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모기지 론이 심상치 않다
미국의 모기지 론이 심상치 않다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7-08-21 14:08
  • 승인 2007.08.2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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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산 후폭풍
미국의 모기지론이 심상치 않다. 모기지론 회사가 잇달아 파산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모기지론 회사 파산의 영향이 미국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 각국으로 파도처럼 번져가고 있다. 금융시장을 강타, 주식과 환율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모기지론은 집을 사는 사람들에게 20년, 30년 등 장기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아주 보편화 되어 있는 제도다. 천만장자, 억만장자가 아니고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모기지론을 이용해 집을 산다. 집 마련의 교과서적 방법이 바로 ‘모기지론’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다 보니 모기지론 회사도 많고, 그들이 빌려준 돈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기지론 회사의 영업실적은 미국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적이 좋다’는 말 한마디에 주가가 뛰고, ‘실적이 부진하다’는 소리에 신용경색이 우려된다. 이렇게 해서 결국은 주가가 폭락하는 곳이 미국이다.

우리의 경우 아파트를 사거나 새로 분양받으면서 은행의 대출을 끼는 경우가 많다. 이게 미국식 표현으로 하면 모기지다. 미국의 모기지론과 우리의 대출은 내용은 같지만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모기지론이 돈이 있거나 없거나 일반화된 관행이다. 반면 우리의 대출은 없는 사람이 집을 사기 위해 눈물 나는 ‘수단’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돈 많은 사람은 현금으로 아파트를 사서 본인이 들어가 살든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보편화 돼있다.

지난 6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비우량 담보대출)가 파산했다. 이번에는 아메리칸 홈이라는 괜찮은 모기지 회사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아메리칸 홈은 미국 내 10위 안에 드는 큰 업체로 알려졌다. 둘 다 미국에 충격을 안겨줬다. 그 충격은 우리에게도 직격탄으로 날아왔다.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서브프라임은 어려운 사람에게 비싼 이자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게 특징이다. 일이 잘못돼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예 대출이자를 많이 받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소득액을 제대로 제시할 수 없거나 있어도 얼마 되지 않는 사람, 자영업자, 불규칙한 수입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정상적인 대출(프라임 대출)보다 3~5% 이자를 더 받는다.

모기지 업체는 높은 이자를 받아서 좋고, 정상 통로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은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정상적인 프라임금리가 5%일 때 서브프라임 금리는 3~5%를 더 받으므로 금융사들은 앞을 다퉈 서브프라임시장에 뛰어든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높은 이자로 빌려주고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속셈(?)이 발동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진다든지 대출받은 사람이 대출금을 갚지 못한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심하면 금융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기까지 한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무너지고 돈을 빌린 사람은 거리로 나앉는다.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치고 그 여파로 세계경제는 험한 파도를 타야 한다.

서브프라임은 위험성이 있는 반면 한번 잘되면 엄청난 수익을 챙길 수 있어 헤지펀드가 꼭 끼어든다. 서브프라임 자체도 위험성이 있는데다 투기성이 짙은 헤지펀드까지 가세하니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서브프라임에는 은행과 펀드, 각종 연금, 헤지펀드까지 총 출동하고 있다. 모두가 도박인 셈이다. 잘되면 대박이고 못되면 쪽박을 차야 한다. 대박과 쪽박을 알면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 누구에게나 일확천금의 꿈이 있는 것 같다.

한편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AP통신은 최근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모기지 금융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믹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어려움에 빠진 대출자들을 위해 새 모기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차드 사이론 프레디믹 CEO(최고 경영자)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대출자들에게 유리한 서브프라임 상품을 개발, 곧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새 상품에는 고정금리 기간을 더 늘린 변동금리 모기지 뿐 아니라 30년과 40년 고정금리 모기지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또 대니얼 매드 패니매 CEO는 “서브프라임 최고 대출기간을 현재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대출기간 연장으로 대출자들의 월 상환액이 5% 쯤 줄 것이다”고 말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도 서브프라임 부실로 파산하는 것을 막기위해 모기지 금융기관은 대출자들에게 좀 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들 생각은 서브프라임 부실 방치로 인한 국가경제 파탄을 미리 막아보자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메리칸 홈 사태
알트A 모기지사업 파산 불똥, 주식 휴지조각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터진지 2달 만에 일어난 또 다른 모기지 사고다. 아메리칸 홈 모기지는 비교적 신용이 괜찮은 사람들을 상대로 주택대출을 해주는 알트A 모기지 사업을 하다 이번에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올 1분기를 기준으로 아메리칸 홈의 부채는 1백93억 달러. 자산은 장부가 기준으로 2백6억 달러다.

이 회사 주가는 올 해 초만 해도 주당 35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파산신청 뒤엔 0.44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회사 주식은 결국 거래정지가 되고 말았다. 35달러짜리가 0.44달러로 떨어진 것은 주식이 휴지조각이 됐다는 얘기다.

아메리칸 홈은 JP모건, 도이체방크, 웰밍턴 트러스 등 채권단이 경쟁적으로 자금을 회수해 어쩔 수 없이 직원 6천5백 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고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알트A 모기지 (아메리칸 홈)는 우량대출인 프라임 모기지와 비우량대출인 서브프라임의 중간정도 신용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신용등급이 아주 낮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자주 문제가 되었지만 신용이 비교적 좋은 알트A 모기지까지 부실이 발생했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업계 2위의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50개 이상의 모기지 업체들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들 대부분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서브프라임 모지기 상품을 취급했다.

하지만 뉴센추리 파이낸셜과 아메리칸 홈 등을 볼 때 모기지 업체의 파산이 서브프라임 등급에서 알트A 등급으로 옮겨 오는 것은 아닌지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알트A 모기지의 연체율은 2.69%였다. 이는 1년 전 보다 0.89%가 높은 것이다. 내년 5월에는 3.92%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프라임 모기지인 ‘점보론’의 연체율은 지난해 5월 0.22%에서 올 5월에 0.37%로 올랐다. 내년에는 0.53%까지 올라갈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다봤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대표적인 헤지펀드인 글로벌알파펀드가 서브프라임 부실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 펀드가 최근 2주간 12%의 평가손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1조7천억 달러에 달하는 헤지펀드가 신용경색에 휘말려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잇따른 경고
올 초부터 징후, 150만명 집 잃는 사태 발생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6월에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다. 올 초부터 징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연초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가능성 커지면서 미국경제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13.33%로 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무너질 경우 1백50만 명의 미국인들이 집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3월 14일 ‘서브프라임 위기론’이 나오자 국내 증시도 즉각 반응,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30% 포인트나 떨어졌다. 코스닥도 8% 포인트 이상 빠졌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FRB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해결될 가능성은 ‘10% 미만’이라며 자칫 이 여파가 미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수전 비에스 FRB 이사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주택경기 둔화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집을 팔거나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주택경기가 활성화 되면 집을 팔기도 쉽고, 갖고 있는 집을 담보로 다시 대출 받아 큰 집을 사기가 수월한 것은 미국이나 우리와 같다.

반대로 주택경기가 침체되면 집을 팔기도 어렵고, 돈을 빌리기도 어려운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미국경제의 징후가 심상치 않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주택 가압류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미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의 무차별적인 가압류를 막기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를 구제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잘 인식한 것이다.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파문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경제전문가, 언론, 정치인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서브프라임의 부실이 알트A 모기지,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을 불러와 결국 경제가 도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 받나?
주택대출규모 3백조원, 잘 안되면 경제마비 경고음


우리나라는 주식 가격이 수차례 폭락했다. 다행히 곤두박질친 주가가 8월 8일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으로 회복 되는가 했더니 10일 다시 대폭락하고 말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가 유럽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정상회담 약발도 서브프라임의 위기 앞에서는 효과가 없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부적 요인보다 외부 요인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례로 국내에서 증시를 올릴만한 뉴스가 별로 없어도 미국 등의 경기가 좋아지거나 석유 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증시는 당장 오른다. 뉴욕증시 지수가 오르면 우리도 오른다. 반대로 우리 증시가 미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서브프라임 파문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먼저 주식가격 하락으로 나타난다. 다음은 국내에서도 주택대출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지금도 일
정 수입이 있어야 주택대출을 받는데 앞으로는 심사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대출은 돈을 빌린 사람은 말할 것 없고 금융기관까지 곤경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대출은 아니지만 국내도 주택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대출을 억제, 부동산투기를 잡아보자는 정부의 시각과 담보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경우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금융기관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서 그렇다.

우리의 경우 주택대출 규모가 3백조 원을 넘어 집값이 떨어지거나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파문이 일게 마련이다.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조차 마음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게 주택대출이다. 3백조 원의 대출금 중 몇 %라도 부실이 생기면 우리경제는 마비된다. 경제가 자칫 뇌사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주택대출이 부실화 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돈을 빌린 사람과 금융기관과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경제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려 버린다. 전쟁을 치른 것보다 더 큰 피해가 날 수도 있다.

최근에 건설업체 신일이 부도났을 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대출 대상만 다를 뿐 서브프라임 부실대출과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 건설사에 돈을 빌려주고 못 받는 것과, 집 구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것은 같은 얘기다. 둘 다 돈을 빌린 사람과 돈을 빌려준 금융권이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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