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증시 핵폭탄이다. 잘못 되면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이 죽는다” 9300만 명의 개미와 큰손이 몰려 주식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여의도의 한 애널리스트가 한 말이다.
‘핵폭탄’ 이란 말은 중국 증시가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 폭탄처럼 위력적이라는 것이다. 중국 증시가 ‘광풍 속의 안정’을 이어가며 잘 나가면 다행이지만 자칫 한번 출렁이면 세계 증시는 블랙 먼데이가 아니라 1주일 내내 ‘블랙데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눈이 모두 중국 주식시장으로 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중국 사람들은 주식 투자로 돈 버는 재미로, 외국 사람들은 주식 열풍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한번 보자. 상하이 지수가 4천 포인트를 넘었는데 이는 불과 2달 만에 1천 포인트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0%나 주가가 오른 셈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지난 5월 9일의 하루 거래량이다. 이날 상하이와 선전주식시장에서는 3769억 위안, 미화 49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9조원어치의 주식이 거래됐다. 이는 같은 날 일본, 한국, 호주,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11개국의 총 거래량 434억 달러(한화 42조원)보다도 훨씬 많은 것이다.
이 정도면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위협’을 넘어 ‘’핵폭탄‘이란 말을 들을 만하다.
올 들어 세계 증시는 중국 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뛰었다. 말레이시아도 23.22%나 올랐고 우리 코스닥도 15.73%가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11.08% 올랐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올라도 서서히 올랐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상승률이 가파르다. 올해 불과 네달이 조금 넘었는데 50%나 올랐다. 이는 반대로 주가가 내려갈 때는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서 세계 언론들이 경고음을 내고 주식 관계자들도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이다.
중국 증시를 산에 비유한다면 그 산은 너무 높고 너무 비탈지다. 산이 높고 가파르기 때문에 멀리,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반면 위험이 더 크다. 한번 넘어진다든지 무슨 사고가 나면 모든 게 끝장이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물론 옆에 있던 사람,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까지 화를 당한다.
높은 산이 위험한 것처럼 중국 증시에 엄청난 거품이 끼어 있어 거품이 빠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아직도 상승 여력이 있다며 긍정론을 편다. 이런 가운데 오늘도 투자자들은 벌떼처럼 증시로 몰리고 있다.
중국은 세계를 위협할 경제적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첫째, 고철 등 원자재다. 중국에서 고철을 사들이면 세계가 난리 난다. 다음은 주식시장이다. 중국 주식이 폭락하면 세계 증시는 충격에 빠진다. 금리와 경제 성장도 그렇다. 금리를 올리고, 경제 성장률을 둔화시키면 당장 주변 국가들
이 치명상을 입는다.
중국은 원래 땅이 넓고 인구가 많아 세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그래서 중국이 너무 잘 나가도 주변국이 어렵다. 반대로 중국이 어려우면 주변 국가들이 고통을 받는다.
#각국의 주가지수는?
주가지수는 주식시세의 전반적 움직임을 숫자로 나타내기 위해 일정 시기의 주가를 100으로 하여 작성하는 지수다. 주식시장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나라마다 지수 이름은 다르다.
우선 미국은 다우존스, 나스닥, S&P500 지수가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12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뉴욕 월가 뿐 아니라 세계 증시의 잣대가 되고 있다. 다우지수의 오르내림에 따라 각국 증시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은 닛케이지수, 홍콩은 항셍지수로 주가를 평가한다. 닛케이나 항셍 둘 다 세계적 주가지수다. 영국은 파이낸셜타임스의 FTSE100 지수가 있다. FTSE도 신문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하다. 세계 투자자와 기업인들이 보고 있다. 독일은 DAX300 지수가 있다.
중국은 상하이지수, 대만은 가권지수, 싱가포르는 STI지수, 캐나다는 CAC지수 등으로 주식시장 흐름을 나타낸다.
한국은 코스피, 코스피200, 코스닥과 스타지수 등이 있다. KOSPI는 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 거래소엔 전통적 산업과 기업이 들어와 있다.
KOSPI200은 거래소 상장 상위 2백위 기업들을 묶어 지수화한 것이다. 그야말로 우량기업 중의 우량기업이라 할 수 있다.
KOSDAQ은 코스닥시장의 종합주가지수다. 스타지수는 KOSDAQ 상위 30위까지 기업들을 한데 묶어 지수화한 것으로 잘 나가는 코스닥기업들이라 보면 된다. 시장 대표성, 유동성 요건, 재무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선정된다.
##주식으로 중국 대륙이 들썩 들썩 얼마나 주식 광풍에 빠졌나?
중국 대륙이 주식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두 달 만에 상하이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가 1000 포인트나 오르고 투자자들은 떼돈을 벌고 있다. 돈이 들어오는 만큼 푹푹 잘 쓴다. 증시 폭풍이 베이징이나 상하이지역 증권사에는 투자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지난주 상하이를 방문했던 사업가 유모씨(56)는 중국의 주식 열풍이 미국을 강타한 ‘토네이도’처럼 거칠었고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쓰나미’처럼 몰려 다녔다고 전했다.
주식 열풍이 너무 거세 일부에서는 거품론이 대두되기도 하지만 태풍처럼 몰아치는 열풍을 식히기엔 아직 거품론이나 위험론의 힘이 달리고 있다. 엄청난 인구가 주식에 눈을 돌려 주식 바람을 다른 데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선 지난 5월9일 상하이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4000 포인트를 넘었다. 이는 올 2월말 3000 포인트를 돌파한지 두 달 만의 일이다. 그 때 전문가들은 올 연말이나 돼야 4000 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지수가 50%나 치솟은 것이다.
주가가 너무 오르자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주식의 거품 현상이 우려된다”고 경고성 메시기를 날리기도 했다. 이런 경고에도 상하이지수는 5월 8일 4.43%, 9일 5.95%가 올랐다. 증권 당국도 놀라고 투자자들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중국 주가가 뛰는 것은 수천만 명의 개미군단이 증시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1400여 상장회사들의 지난 1.4분기 실적이 지난해 4.4 분기보다 40% 이상 는 것도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중국 주식시장은 1년 사이 200% 이상 올랐고 수익률 또한 100%가 넘는 펀드도 많다.
올 1~4월 사이 증시에 새로 뛰어든 사람이 1400만 명을 넘을 정도다. 이는 지난해(500만 명)보다 3배가 넘는 것이다. 매주 100만명, 하루에 최고 30만명이 주식 계좌를 새로 만든 셈이다.
중국의 주식투자 인구는 지난 4월을 기준으로 93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13억 인구의 7%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로 투자자들이 늘면 올 연말에는 1억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들락거릴 전망이다.
1억명이 주식에 눈독을 들인다면 주가는 계속 뛸 것이다. 얼마나 더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대로 1억명이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한다면 그 충격은 중국을 넘어 동남아, 북미, 남미, 유럽 등 세계 시장을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주식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떼돈을 번 사람들도 많다. 한 인터넷잡지에 따르면 주가상승으로 5백대 부호의 자산이 지난해(4억5000만 위안)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8억 위안에 달할 정도다. 5백대 부호의 재산 총액은 1조2000억 위안으로 70배 이상 늘었다. 5백대 부호가 이 정도니 1천대 재산가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고, 일반 투자자들은 또 얼마나 돈 방석에 앉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신나게 벌면 신나게 쓴다
돈은 벌면 쓰는 법. 주식 부자가 불어나면서 그들의 소비도 따라 늘고 있다. 한 예로 베이징의 고급식당 윈룽하이센의 경우 한 테이블에 4명이 식사하려면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400여 개 방이 손님으로 꽉 들어찬다.
4식구가 100만원의 식사를 한다면 우리나라 고급호텔보다 더 비싼 것이다. 돈이 흘러넘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우리도 비슷하다. 증시가 활황이면 서울 여의도가 활기를 찾고, 서울 시내는 물론 변두리 고급식당도 더불어 특수를 맞는다. 술집과 유흥가도 신이 난다.
뿐만 아니라 더플레이스를 비롯한 고급쇼핑몰에도 쇼핑객이 몰고 온 차로 종일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벤츠 등 최고급 승용차를 탄 쇼핑족들이 돈을 물 뿌리듯 쓰고 있는 것이다. 부자가 많은 중국에 주식이 돈을 더 벌게 해준 까닭이다.
이를 증명하듯 베이징의 올해 1.4분기 소비품 판매액은 9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1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15% 는 것이다. 이 수치는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다.
국민들 주머니에 돈이 많으면 나라의 산업구조도 변하게 마련이다. KOTRA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올해 중국의 유망산업으로 편의점, 건강사업, 미용 및 유아용품, 자동차 수리, 조기교육, 노인용품점, 별식 요리점 등이 있다”고 전할 정도다. 이들 사업은 모두가 돈을 쓰는 사업들이다.
중국의 유망사업은 돈 많은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도 외식, 건강, 미용, 유아, 자동차, 조기교육 등과 관련된 사업들이 호황을 누리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돈보다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지낸다는 생각이 밴 것이다.
####주식 광풍은 언제까지 “월가의 구두닦이를 기억하라”
주식시장이 너무 광풍에 빠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국의 언론은 ‘월가 구두닦이 교훈’을 잊지 말라는 기사를 내보내 관심을 끌었다. 주식이 오른다고 무작정 좋아만 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월가의 구두닦이는 1929년 미국의 대공황 직전에 있었던 일화다. 월가의 큰손이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 아버지는 어느 날 월가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다. 그는 구두닦이들이 주식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이제 주식은 다 끝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두닦이가 주식 얘기를 할 정도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증시에 들어와 있고 상투를 잡을 날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주식에서 손을 뗄 때가 됐다는 직감을 구두닦이를 통해서 얻은 것이다. 그는 주식을 팔았다.
그가 주식을 판지 얼마 뒤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을 맞게 됐다. 나라가 공황에 빠졌지만 주식을 팔아 고통을 면할 수 있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주식에 뛰어들면 빨리 손을 털고 나와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구두닦이의 교훈에도 아랑곳 않고 개미와 큰손들은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다. 잘 나가는 넥타이 부대는 말할 것도 없다. 평범한 직장인, 도시근로자, 환경미화원, 시골의 농부들도 주식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심지어는 스님까지도 참여할 정도다. 마치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주식 열풍이 불었을 때 은행에서 돈 빌리고 그것도 모자라 집을 담보 잡히고, 시골에 있는 땅까지 팔아대던 때와 같다. 시골 농부가 객장에 나와 주식을 사던 것과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문제는 금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이후 은행 금리를 두차례 올렸다. 과연 증시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인가 하는 점이 대두됐다. 금리를 올리면 당연히 증시 열풍을 잠재울 수 있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성장과 주식 폭등으로 고민하는 중국 당국이지만 섣불리 금리인상이나 기존의 경제정책을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식 열풍이 갑자기 식을 경우 몰아칠 시베리아의 찬바람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금리만 올리지 않는다면 핵폭탄 증시가 바로 폭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증시 핵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때문에 주변 국
가와 세계 금융시장이 겁을 먹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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