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 필요하다”VS“개선해야 한다” 여의도 폭탄주 ‘모든 것’
“폭탄주 필요하다”VS“개선해야 한다” 여의도 폭탄주 ‘모든 것’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8-18 13:09
  • 승인 2009.08.18 13:09
  • 호수 799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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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평등주' 박근혜 '과학주' 이회창 '텐텐주'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낮술과 폭탄주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두잔의 술은 보약이지만 폭음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인들의 경우 좋아하건 싫어하건 가져야 하는 낮술 자리와 폭탄주 때문에 돈과 몸이 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정감사기간이 되면 피감기관과 갖는 술좌석 때문에 구설수 오르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낮술로 인해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장, 국정감사장에 얼굴이 붉거져 들어오는 의원들의 얼굴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곤 한다. 여의도를 취하게 만드는 폭탄주의 실상을 알아봤다.

지난 2일 창원지역 기업체 대표 8명과 정산CC에서 골프를 쳤던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 이인구 국가정보원 경남 지부장, 김태교 육군 39사단장이 직위해제 됐다.

이들은 공무원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가운데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은 점심시간에 인근 식당에서 낮술로 폭탄주를 마신 것으로 드러났고 비용을 기업인들이 낸 것으로 알려져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 국회의 경우에는 낮술과 폭탄주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 2008년 중순 통합민주당 박홍수 사무총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6월10일 별세했다. 외형상 심장마비가 원인이지만 국회에서는 ‘폭탄주’ 때문이라는 게 정설로 내려오고 있다.

박 총장은 ‘쇠고기협상 무효화 추진위 위원장’, ‘전당대회준비위 총괄본부장’, ‘조직강화특위위원장’ 등 겸임하며 강행군을 했다.

여의도에서는 그가 쓰러지기 전인 5월 13일 전날에 당지도부와 함께 이런 박 총장의 노고를 격려하는 술좌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총장은 고혈압 증세가 있었는데다 평소 술을 즐겨하지도 않았지만 폭탄주를 연거푸 2잔을 마시면서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이후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는 게 정설로 내려오고 있다.

그가 사망한 간접적인 원인이 ‘폭탄주’가 된 것임에는 의료 전문가뿐만아니라 정치권에서 모두 동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정치권은 여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술을 권하는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즐겨하다 보니 사고가 터지는 게 다반사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여당의 영남지역 한 보좌관의 경우에는 만성스트레스로 인해 병원에 통원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그러던중 지역사회 기자들이 ‘점심을 사달라’는 요구에 응해 나갔다가 또 다시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낮술에 폭탄주 고혈압 환자는 치명적

평소 낮술에 폭탄주를 즐겨하는 기자들이 이 보좌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한잔만 마셔라’는 분위기에 급기야 폭탄주 서너 잔을 마시게 됐다.

결국 집에 돌아온 그는 재차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가족들과 지인들은 ‘폭탄주가 사람 잡는다’고 경고했고 급기야 술을 끊어야만 했다.

정치권의 낮술과 폭탄주 문화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표, 이회창 전 총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청와대의 경우 즐겨먹는 폭탄주로는 소위 ‘평등주’가 있다. 제조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사람숫자에 관계없이 맥주잔 외부에 부착된 일정한 마크가 있는 선까지 맥주를 따른다. 그런 다음 소주잔 두 잔을 정상적으로 포개서 놓는다. 그러면 포개진 잔과 잔사이에 금이 생기는데 여기까지 소주를 따라서 섞는 방식이다. 술 좌석에서 누구는 ‘독하게 탔다’, ‘순하다’ 는 등 불평불만을 줄일 수 있어 생긴 방식이다.

이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폭탄주를 자제하지만 회식이나 행사에 참석할 경우 소주, 맥주 폭탄주를 적게는 2~3잔 많을 때는 4~5잔을 마신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업인일 때나 서울시장 재직 당시에 비춰 상당히 주량이 줄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폭탄주를 즐겨하지 않고 소주를 즐겨먹는 타입이다. 하지만 술 좌석에서 폭탄주 제조는 마다하지 않는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제조하는 폭탄주가 가장 과학적이라는 설명이다.

측근들의 설명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인간의 몸이 70%가 물로 돼어 있다는 점을 들어 맥주가 70%, 양주(소주) 30%로 타야 몸이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는 논리다. 또한 명칭도 ‘폭탄주’가 아니라 ‘화합주’로 불러야 몸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건강에 덜 나쁘다는 부연 설명까지 따른다.

박 전 대표의 폭탄주를 마셔본 인사들은 한결같이 ‘맛있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정치권 폭탄주 문화 오래돼 고치기 힘들어

이회창 총재는 ‘텐텐주’(소위 만땅주)를 즐겨한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텐텐주란 양주잔 가득히 술을 따르고 맥주잔 가득히 술을 따라서 섞는 방식으로 보통 폭탄주의 2배 효과를 내는 폭탄주다. 특히 기자와 당직자와 술을 마실 때 이 총재가 즐겨 제조하는 방식으로 최근에도 2~3잔까지 마셔도 거뜬하다고 전했다.

이렇듯 건강에 좋지 않은 낮술과 폭탄주에 대해 정치권은 찬반이 분분하다.

한나라당 친박 의원인 L 의원의 경우 “정치권 술문화와 밤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는 게 내 신조”라며 “그러나 짧은 시간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해야 하는 정치 문화상 고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여당의 한 인사는 “폭탄주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며 “개인 의사에 따라 폭탄주건 낮술이건 마시면 된다”고 의사 표현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여의도에서 즐겨 먹는 폭탄주 베스트 5

▣ 아폴로 13호(일명 뿅가리주)
평평하고 큰 접시를 준비한다. 그 위에 맥주잔을 올려놓는다. 다시 나무 젓가락 두 개를 올려 양주잔을 올린다. 일단 양주를 부어서 양주잔을 채운다. 그 뒤에 맥주를 부어서 맥주잔을 채운다. 룰은 13초 안에 양주잔, 맥주잔, 접시에 흘린 술까지 비워야 한다. 실패할 경우 다시 채워서 먹는다. 한잔 먹고 버티는 사람이 없다는 게 정설로 주의하실것.

▣ 골프주
맥주컵 위에 젓가락을 걸쳐 놓고 양주잔을 놓는다. 술을 부은 다음 다른 젓가락으로 스윙, 잔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일명 스윙주라고도 한다. 이밖에 머리를 책상에 받아서나 코, 발, 머리 등을 활용해 ‘온몸주’라는 별칭이 있다.

▣ 침몰주
한때 20~30대에서 유행하던 타이타닉주의 유사하게 보면 된다. 타이타닉주는 맥주를 따른 잔에 빈 소주잔을 띄워 소주잔이 가라앉을 때까지 양주를 따르는 폭탄주다. 하지만 침몰주는 빈 맥주잔에 빈 소주잔을 넣어 소주잔과 맥주잔 사이에 맥주를 따라서 빈 소주잔을 띄워 다시 맥주나 양주를 채워 가라앉게 해서 먹는 폭탄주다.

▣ 화합주
그룹별로 나뉘어 진행하고 인간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폭탄주다. 양주 맥주를 가능한한 독하게 탄다. 주로 5:5 비율로 타서 팀별 나눠서 마시는 술이다. 처음 먹는 사람이 얼만큼 먹느냐에 따라 나중에 먹는 사람이 운명이 갈라진다. 주로 3:3(2:2) 팀원으로 구성된다.

▣ 회오리주
양주 한잔을 맥주컵에 따르고 나머지를 맥주로 채운다. 휴지 몇 장을 덮고 손바닥으로 위를 막은 다음 허공으로 힘차게 원형으로 돌린다. 잔 안에서 회오리 폭풍이 솟구친다. 최근엔 지저분하다는 업소의 불만으로 인해 사양 폭탄주로 전락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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