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 ‘박희태와 연대 이재오 친다’
박근혜(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 ‘박희태와 연대 이재오 친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8-11 09:12
  • 승인 2009.08.11 09:12
  • 호수 798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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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친박화로 MB 친정체제 ‘견제’
박희태 · 박근혜 · 이재오

미디어법 통과이후 여의도는 정치 방학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휴가철을 맞이해 고민에 빠진 인사가 있다. 바로 한나라당 박희태 당 대표다. 오는 10월 경남 양산 재보선 출마를 앞두고 대표직 유지 여부로 고민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진영에서는 대표직을 갖고 나서라는 주장인 반면 친이 진영은 하루라도 빨리 직을 버리고 출마하라는 상반된 입장이다. 특히 대표직을 두고 친이, 친박, 박 대표가 서로 아킬레스건을 쥐고 눈치전이 한창이다. ‘적의 적은 동지다’라는 측면에서 친박과 박희태 대표가 친이를 상대로 일시적 연대를 꾀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분수령은 경남 양산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친박 후보의 거취 여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희태 당 대표의 대표직 유지 여부를 두고 친이, 친박, 박 대표간 수싸움이 한창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지난 몽골방문에서 박희태 대표의 경남 양산 재보선 출마에 긍정적인 싸인을 보낸 바 있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진영은 박 대표가 그동안 친박 의원들의 복당 문제와 친박 당협위원장 임명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출마를 지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박 진영은 ‘당 대표직’을 유지한 채 출마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친이 진영은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재보선 출마 자체에 대해서도 불만이지만 굳이 출마를 한다면 9월달에 대표직을 버리고 나서라는 주문이다.


친이, 박희태 국회의장?
차라리 안상수 카드로

외형상 핵심 키는 박희태 당 대표가 쥐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일단 박 대표는 경남 양산 출마를 굳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뱃지 없는 ‘무관’의 관리형 당 대표로서 설움을 차치하고라도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정치를 정리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당 대표직을 버리고 출마 할 것이냐 갖고 할 것이냐를 두고 박 대표는 정치 도박을 벌이고 있다.

당 대표직을 조기에 던지고 출마할 경우 이재오 그룹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당연히 친박 진영과는 원수지간이 될 수 있다. 반면 대표직을 유지한 채 출마할 경우 반대가 된다. 친이 진영은 9월 조기전대가 물리적으로 힘들다면 11월 후반기 전대 개최나 내년 1~2월 전대를 통해서라도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박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전제가 되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친이 그룹은 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출마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자칫 패할 경우 집권 여당 대표가 한나라당 텃밭에서 패했다는 후폭풍은 불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야권은 한발 더 나아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 결과’라고 조기 레임덕에 불을 붙일 공산 역시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이 진영은 청와대의 부담을 들어 ‘차리리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하반기 국회의장으로서 박 대표의 MB 정권에 대한 ‘충성심’ 역시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친이 진영이 믿었던 김형오 국회의장마저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우유부단함’과 ‘자기 정치’ 태도에 비춰볼 때 정치 인생을 정리하는 박 대표가 하반기 국회의장이 돼서 이명박 정권의 입법전쟁에 적극 나설 공산이 낮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한때 친이 일각에서는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박 대표보다 차라리 4선의 친이 강성인 안상수 원내 대표가 맡는 게 낫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친이 진영에서는 ‘안상수 국회의장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박 대표가 대표직을 버릴 경우 ‘지도부 집단사퇴’를 통해 당내 넘버2인 안 원내대표가 ‘비대위 체제’로 당을 이끄는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아울러 10월 재보선 이후 쇄신안을 받아들여 조기전대 개최와 함께 안 원내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면 6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뒤를 잇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경우 후반기 국회의장감으로 6선의 이상득, 정몽준, 홍사덕 의원이고 5선은 무소속 김형오 국회의장 단 1명으로 4선이 당내 서열 2위 그룹인 상황이다. 관례상 홍사덕 의원이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아야 정상이지만 친박 의원이라는 점에서 친이측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다.


친박, 박희태 출마
‘회유와 압박’ 양동작전

반면 친박 진영은 박희태 당 대표가 직을 유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럴 경우 이재오 그룹이 주장하는 조기전대 개최는 물 건너 가고 이 전 의원의 당 복귀 역시 요원하기 때문이다. 정몽준 최고가 승계하는 것 역시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인 셈이다. 정 최고가 대표직을 승계할 경우 이재오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MB 정권 탄생에 일조한 친이 박 대표가 대표직 유지한 채 출마를 할 경우 친이 진영과 소원해지고 자연스럽게 친박 인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전분열까지 노릴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박 진영은 정수성 후보와 마찬가지로 양산에는 친박계 유재명 전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이라는 히든 카드를 갖고 있다.

유 연구원은 지난 총선에서 30%이상 득표율을 보였다는 점에서 만만찮은 상대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친박 후보, 그리고 친노 후보 등으로 나뉠 경우 어부지리로 친노 후보가 당선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양 연구원의 거취가 박 대표로서는 최대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박 전 대표가 박 대표의 당락 여부를 간접적으로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양수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의 경우 같은 한나라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막판 조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양 후보에 비하면 해법 찾기가 쉽다. 현재 양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는 이를 활용해 박 대표를 보이지않는 회유와 압박 등 양동 작전을 구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친박 진영으로서는 박 대표가 직을 조기에 버리고 친박 진영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양 후보를 통해 낙마시킬 수 있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박 대표가 양산에서 패배할 경우 친박 진영으로서는 해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 경주 재선거에 이어 경남에서 친이와 친박 대결에서 ‘박근혜의 영향력’을 보여준 셈이고 나아가 야권은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을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친이 ‘공천’, 친박 ‘당선’
박희태 선택은…

친이와 친박 진영의 이런 속내를 잘 알고 있는 박 대표 역시 셈법이 복잡하다. 당 대표이지만 청와대에서 ‘공천’을 꺼리고 있고 공천을 미끼로 당 대표직을 조기에 버릴 수도 없는 처지다. 공천을 받더라도 당선이 불확실할 경우 정치 인생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고민이 뭍어난다. 당 일각에서 수도권 출마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강원도 강릉이나 경기도 안산상록의 경우 이미 오랫동안 텃밭을 갈아온 한나라당 후보가 있거나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희태 당 대표의 선택에 따라 박근혜 이재오 둘 중의 한명은 울고 웃을 수 있다. 또한 박 대표의 정치 인생 역시 확연하게 갈릴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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