출한 기업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더 시급한 일이 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외국으로 나간 기업들이 되돌아 올 수 있는 바탕 마련도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국내 생산과 고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1만 6천개 공장 설립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19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말 현재 1만5,909개 공장이 우리 기업에 의해 세워졌다. 투자액은 170만달러나 된다.

1990년대 한해 적게는 170개에서 많게는 840개 법인이 세워졌다. 2000년에만 1,049개, 2006년엔 2,300개나 세워졌다. 하루 평균 6개 정도의 공장이 세워졌다는 계산이다.

지금도 수백 개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 진출 채비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연말이면 1만8,000건, 내년엔 2만건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만개의 법인체를 만든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2만개 공장에 30명씩의 직원이 있다고 가정하면 6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만한 숫자의 공장이 국내에 있다면 60만명의 실업자가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갈수록 커지는 기업들 고민
중국 진출 기업들의 가장 큰 걱정은 노무관리다. 지난달 대한상의가 중국진출 400개 회사를 대상으로 한 경영환경실태조사 결과 82.6%가 노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노무관리 어려움으론 인건비 상승(35.2%), 사회보장부담금증가 (29.2%), 전문인력 부족 (16.1%)과 높은 이직률(11.7%)을 들었다. 기업체 10개 중 4개, 전체 1만6,000개 기업 중 1만2,800개 회사가 노사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의 대다수가 국내 노무관리 어려움으로 중국으로 갔는데 거기에서 또 그런 일을 겪고 있다는 소리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신노동법을 만들어 노동조합 권한 강화, 계약기간 장기화, 파견근로자 권익보호 강화, 퇴직금 지불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있어 노무비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체의 노동법 위반 적발을 계기로 전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노동법 준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점검 내용은 최저임금제 준수 여부, 노동계약서 작성 여부, 체불 임금 등이다.

세무 관리도 큰 문제다. 중국은 올부터 내·외자기업 간의 세율 적용을 단일화하고 있다. 이럴 경우 외자기업에 대한 우대 혜택이 사라진다. 기업소득세법은 과도기를 거쳐 25%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또 무분별한 외국설비의 수입을 막고 자국 설비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면세 불가항목을 늘리고 있다.

땅 제도 역시 간단치 않다. 신규 건설용지 유상 사용비를 전국적으로 두 배 올리고 공업용지 사용권에 대한 최저 가격제도를 도입했다. 또 토지사용세 기준을 세 배나 인상했다. 부동산값 안정화가 목적이지만 국내 땅값이 비싸다고 중국으로 가는 기업들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전력사정도 어렵다.


발등의 불, 삼성전자 노조
과연 삼성전자 중국공장에 노조가 생길까. 무노조 경영을 자랑하는 삼성은 물론 중국에 진출한 1만6,000개 한국 기업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한번 봇물이 터지면 여기저기에서 노조가 생길 게 뻔한 까닭이다.

삼성전자 쑤저우 반도체공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외자기업의 노조설립에 대한 중국 정부와 노동계 압박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 법률에 따라 노조를 세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본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노동계는 최근 외자기업의 노조 설립률을 40%에서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외자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삼성은 물론 다른 기업들도 노조 설립을 요구하는 파도를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도 아닌 외국 법인에서 노조가 본격 세워지고, 그들이 활동을 시작하면 경영자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국내보다 더 부담이 될 것이다.


돌아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많은 기업들의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갈수록 기업 여건이 어려워져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국에 나간 기업들이 한국으로 U턴하기는 너무 덩치가 커졌다. 너무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엄청나게 해 이제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공장을 옮기려 해도 투자한 돈이 아깝고, 그냥 있으려니 경영 여건이 점점 어려워져 답답할 뿐이다.

산둥성에서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모 사장은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에만 가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라며 “마음 같아서는 한국으로 가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고 힘들어 했다.

한 봉제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높은 인건비를 피하기 위해 중국으로 왔지만 높아지는 인건비, 언어 문제와 문화 차이 등으로 노무관리가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경영환경 악화에도 많은 기업들이 오히려 사업을 확장하거나 지금의 규모를 지탱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아직도 우리 기업들이 볼 때 매력적 투자처인 것만은 틀림없다.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국내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안착률은 57% 정도다. 이렇게 볼 때 수천 개의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만6,000개 기업은 주인만 한국인이지 사실상의 중국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정치, 경제에 큰 변화가 있을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보다 지원이 중요
‘정부는 이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국내 기업이 무작정 중국에 진출하지 않도록 국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국 투자는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달했다”며 “이제는 투자보다 이미 진출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에 신경 써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진출 기업이 잘 정착할 수 있게 그들이 겪고 있는 노무문제, 세무문제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가 진출했으니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잡 차이나를 두드리면 일자리가 보인다
정부는 기업이 왜 중국으로 나가려 하는지 그 원인을 파악해 그들의 어려움을 국내에서 풀 수 있어야 한다. 인건비, 노사문제, 땅값, 각종 불필요한 규제 등이 원인이겠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국내로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으면 그들을 도와야 한다. 국내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 대책도 없이 외국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거나, 이미 외국에 진출한 기업들에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잡 차이나는 한국무역협회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력확보 지원을 위해 마련한 ‘중국 구인·구직 사이트’다. 2004년 7월에 오픈했다.

4월 18일 현재 이 사이트엔 구직 희망자 7만900명, 구인희망자 9,800백명이 등록돼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1만6,000여개 기업의 인력조달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잡차이나는 조선족, 한족,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 중국 업체에 취업을 원하는 국내거주 한국인, 화교 등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중국 진출 기업에 취업하려면 잡차이나 사이트(www.jobchina.kita.net )로 접속하면 된다. 전화번호는 무역협회 중국팀 (02) 6000-5343~5, 무협 북경지부 860-10-6505-2671~3, 상해지부 86-21-6236-8286~7.


###숫자로 보는 중국 진출기업 현주소
·손익분기점 도달 : 40개월 소요
·수익구조 : 손익분기 39.3%, 흑자 31.6%, 적자 29.1%
·생산직근로자 임금 : 500~1000위안 64.9%,
1000~1500위안 25.6%, 500위안 미만 2.7%
·애로 사항 : 전력부족 81.5%, 원자재난 53.1%,
세무문제 46.9% (복수응답)
·만족 여부 : 다소 만족 43.9%, 보통 35.4%, 다소만족 8.5%, 불만 2.4%
·원자재 조달처 : 중국 49.8%, 한국 44.4%, 제3국 5.8%
·제품판매 시장 : 제3국 36.1%, 중국 35.8%, 한국 28.1%
·고용관리상 걸림돌 : 높은 이직률 (36.7%),
전문직 구인난 (32.9%), 숙련공 구인난 (20.3%)
·우리 정부에 바라는 것 : 신속 정확한 정보제공 (44.4%),
현지 협력전담사무소 개소 (41.7%)
<자료 : 대한상의 200개 업체 대상 조사>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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