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절상 않고 뭐하는 거야”
“통화 절상 않고 뭐하는 거야”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06-26 11:31
  • 승인 2007.06.26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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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국가 환율전쟁

태평양 연안 국가의 환율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가장 치열하다. 일본은 미·중 싸움의 어부지리를 즐기고 있고 우리나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입장이다. 어떻게 보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에 대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헨리 폴리 미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나라의 상징’이라고 대놓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반 중국 감정이 치솟고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미국 대중국 무역적자 2천3백억 달러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2300억 달러를 넘었고 올 1·4분기에만 520억 달러나 적자를 냈으니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240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만하다. 이 정도 적자라면 어떤 나라도 불만을 갖게 될 것이다.

미국 상원은 지난달 환율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을 겨냥,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촉구하는 법안을 내기로 결의한 바 있다. 미 행정부가 불공
정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의회가 법을 만들어서라도 중국을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환율 보복법안이다.

이 법안은 인위적 환율조작 등으로 미국 시장이 크게 왜곡된다면 재무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달러의 대외 환율을 시장 자율에 맡겨 왔으나 앞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환율정책의 권한이 무역문제와 연계시킨 미국 무역대표부 (USTR)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율에 대한 미국 입장이 지금보다 더 강경해지고 중국, 일본, 한국 등에 대한 통화절상 압력도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꼭 환율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미국이 계속해서 위안화를 절상하도록 압력을 넣는다면 막대한 외환보유액으로 사놓은 미국 채권을 팔아버리겠다고 겁을 주고 있다. 중국은 1조 2000억 달러의 어마어마한 외환을 갖고 있다.

미국은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 대규모 무역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위안화를 조금만 절상해도 미국으로서는 무역수지를 상당폭 줄
일 수 있는 까닭이다.


미중일 환율싸움 우리 수출경쟁력 하락 후폭풍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는 중국의 입장, 또 중국이 갖고 있는 막대한 달러가 중국 입장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위안화를 절상하는 쪽으로 미·중 대화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막강한 중국의 경제력을 무시할 수 없고, 중국도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켜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이 계속되자 지난주 달러화에 대한 변동 폭을 일부 확대했다. 위안화 절상속도를 최대한 조절하면서 수출을 통해 저평가된 위안화의 이점을 챙겨보자는 뜻에서였을 것이다.

우이 중국 부총리는 최근 글로벌 경제시대에 대결과 압력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며 미국 압박을 피해갔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지나치게 절상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물가가 올라 미국의 물가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중국에 대해 일정 수준에서 절상토록 압력
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도 간단치 않다. 일본은 지난해 경상수지가 21조2000억 엔을 기록, 경제가 완연한 회복기로 접어들었다. 일본 정부는 엔화 절상을 막기 위해 외형적으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지만 외환 당국이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형식으로 엔화 절상을 사실상 막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결국 달러화가 일본으로 들어오지 않고 엔화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지도록 교묘하게 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엔화는 달러화를 비롯한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다.

지난해 일본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낸 것도 이 같은 엔화 약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지 오미 일본 재무상은 최근 ‘통화와 주식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는 말로 엔화 절상 압력을 슬그머니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유의해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엔화 절상 압력에 대한 미지근한 답변이다.

이들 미국, 일본, 중국의 환율 싸움은 우리나라에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올라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환율이란?
우리나라 돈과 외국 돈 교환비율


환율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돈과 외국 돈의 교환비율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외국 돈과 비교한 우리 돈의 가치를 나타낸다. 환율은 외환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 반대로 외환 수요와 공급은 국제수지, 내외 금리차, 국내 물가 등 복잡한 정치ㆍ사회적 요인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우리 돈과 달러, 엔화 등 외국 돈은 서로 상대적 위치에 있다. 원화가 상승하면 달러는 내리고, 달러가 오르면 원화가치가 떨어진다. 한쪽 돈의 가치가 올라가면 다른 쪽 돈은 내리게 마련이다. 놀이터의 시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환율은 어떤 나라의 돈을 기준으로 나타내느냐에 따라 2가지로 표시한다. 외국 돈을 기준으로 해서 환율을 나타낼 땐 U$1=₩1000으로 표시한다. 외국 돈 1단위를 받기 위해 우리 돈을 얼마나 주어야 할지 나타내는 방법이다. 이를 자국통화환율 또는 지급환율이라고 한다.

반대로 우리 돈을 기준으로 해서 원화 1단위로 외국 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나타내는 것이 있다. ₩1=U$0.001로 나타낸다. 이런 표시법을 외국통화 표시환율 또는 수취환율이라고 한다.

환율은 그때그때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이는 통화의 대외가치가 수시로 달라지는 것을 뜻한다. 환율이 올랐다든가 내렸다고 할 때는 환율표시 방법에 주의해야 한다.

외국통화 표시환율의 경우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 나라 통화의 대외가치가 올랐다는 것을 뜻하지만 자국 통화 환율의 경우는 그 의미가 반대로 해석된다.

달리 말해 우리나라 돈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이 1달러 당 1000원에서 800원으로 바뀌었다면 우리는 환율이 내렸다고 한다. 이것은 달러화에 대한 우리 돈 가치가 오른 것이다. 즉 원화가 절상된 것을 뜻하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외환보유고 걱정될 정도로 넘쳐 고민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고민이 많다. 고민보다 걱정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지난 4월과 5월 외환보유액이 33억 달러, 35억 달러씩 늘었다. 이는 외환 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달러화를 사들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약 2400억 달러 선이다. 1997년 외환 부족으로 겪었던 ‘IMF 고통’을 기억하면 외환보유고가 많은 게 천만다행이지만 요즘은 너무 많아 오히려 걱정될 정도다.

우리나라를 사이에 둔 일본과 중국이 통화 절상을 하지 않으면 원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화는 자국 여건은 물론 주변국의 경제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원화의 나 홀로 강세는 최근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2001년부터 징후가 생겨났다. 2002년 이후 달러화 대비 원화는 41%나 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엔화와 위안화 절상 폭은 각각 6.9%, 8.4%에 머문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이다.

이런 현상으로 중국과 일본 기업들은 수출증가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어려움이 크다. 최근 KOTRA(무역투자진흥공사)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78%가 2006년 일본에 대한 수출이 줄었다고 했다. 수출이 80% 이상 줄어든 업체도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대일 수출 증가율은 1.1%. 대신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늘어 대일 무역적자는 100억 달러를 넘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올해 말에는 대일 무역적자가 300억 달러는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돈 30조원에 가까운 액수다.

통화 당국은 외화차입으로 인한 과잉유동성(현금)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그럴 경우 원화가치 상승을 촉발할 수 있어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금리 인상은 자칫 국내 금융시장 흐름을 왜곡할 우려도 있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물가·생산 활동·국제 수지에 큰 영향

환율변동은 국내 물가와 생산 활동, 국제 수지 등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율 자체가 국내 물가, 내외 금리 차이에 따라 영향을 받으면서도 반대로 국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가치가 상승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달러로 표시한 수출상품값을 끌어올린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수출이 준다. 수출이 줄면 외국에서 들어오는 돈이 적어 경제성장이 둔화된다. 일자리가 없어져 실업자도 는다.

반면 상품을 수입할 때는 환율 하락 분만큼 수입상품 값이 떨어지고 수입이 늘게 된다. 그러면 자연히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환율하락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환율이 내려가면 수입상품값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원유 · 철강재 · 비철금속 등 수입 원자재 값이 하락, 상품의 제조원가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많은 자본을 들여오고 있다. 환율이 내리면 외국 빚을 갚을 때 원금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좋은 점이 있다. 환율이 내릴 때는 외국 돈을 많이 쓰는 게 유리하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고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달러화 표시 수출품값이 하락해 수출은 잘 되고 수입상품값이 비싸, 수입은 줄게 된다.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 경상수지 개선이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처럼 원자재와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국내 물가가 바로 올라간다. 또 외국에 빚을 진 기업들의 원금상환 부담도 무거워진다.

이렇게 볼 때 환율은 내려도 골치고, 올라도 골치다. 단지 어느 선에서 환율을 유지하느냐가 외환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이 서로 통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에서다. 단지 그 정도가 문제일 뿐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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