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 인선 비교적 순탄할 듯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 인선 비교적 순탄할 듯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08-04 12:24
  • 승인 2009.08.04 12:24
  • 호수 797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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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앞두고 곳곳에서 음해성 투서 잇따라 골치
김준규(54·사시 21회) 전 대전고검장이 지난달 28일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 고검장 퇴임 25일 만이다. 김 내정자는 지난 6월 21일 천성관(51)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되자 지난달 3일 대전고검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내정자는 앞으로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청문회부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벌써부터 내정자를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번에도 공격의 화살은 내정자의 재산형성과정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이에 대해 어떠한 문제도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모든 것을 청문회 자리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청문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두 발 뻗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천 전 지검장이 낙마하는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된 검찰을 추스르고 조직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사건 등 굵직한 현안도 처리해야 한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향후 전망을 분석해 봤다.

"종착역에서 당당히 내리고 싶다"며 공직생활을 마감한 김 내정자는 퇴임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검찰총장으로 내정되자 검찰 내부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흠 잡을 데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선 “내부인사를 두고 물러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 내정자에 대한 검찰 내부의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평소 조용한 성품이지만 필요할 땐 직언을 서슴지 않는 타입으로 알려졌다. 또 법무부 국제법무과장과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을 지내 국제 감각을 갖췄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김 내정자의 장점은 지역색이 없어 무난하다는 것이다.


여야 지역색 미묘한 신경전

이명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선택한 것을 두고 지역적 안배를 우선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사정기관 주요자리를 대구·경북(TK) 출신을 비롯한 영남권 출신이 독식한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의 ‘검증’을 통과하기 위해선 지역색을 흐리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벌써부터 조만간 열릴 인사청문회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김 내정자에 대한 투서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칼을 갈고 있다. 투서내용은 주로 재산 형성과정과 사치스러운 생활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하고 요트와 승마 등 사치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김경한 법무부장관에게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검찰 인사를 보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김 내정자는 국민의 기대한 부합하는 인물”이라며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인물은 보지 않고 인사결정을 저지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며 속히 인사청문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바짝 날을 세우고 있지만 김 내정자는 검찰내에서 합리적이고 기획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용적 사고의 소유자로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정책’ 에 부합한 사정활동을 벌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또 청와대는 민주당을 의식해 사전에 김 내정자를 꼼꼼히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그의 재산 형성과정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도 재산규모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등록에 기재된 내용 이외에 의심스러운 부분은 본인의 진술서를 철저히 받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동산 부동산 등 재산 형성에 대해 모두 조사했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의 재산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아파트와 상가 등 총 23억여원이다. 그 외에는 특별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김 내정자는 지명 이후 첫 공식 발언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철저히 준비할 것이고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청문회에서 불거진 도덕성 문제로 낙마한 점을 감안, 이번 인사의 주안점을 ‘도덕성'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권은 청와대의 검증을 불신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음해정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검증을 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며 “이번 검찰총장 인선은 무난하게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최근 난무하는 음해성 제보의 상당부분이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도 이런 사정을 알고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김 내정자는 언론사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인사검증을 철저히 하다 보니까 음해하는 말이 많아서 억울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산 넘어 산 집안정리 우선

검찰 내에서는 조직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서부지검의 한 관계자는 “천 전 지검장 낙마 후 검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국민들이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며 “빨리 청문회가 마무리 돼 검찰이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이에 김 내정자는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조직안정’이라는 과제를 우선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실추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또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한 비판도 수용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 개혁바람 예고

김 내정자는 내정 소감을 통해 “검찰이 상처를 많이 받은 상황"이라면서도 “이제는 검찰의 변모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검찰 개혁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조직을 추스른 뒤 본격적인 개혁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 내정자가 기존의 수사관행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검찰 조직의 쇄신 방향에 대해 “조직과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의 업무자세나 마음가짐을 선진국형으로 바꿔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서 제도 개선에 주력할 방침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인사가 조만간 단행될 전망이다. 검찰 수뇌부의 공백이 급선무인 까닭에 김 내정자의 지명 직후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은 김 내정자에 대해 현 검찰 위기를 돌파할 적당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검사들은 김 내정자의 풍부한 경험과 기획력이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돌파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규 내정자 프로필

김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21회)에 합격해 서울지검 남부지청과 법무부 법무실장,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 대전고검장 등을 거친 바 있다. 이어 사법고시 1년 후배인 천성관 전 중앙지검장이 지난 달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되자 대전고검장직을 퇴임하고 현재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으로 직을 옮기기도 했다. <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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