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끌고가 ‘무죄’나 ‘벌금형’ 기대
법정끌고가 ‘무죄’나 ‘벌금형’ 기대
  • 홍준철 
  • 입력 2006-03-27 09:00
  • 승인 2006.03.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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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최연희 의원이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최 의원은 동아일보기자들이 고발하자 기다렸다는 듯 ‘법적 심판을 받겠다’고 밝혔다. 법사위원장을 지낸데다 법조인맥이 탄탄한 그로선 버티기만 하면 무죄나 벌금형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엿보인다. 또 최 의원의 ‘입’에 따라 소송 기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다. 죽을 맛은 한나라당이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차떼기당에 이어 성추행당 간판을 하나 더 등에 지고 선거를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최 의원이 버티기 작전을 쓰는 ‘진짜 이유’를 알아봤다.



심신미약 상태 강조할 듯

최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1968년 졸업한 이후 72년 14회 사시에 합격, 법조인으로서 34년간의 길을 걸어왔다. 이력을 봐도 서울지검 북부지청을 거쳐 서울지검 검사, 대검 공안2과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청와대 법률비서관, 최근 법사위 위원장까지 법조인맥이 누구보다 탄탄하다. 그로선 여기자 성추행 사건만 아니었다면 차기 국회의장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잘 나가던 법률가 출신의 정치인이었다. 해박한 법률지식과 풍부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동아일보의 법적 고발 조치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호재로 삼는 듯 보인다. 최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의 경우 강제 성추행이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실형보다 벌금형 선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히 술에 만취한 ‘심신미약’ 상태였음이 밝혀지면 양형에 유리한 기준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최 의원 측근들이 최 의원의 평소 주량은 폭탄주 한 잔으로 약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문제의 여기자 성추행의 날에는 10잔씩이나 마셨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점 때문이다.강릉 최씨에다 인접 지역구로 친분이 높았던 최돈웅 전의원도 “우리 나이때의 판검사들은 벌금형도 내리기 힘든 사건이지만 여론이나 국민 정서상 벌금형 정도 나올 것”이라며 “집행 유예나 징역형은 어렵고 의원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검찰 조사를 하다보면 새로운 사실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술에 따라 장기화 가능성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인 고조흥 의원은 이번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단순한 소송으로 오래 끌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비화될 경우 올해 말까지도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법적 절차를 보면 검찰 고발이후 ▲ 고발인 조사 ▲ 최연희 의원 소환 조사 ▲ 입증 후 1심 판결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고발인이나 피고인이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 3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검찰 수사는 수사 개시후 2개월이고 연장돼도 1~2개월 연기돼 4개월내 검찰 조사는 마무리되는 게 관례라는 것이다.하지만 이번 최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소송 사건은 최 의원의 진술에 따라 소요기간이 길어질 공산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고 의원에 따르면 최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상황적으로 (여기자 성추행에 대해) 인정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즉, 최 의원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경우 2~3개월내 마무리되지만 술에 취해 기억이 없고 새로운 사실이 불거지면서 소송이 정치 이슈화되면 기간은 얼나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사건당시 상황문건 나돌아

한편 최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기 전주에는 ‘여기자 성추행’ 당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타임스케줄 형식의 문건이 나돌아 한나라당을 긴장케 만들기도 했다.자칫 해명문으로 비쳐지는 이 문건은 A4용지 5장으로 이뤄져 문제의 당일날 시간대별로 예약자, 참석자, 인원수, 주종, 도우미 존재, 술값, 노래방 상황을 상세히 적은 것으로 작성자로 최 의원이 지목되기도 했다.이와 관련, 당내 핵심관계자는 “최 의원의 해명문이 아니라 당차원에서 방어논리를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박근혜 대표도 참석해 당에서 박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하지만 당 비서실이나 당 관계자는 문건작성과 관련, 발끈하며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 친박 진영 최연희 ‘강력 비판’“당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 성토


최연희 의원이 법적 투쟁을 통한 심판을 받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박근혜 대표 진영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마디로 당을 망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특히 당내 당직자를 중심으로 최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당에 폐를 끼쳐 미안하다’,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구명운동성격의 전화를 걸어 당 지도부를 더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영남권 보수인사 일각에선 최 의원을 성추행범이란 전제로 마타도어식으로 몰기전 단순히 술취해서 한 실수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최연희 파문이 후보자 역량이 중요한 지방선거특성상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이에 당내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한 당직자는 “당으로서는 죽을 지경”이라며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고 벌써 당 지지도도 많이 떨어졌다”고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또 그는 “오죽하면 당내 (최의원을)에서 한나라당을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이라느니 고도로 훈련된 (여당)고정간첩이라는 말도 나오겠느냐”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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