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부장관의 ‘튀는 행보’ 논란
유인촌 문화부장관의 ‘튀는 행보’ 논란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8-18 09:47
  • 승인 2009.08.18 09:47
  • 호수 799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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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통과 기념 만찬 초청 무산 ‘사연’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 8월 개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안절부절이다. 출입기자단, 문화부 데스크 등 언론을 상대로 만찬을 주최해 ‘장관 유임’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특히 유 장관은 지난 7월 22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사무처 직원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미디어법이 강행 통과된 이후 보좌진과 만찬자리를 가지려다 주위의 시선으로 취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 장관이 이처럼 언론과 국회를 챙기는 것에 대해 장관 유임을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군이 하나같이 강력한 실세들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미디어법 통과이후 한나라당 보좌진 만찬 초청은 ‘튀는 행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7월22일 이명박 정권이 심혈을 기울였던 미디어법이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강행처리로 통과됐다. 야당과 물리적 충돌까지 마다하지 않은 채 통과된 미디어법으로 한숨을 돌린이는 따로 있었다. 바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다. 자칫 이번에도 통과가 안됐을 경우 그 후폭풍은 문화부 장관직까지 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국회 행정실 관계자는 고생한(?) 한나라당 문방위 소속 의원실의 보좌진들에게 밥을 사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통과 과정에 ‘재투표 문제’가 불거져 한나라당 문방위 관계자들끼리 회식은 자칫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취소됐다.

이번 회식 주체가 국회내 문방위 전문위원이었지만 파견나온 문화부 관계자가 주선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회식은 물 건너 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7월말 이번에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실로부터 전화가 왔다. 8월초에 압구정도 00낚지 집에서 만찬 초청을 한 것이다.

특히 장관 정책보좌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것은 당연히 유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나라당 보좌관들조차 왜 미디어법 통과된 직후 만찬에 초청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보낼 정도였다.

그러나 유 장관의 만찬은 몇 몇 기자들이 냄새를 맡으면서 취소됐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취소했다는 게 당사자들의 전언이다. 이 자리에 초청을 받은 한나라당 한 보좌관은 “1차로 밥을 사려고 한 것은 문방위 국회 행정실 수석으로 문화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우리가 미디어법 통과로 고생하는데 한번 밥을 사라고 농담 삼아 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나라당 보좌진을 먼저 사고 그 다음에 민주당 보좌진에게 밥을 사려했지만 취소됐다”고 덧붙였다.


1차 회식 무산, 2차 낚지 회식마저…왜 초청했나

1차로 무산됐던 회식은 7월말 문화부 장관 정책 보좌관이 다시 회식을 제안해 눈길을 모았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보좌진들만으로 구성해 서울시내 압구정동 00낚지집에서 유 장관까지 포함해 저녁식사를 겸하는 자리였다.

당연히 한나라당 보좌관들은 수락했다. 그러나 도중에 다시 약속장소는 유 장관 사정으로 인해 광화문 모 식당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약속 장소로 옮기는 도중 국회 출입기자들이 한나라당과 유 장관의 만찬 소식을 접한 이후 취재에 들어가면서 돌연 무산됐다. 그 배경관련해 이 인사는 “기자들이 눈치를 챈 이상 보기 않좋다는 의견이 분분해 발길을 국회로 돌려 우리끼리 밥 먹었다”며 “모양새가 좋지 않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장관이 한나라당 보좌진만 만찬에 초청한 것과 관련해 질문하자 “우리도 잘 모르겠다”며 “그러나 신재민 차관도 한나라당 보좌진에게 밥을 사고 했다”고 정치적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다.

하지만 만찬날이 8월초로 미디어법 통과로 여야가 대치정국이었고 이명박 정권의 개각설이 정국의 핫이슈로 나오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문화부 장관직 연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였겠느냐가 문방위 위원실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유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와 5년 동안 함께할 것”, “중간에 장관직을 그만두긴 아쉽다”, “대통령을 더 보좌하고 싶다” 는 등 8월 개각에 유임되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유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졌고 본인 역시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예상밖으로 지지율이 안나오고 당내 사정 역시 여의치 않자 심경이 변했다는 후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한나라당내에서는 유 장관을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 것은 차기 문화부장관직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하나같이 이명박 정권 실세라는 점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 장관, 정권 실세 4인방 차기 장관 거론…전전긍긍

일단 문화부장관으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로는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전 의원을 비롯해 박형준 홍보기획관, 정두언 의원, 신재민 차관, 이동관 대변인, 나경원 의원 등 쟁쟁한 인물군들로 하나같이 강력한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 이번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 문방위 간사로서 혁혁한 공을 세워 문화부 장관으로 급부상한 인사다. 이재오 전 의원과 박형준 기획관은 현재 후보군에서 멀어져 4파전 양상을 띄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내 관측이다. 무엇보다 여권 내에서는 ‘인사검증은 끝났다’며 낙점여부만 남았다고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신재민 차관 역시 문화부 장관직이 교체될 경우 실세 차관으로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1차관으로 자리를 옮긴이후 문화관련 공부에 열심이고 문화.예술인을 직접 만나 현장 목소리를 챙기는 동시에 공연.영화 담당 기자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갖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과 정두언 의원의 경우 역시 여타 후보군들의 ‘실세 정치인’군에서 떨어지지 않는 인사들로 낙점만 된다면 당장 ‘실세 장관’으로 급부상할 인사들로 유 장관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정권의 핵심실세들이 문화부 장관직에 연연하는 것과 관련 정치 공방에 휩쌓일 일이 없는 반면 주변에 베풀 일이 많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특히 문화부에 산하단체가 많아서 지역을 챙겨줄 여윳돈까지 생긴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실세들의 틈바구니속에 유 장관이 ‘유임’될지 ‘교체’될지에 정치권은 8월 개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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