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진영 불평불만…이래저래 ‘얄미운 박근혜’

“얄밉다”
친이 진영에서 미디어법 통과 과정을 보면서 내뱉은 말이다. 현안에 침묵하고 있다가 결정적일 때 한 마디하고 나중에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는 박근혜 전 대표가 얄밉다는 얘기다.
친이 한 인사는 “직권상정하면 반대하겠다고 엄포를 한 후 측근들을 통해 다시 그런 뜻이 아니였다고 한 발빼는 박 전 대표를 보면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는 지 의심스럽다”면서 “최고 중진회의나 의원총회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딴죽 거는 발언을 하는 지 이해가 안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방법도 문제였지만 시기적으로 절묘했다는 분석이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강행처리를 예고한 마당에 갑작스런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강경한 분위기가 일시적으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안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이후 여야 합의에 나서야 했지만 결국에는 별 진전 없이 한나라당 자체 수정안으로 24일 직권상정을 통해 강행처리했다.
사실상 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다수는 미디어법이 어떻게 수정됐는지 모른 채 박 전 대표에게만 보고한 이후 강행 처리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수정안을 보고 받고 “국민들도 이 정도면 공감할 것”이라고 사실상 강행처리를 묵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이 진영은 부글부글 끓었다. 특히 친이 직계 의원실의 한 인사는 “친박에서 국민들에게 박근혜의 당내 영향력을 보여줬다고 호평하지만 당원들은 ‘박근혜가 판사냐’면서 비판하고 있다”고 결정적일 때 한 마디하고 빠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걱정스럽다”면서 “국무회의에서는 한 마디도 안하다가 결정적일 때 툭 던지는 게 지도자라는 사람이 할 일이냐”고 덧붙였다.
또한 측근들에게 해명을 떠넘기는 것에 대해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이정현 의원이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잘못 전달했다며 해명했지만 ‘직권상정시 반대하겠다’는 발언의 수위를 볼 때 이 의원이 ‘없는 말을 만들어 언론에 공표했다’는 주장에 의구심을 표출했다. 이 의원은 지난 김무성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이 무산된 이후 “박 전 대표가 (김 의원이) 친박을 하다 피해 봤다고 하면 이제 친박 그만하라고 하세여”라는 발언을 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이후 이 의원은 ‘그런말 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박 전 대표의 말을 전하는 것에 대해 이후 매우 신중해졌다. 그런 이 의원이 재차 잘못전달했다는 것에 대해 친이 진영에서는 믿지 않는 모습이다.
이래저래 박 전 대표의 미디어법관련 발언이후 당내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평가지만 친박 진영에서는 국민들 입장에서 박근혜 파워를 보여줬다고 옹호해 대조를 보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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