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재오-정두언 주류 ‘연대’ 이상기류

정몽준 최고위원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올랐다. 6선의 국회의원이지만 여전히 기업인으로서 이미지가 강한 정 최고다. 그러나 친이재오 진영의 9월 전대 개최요구로 동반사퇴할 것인지 아니면 승계할 것인지 기로에 섰다. 정 최고측은 원론적으로 조기 전대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인위적인 9월 전대 개최는 당원의 뜻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특정 인사의 당 복귀를 위한 조기 전대 개최는 반대하고 있다. 지난 23일 치러진 서울 시당 경선에서 친이재오계가 밀었던 전여옥 의원이 떨어지고 반이재오계의 연합군 후보인 권영세 의원이 당선된 점도 한몫하고 있는 듯 보인다. 미디어법 처리이후 한나라당내 친이재오계뿐만 아니라 친박 진영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9월 전대 개최를 놓고 정 최고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친이재오계의 9월전대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렸다. 조기 전대 전초전 성격이 강했던 서울시당 경선에서 반이재오 후보를 선언한 연합군 후보 권영세 의원이 승리하고 친이재오 및 정몽준 최고가 지지했던 전여옥 의원이 패배하면서 부터다.
서울은 친이재오 주류측 의원을 비롯해 원외 당협위원장이 48곳 가운데 30여곳 넘게 차지해 전 의원의 압승이 예고됐다. 하지만 권 의원이 비주류인 소장파와 중립성향, 친박계의 연합지원을 받아 승리하면서 친이재오측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시당 경선이 있었던 지난 23일 전 의원이 패배한 이후 이재오 전 의원은 측근들과 함께 지역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친이 의원인 권영진, 정태근, 김용태 의원 등 몇 몇 의원이 전 후보가 아닌 권 후보를 도운 사실에 진노했다는 후문이다. 중립을 지키겠다던 이 전 의원측은 막판 전화를 돌리며 전면전을 펼쳤지만 역부족을 느껴야 했다.
이 전 의원만큼 타격은 입지 않았지만 유탄을 맞은 인사가 있다. 바로 정몽준 최고위원이다. 전여옥 의원이 MJ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의원이 패배하면서 MJ의 정치적 위상도 타격을 입었다.
서울시당 이재오측 패배… 정몽준 유탄 맞아
특히 정 최고는 친이재오 그룹이 주장하는 9월 전대 개최에 핵심 키를 가진 인물이다. 박희태 당 대표가 10월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당 대표직을 버릴 경우 정 최고의 결정에 따라 9월 조기전대 개최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친이 그룹에서는 정 최고가 박 대표와 더불어 동반사퇴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 의원측은 내심 승계를 바라는 눈치다. 정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동반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난색을 표했다.
이 인사는 “영감님은 9월이건 내년 1월이건 시기는 문제삼지 않고 있다”며 “당 쇄신차원에서 조기전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9월전대 개최에 부정적인 뜻을 표했다.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9월 전대 개최에 찬성의 뜻을 보였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그는 “특정인사 당 복귀를 위한 9월 전대개최는 아니다”면서 “동반사퇴 여부는 최소한 최고위원회의나 의총을 통해 논의의 과정을 거쳐 결정할 문제다”고 이 전 의원측의 9월 전대 요구가 정치공학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아가 정 의원측은 “아직까지 박희태 대표가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도 없고 대표직을 버리고 갈지 안고 갈지 결정난 게 하나도 없다”며 “또한 방법상으로도 9월 전대, 1월 전대 비대위 구성 등 중구난방식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 원론적으로 조기 전대 필요성만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MJ, 9월 전대 ‘순리와 기본에 따라야’
한편 정 의원측은 조기전대가 개최될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의원측에서는 “현 박희태 당 대표를 위시한 최고위원체제는 대리인 체제이다. 지난 쇄신위 여론조사에서 보여주듯이 당원들로부터 리더십을 상실한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 당운영에 영향을 주고 정국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희태 대표와 동반사퇴관련 또 다른 정 최고의 측근은 승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인사는 “지도부 총사퇴가 아닌 박 대표 혼자 사퇴할 경우 친박 성향의 허태열 최고나 송강호 최고가 사퇴한다는 보장도 없고 강제할 법적 장치도 없다”며 “그리고 당권.대권을 보장하는 대신 동반사퇴하라는 식의 빅딜은 정 최고가 순리와 기본을 중시하는 성격상 받지 않을 공산이 높다”고 지도부 총사퇴가 아닐 경우 대표직을 승계할 수 있다는 점도 암시했다.
6선의 정 최고로서는 당 쇄신과 맞물려 집권 여당의 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쉽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이재오 전 의원이 서울시당 경선 패배의 후폭풍으로 9월 조기전대 개최 주장이 설득력을 잃을 경우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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