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가스 재앙 2030년에 온다
온실 가스 재앙 2030년에 온다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05-28 15:30
  • 승인 2007.05.28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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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지구 재앙 ‘위험수위’
2030년 8월. 인도네시아에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바다 위에 오밀 조밀 떠있던 섬이 하나 둘 물속에 잠겨 주민들이 인근 높은 섬으로 피한다. 가재도구와 살림살이는 다 팽개치고 몸만 빠져나와 높은 곳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30만 명의 인명 피해를 냈던 쓰나미보다 온 나라가 더 걱정에 빠진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해변 저지대와 섬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주민들이 기절초풍한다. 이런 모습은 남태평양, 인도양, 남미 주변, 오세아니아·지중해 연안의 작고 아름다운 휴양지에서도 벌어진다.



유럽에서는 2m가 넘는 눈이 중부 산악지대를 덮어 화물차 이동을 막았고 남부 유럽은 5백mm의 비가 순식간에 퍼부어 도시가 침수되고 난리를 치른다. 미국 동부에서도 사상 최악의 폭설이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다. 일본은 태풍으로 운행 중이던 신간선 열차가 멈추고 산사태도 일어나 수 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같은 시간 TV방송은 재난으로 떨고 있는 지구촌 곳곳의 모습을 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전문가들이 나와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고하고 각국 정부는 온난화 방지책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다. 대통령과 환경담당 장관은 전화기를 붙들고 대책을 협의하느라 바쁘다.

소설이 아니다. 2030년 불과 20년 뒤에 우리의 눈앞에 닥칠 지구 온난화의 대재앙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남해안, 서해안 해변지역이 온난화 영향으로 작은 섬들이 하나 둘 없어질 것이다.

온실가스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이 넘치며 저지대가 물에 잠겨 인도네시아의 1만7천개 섬 중 2천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후변화 정부 간 위원회(IPCC)보고서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와 유럽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지표면 온도 급상승

지구온난화. 곧 다가올 인류의 재앙이다.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불화탄수(PFC), 아산화질소(N2O), 수소화불화탄소(HFC), 불화유황(SF6) 등 6종의 온실가스로 지표면의 온도가 오르면서 문제가 벌어진다.

IPCC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는 1990년보다 1.4~5.8도가 올라 해수면이 13~58cm나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표면 대기온도는 지난 1백년 동안 0.3~0.6도 상승했다. 해수면 높이는 10~25cm 올라 폭설과 폭우를 불러오고 있다.

지구온난화 피해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남극 북극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올라간다. 바닷가 낮은 곳은 대부분 침수돼 ‘물 세상’으로 변한다. 해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쳐 강력한 태풍을 일으킨다. 남극, 북극, 동물, 식물군 변화도 불러온다.

온난화는 또 때와 곳을 가리지 않는 홍수, 폭설, 폭염을 동반하는 이상 한파와 이상 난동, 지구 사막화, 생태계 변화로 인한 생물종 변화,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부족 등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특히 수 억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 받게 된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농도는 산업혁명 전에 280ppm이었으나 지금은 370ppm 수준이다. 각국이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서지 않으면 2030년엔 700ppm을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지구의 평균온도가 4도 쯤 올라 세계 40% 이상의 생물이 멸종 위기를 맞는다. 그때 가서 온실가스를 덜 내뿜는 대체에너지를 개발한다고 할 때 세계 국내 총생산(GDP)의 3%, 우리 돈으로 2000조원이 있어야 한다.


#온실가스 규제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온실가스 규제는 우리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전기요금과 주택 건설, 산업, 기름 값 인상 등 부작용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데 결국은 그 비용이 모두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한전의 경우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관계로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지금처럼 전기를 만들려면 수 조원 상당의 배출권을 사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출권 구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은 바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청정시스템을 갖추는데도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 비용부담을 고려해 에너지를 적게 쓰며 전기 생산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기를 줄이면 국내 산업에 치명타를 가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 오름세로 이어진다는 결론이다.

온실가스 규제가 본격화되면 아파트값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는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에서 많이 나온다. 지금의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배출권을 산다면 생산비가 두 배로 뛴다. 이 경우 시멘트가 부족할 수도 있고 자칫 값이 폭등할 수도 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정유회사들은 더욱 심각해진다. 2004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맞추는데 들어가는 경비만 업체당 3천억원은 있어야 한다. 결국 기름 값 인상이 불가피하고 그 부담은 운전자들이 짊어져야 할 판이다.

포항제철과 같은 철강업체들도 고민은 많다. 온실가스를 50%쯤 줄여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생산량도 함께 준다. 세계를 주름잡는 철강회사의 명성을 지킬 수 있을 지도 걱정이다. 배출권을 사서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이려면 한해에 약 1조원이 있어야 한다. 배출권은 당연히 소비자들 몫이다.


##미래 ‘황금 시장’ 온실가스 배출권

지구온난화 주범 온실가스가 ‘황금사업’으로 Em고 있다. 당장은 천덕꾸러기, 골칫거리로 전락했지만 온난화 문제가 심해질수록 앞서가는 기업들은 이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온실가스 사업은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을 할당해놓고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하거나 청정시설을 갖춘 기업이 쓰고 남은 온실가스를 다른 기업에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게 하기 위한 강제 수단이다.

온실가스를 사고파는 권리를 ‘온실가스 배출권’이라고 한다. 이는 일반 상거래와는 다르다. 일반 상거래는 많이 만들어 많이 파는 게 순리지만 온실가스 배출권은 적게 쓰고 남는 것을 다른 업체에 파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기업들이 온실가스 규제를 통한 수익모델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권이 지금은 미미하나 유망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현재 200개 기업들이 2010년까지 온실사스 배출량을 6% 줄인다는 약속을 하고 시카고 기후거래소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고 있다. 배출권 값은 t당 4달러 안팎이다. 거래소가 문을 연 2002년엔 t당 90센트였다. 5년 사이 4배 이상 값이 뛴 것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이 분야에 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온실가스 투자업체인 에코시큐리티스가 미국에 진출했다. 에코시쿠리티스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가 ‘황금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은 2005년 1월 이산화탄소거래소를 세웠다. 에너지소비가 많은 1만 2000여 기업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할당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은 t당 8유로(약 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3년엔 20~40유로(약 2만5000~ 5만원)에 거래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후성그룹 계열의 퍼스텍, 울산화학의 울산공장이 앞서가고 있다. 이 공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줄이기 설비를 개발하는 등 청정개발체제(CDM) 구축을 통해 366만t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아 영국, 일본 기업 등에 팔았다. 국내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팔기는 이 회사가 처음이다. 또 정밀화학 소재 업체인 휴켐스도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갖고 있다. 그 가치는 1200만 유로에 이른다.

한화는 온산공단 질산공장에서 생기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신 감축분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을 파는 CDM사업을 본격화한다. 한화는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의 사업은 온산공단 질산공장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를 촉매 활용으로 분해·처리하는 것으로 한해
28만t, 150억~200억원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국의 온실가스 대책들

1997년 발표된 도쿄의정서에 따라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호주, 일본 등 선진 34개국은 2008~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5년보다 약 5% 줄여야 한다. 구체적으론 EU가 8%, 일본은 6%를 줄이기로 약속했다. EU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방출량을 30% 줄인다.

미국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안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너무 억제하면 제조업 등 미국 산업계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행히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월15일 앞으로 10년 내 휘발유 소비를 20% 줄이고 대체연료사용을 지금보다 7배 쯤 많은 350억 갤런으로 늘려 온실 가스 증가를 억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미약하다며 자동차의 낮은 연비를 개선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원 상무위원회는 자동차회사별 평균 연비 기준을 현행 갤런당 27.5마일(44.25km)에서 2020년에는 35마일(56.33km)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EU는 온실가스 감축을 큰 어려움 없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경우 옛 동독의 낡은 시설을 고쳐 에너지효율을 높이면 온실가스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프랑스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많이 쓰므로 이산화탄소 발생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국은 석유나 석탄을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꿔 걱정할 게 없다.

한국은 2013~2017년까지 온실가스를 줄이는 2차 의무감축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국민 한 사람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61t으로 세계 10위였다. 유럽(7.72t), 일본(9.52t)보다 높다. 연간 배출량은 4억4800만t이나 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는 1990년보다 배출량 기준으로 1백4.6%나 불어났다. 배출 증가율로는 세계 1위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감축대상국에서 빠져있다. 정부 차원의 기후변화협약대책위원회는 연평균 온실가스 증가율을 5%에서 3%로 낮출 계획이다. 또 SK(주)와 동서발전 등 5개 발전사, LG화학 등 기업과 사내배출권 거래제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온실가스 배출 통계 시스템도 구축한다. 정부의 이런 계획에도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94%가 자동차, 공장, 발전소 등 에너지 소비와 산업공정에서 생기고 있어 가스를 크게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온실가스 줄이기의 가장 쉬운 방법은 자동차 운행과 공장 가동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장 국민들 생활과 산업생산에 지장을 가져온다. 이게 어려우면 차 연비를 높이고 공장에 청정시설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교토의 정서란?

선진국들이 일본 교토에 모여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를 줄이기로 약속한 환경 관련 국제규약이다. UN은 1992~2000년까지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1990년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이에 주요 선진국(미국, EU, 러시아, 일본 등 38개국)들이 1997년 교토에 다시 모여 2008~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평균 5.2% 줄이기로 다시 약속했다. 이로써 미국은 7%, 유럽연합(EU) 8% 등 정해진 목표량을 지켜야 한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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