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명박계, 박근혜 탈당 시나리오 봇물
친이명박계, 박근혜 탈당 시나리오 봇물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7-28 09:11
  • 승인 2009.07.28 09:11
  • 호수 796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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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MB 박근혜 대항마 ‘이회창’ 카드 만지작
이회창(좌) 이재오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한나라당내에서 박근혜 탈색 작업에 본격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권력을 잡았지만 여의도 대통령은 박근혜라는 지적은 이미 공공연히 나오는 말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미디어법 통과 역시 박근혜 ‘한 마디’에 울고 웃어야만 하는 상황은 달가울 리 없다. 향후 쟁점 법안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추인을 받아야만 하는 거대 여당의 현실에 친이 진영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반응이다. 일단 9월 조기전대 개최를 통해 당권 접수가 우선이다. 당권 접수가 성공한다면 다음은 박근혜 대항마를 세우는 작업이다. 친이 진영에 마땅한 대항마가 없다는 점에서 외부에서 찾고 있다. 당장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연결고리는 이원집정부제 일명 분권형 대통령제를 통한 권력분점이다. 대통령을 이 전 총재에게 양보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권력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 박 전 대표의 한 마디로 여야가 미디어법을 두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했고 친이 진영이 잡은 20일 직권상정일도 24일로 미뤄져야 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합의가 무산되고 한나라당 자체 수정안이 일방적으로 통과됐지만 박근혜의 힘이 살아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분명히 보여줬다. 친박에서 범친이로 말을 갈아탄 전여옥 의원마저 한 라디오 방송국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표가 이미 여의도의 대통령이라고 한다”고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청와대 및 친이 직계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불만투성이다. 쟁점 법안마다 박 전 대표에게 추인을 받아야만 하는 현실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당장 친이 진영에서 9월 이재오 전 의원의 당권 접수를 바라는 배경이다. 현 박희태 관리형 대표로서는 친박 진영을 압도할 수 없고 친이 구심점 역할도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친이측, “청와대 9월 전대 원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이 전 의원이 나서 친이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는 청와대 역시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친이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 7월 초 한 모임에 참석해 “이 대통령이 9월 전당대회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며 “10월 재보선 상황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0월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역할론은 비등해질 수밖에 없다. 당권은 자연스럽게 박근혜 전 대표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갖는 당권은 공천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박 전 대표 역시 순수하게 당권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평소 친박 진영에서 주장했듯이 당권에 나서는 조건으로 당.청 분리를 요구할 공산이 높다. 지방선거 공천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럴 경우 청와대로서는 갑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 중간심판 성격으로 치러지는 마당에 박 전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친이 진영에서 9월 전대 건 11월 전대 개최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올해가 아니면 당권을 친이 진영이 접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9월 전당대회 개최에 적극적인 정 의원은 “9, 10월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첫째 친이쪽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고 둘째, 구성된지 얼마 안된 지도부는 10월 재보선 패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고 찬성하는 이유를 들었다.

친이 진영의 바램대로 9월 개최가 된다면 이재오 전 의원의 당권 도전 기회는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다. 이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는 급이 처지지만 친이 진영의 구심점 역할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설 공산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방호 전 사무총장 역시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오고 있다.


昌, 강소국연방제=이원집정부제 개헌 고리 연대?

이후 친이 진영에서는 바로 개헌론 군불때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친이 진영에서 마땅한 대선 후보자급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개헌을 고리로 연대를 모색할 공산이 높다. 실제로 정몽준 최고의 경우 현대 출신에 CEO로 MB와 겹치는 측면이 있고 검증이 안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친이 진영의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등 예비 후보군들은 대권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거나 수업전으로 박 전 대표에 비해 급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이 총재는 이미 2번의 대선에 참여해 2천만표 이상을 득표한 전력이 있다. 또한 아들병역문제 역시 해소된 상황이다. 나아가 개헌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진작부터 강소국연방제를 주장했다. 이는 국가를 5∼7개의 광역 단위로 나눠 각 지방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 연방제 국가로 개조하는 것이 ‘강소국 연방제’다. 이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친이 진영에서는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대권을 이회창 총재에게 양보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넘겨주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친이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거머쥘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차라리 2번의 대선을 통해 검증된 이 총재를 앞세워 박 전 대표를 견제하겠다는 복안이다.

개헌을 통해 자유선진당과 친이 진영이 정계개편을 이룰 경우 친박이건 친이건 어느 한쪽은 당을 박차고 나갈 공산이 높다. 특히 이 총재와 박 전 대표는 한 번의 악연이 있다. 박 전 대표가 이 총재가 한나라당 총재로 있을 당시 부총재 시절 ‘정당개혁’을 요구하면서 당을 탈당했다. 탈당한 이후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그분과 저는 마음이 너무 안맞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당에서 더 이상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총재가 2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유해졌다’, ‘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당 대표를 버리고 ‘총재’라는 명칭을 선호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 총재가 개헌이라는 연결고리로 한나라당과 연대 내지 합당을 선언할 경우 박 전 대표로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이할 공산이 높다. 자칫 탈당 압박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의원은 최근에 이를 암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1일 이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가이귀 사내무공’이라는 한비자의 한 구절을 인용해 “한 집안에 권력자가 두 사람이 있으면 그 집은 무슨 일을 해도 성과가 없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후 논란이 일자 삭제했지만 이는 박 전 대표를 대놓고 비판한 글로 행간을 보면 한나라당을 떠나라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는 민감한 내용이다.


이회창 카드, ‘박근혜 대세론’ 견제 카드

친이 진영으로서는 박 전 대표를 내치기위해서 이회창 카드는 유효 적절한 카드인 셈이다. 당장 이회창 카드는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흔들수 있다. 특히 충청을 연고로 한 이 총재는 보수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어 박 전 대표를 이념적으로나 지역적(영남.TK)으로 포위할 수 있다. 수도권 역시 박 전 대표 보다는 친이 진영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충청권 표까지 업는다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이 총재가 개헌을 고리로 친이 진영의 제안을 수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일단 이 총재는 이원집정부제보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또한 심대평 총리 등 친이 진영에서 흘리는 입각관련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총재 측근들은 이 총재가 내년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2012년 4월 총선까지 독자세력화하고 대권까지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통령 되는 게 평생 숙원인 이 총재가 내년 지방선거와 2년뒤 총선에서 전국 정당화에 확신이 안 설 경우 친이 진영의 연대 제안을 쉽게 내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해 이 총재의 결단에 정치권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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