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세력 대통합 작업 난항 예상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그 시험대는 지난 10년간을 재평가하는 10년 위원회를 통해서다. 10년 위원회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한 재평가를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아직 당내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두고 계파간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외 친노인사들은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과 별도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착수하고 있어 본래 취지인 대통합이라는 둘레를 벗어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일부 친노인사들의 경우 신당창당을 모색하고 있어 정 대표의 고민이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정 대표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순회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최근 심장마비로 타계한 고 조오련 선수의 장례식장에도 참석하는 등 국회를 벗어나 국민들 속으로 직접 몸을 던져 민생탐방을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 대표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법이 강행처리 되기 전에는 야당 대표로서 단식투쟁을 감행했다. 직권상정으로 표결 처리되자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회 밖으로 나와 대여투쟁의 고삐를 바투 잡았다. 이런 모습에서 야당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세균 대표 체제 2기를 맞아 지도부 개편을 목전에 두고 있으면서 더욱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태다. 차기 대권에 대한 꿈이 있는 정 대표로선 정치적 쟁점사항에 따른 전투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를 위해 국회안 보다는 국회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부담감도 있다. 당장 민주세력 대통합 작업이 진행 중에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중심으로의 대통합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은 ‘민주정부 10년 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 10년간을 재평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위원회에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박지원, 박선숙, 백원우 의원 등 현직 의원들과 안희정 최고위원, 이인영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한상진 서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등 학자 그룹, 김성재 김대중도서관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10년 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정치, 경제, 사회, 통일외교안보 등 4개 분야를 나눠 평가작업을 벌이게 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10년 위원회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의 이유도 있지만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하는 민주세력의 대통합에 더 큰 뜻이 있다. 결국 민주당을 주축으로 민주세력의 통합 작업의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재평가 작업에 대한 문제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내에서도 어떤 것을 평가 계승해야하는지에 대한 당내 계파간의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 컨설팅 업체 포스 커뮤니케이션의 이경헌 대표는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와 계승점의 기준을 국가정책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와 통치행위를 중심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엔 당내 구성원들의 정치적 이질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계승 작업과 대통합에 대한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 밖에 머물고 있는 친노세력
민주당내의 계파간 목소리를 한 곳으로 끌어 모으기 위해선 정 대표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지난 10년을 계승하기 위한 작업도 작업이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대통합 작업을 위해선 당내에 분열돼 있는 계파를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당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원외 친노인사들의 경우 독자적인 노 전 대통령 정신 계승사업을 하고 있고 일부 친노인사들의 경우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한곳으로 묶느냐가 최대의 난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당내 친노 인사들의 경우에는 10년 위원회를 축으로 계승 작업을 시작한 상황이지만 당외 인사들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이달 25일부터 ‘노무현 시민학교’라는 강좌를 개설하고 유시민, 이해찬, 박원순, 문재인 등 친노 인사들이 강사로 참여해 시민들에게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강의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천호선 전 대변인과 이병완 전 비서실장을 주축으로 한 신당창당설까지 나오면서 민주세력 대연합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친노 인사들끼리도 현재 세력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을 축으로 하는 대연합이 과연 이뤄질지 의문이 든다. 이를 위해 정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또한 후반기를 맞이하면서 원외 거물급 인사인 김근태, 손학규 전 의장, 정동영 의원 등의 복귀가 예정돼 있다. 이런 만큼 친노 인사들이 민주당으로 흡수되는 것 보다는 독자 세력화를 통한 결집 움직임이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대연합으로 가는 열쇠는 정 대표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노 인사들이 민주당으로 들어오기 위해선 공천문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주류측이 기득권을 포기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경헌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이전까지 대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남아있다. 친노세력이 주장하는 정당시스템개편, 공천제도의 완전한 개조, 정치 신인들의 정계 진출 보장 등을 민주당이 수렴하느냐다. 이것이 통합의 마지막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이고 결국 민주당 주류의 기득권 포기 여부가 대통합을 결정 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를 축으로 하는 주류측의 기득권 포기가 과연 얼마나 실현될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대여 투쟁에 나선 정 대표가 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계승 작업을 통해 민주 세력 대통합을 어떻게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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