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급한 이재오 9월 전대 출마 속사정 “다음은 없다”

이재오 전 의원이 1년3개월의 정치 동면을 끝내고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지만 당내 친박, 친이 갈등의 분란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이 전 의원은 그동안 정치 일선에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최근 ‘놀만큼 놀았다’며 이명박 정권의 성공을 위해 전면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교육과학부 장관 등 입각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당권 도전의사를 숨기질 않았다. 당권 도전 관련해서는 내년 1~2월 조기전대보다 9월 전대가 개최될 경우 나설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그러나 9월 개최를 위해선 넘어야 산이 많아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친박 진영의 반발과 박희태 당 대표의 거취, 그리고 2위인 정몽준 최고위원의 동반사퇴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오 전 의원의 당 복귀 의지가 확실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재차 친이 친박 등 계파간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오 그가 돌아왔다. 왕의 남자로 알려진 이 전 의원이지만 그동안 숨죽여 지내왔다. 하지만 최근 정치 일선에 복귀할 것임을 천명했다. 지난 13일 그는 ‘동북아미래포럼’ 국제학술대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놀았으니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일을 이제 해야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 전 의원은 “한나라당 원외위원장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으로서 할 도리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입각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전 의원은 국어선생 출신으로 국회의원 시절 교육위에 오랫동안 몸담아 있어 교육과학부장관행이 점쳐졌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제안해도 고사할 뜻을 밝혔다. 또한 청와대 일각에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차기 비서실장으로 언급되지만 정치를 그만두라는 말과 진배없어 이 전 의원으로서는 받을 수 없는 카드인 셈이다.
나아가 자신의 지역구을 빼앗은 문국현 의원의 재판이 자꾸 연기되면서 10월 재보선 참여 역시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이래저래 이 전 의원이 의지로 선택해 갈 수 있는 자리는 당권 도전뿐이다.
그러나 내년에 치러지는 조기전대에선 대표직을 보장받을 수 없다. 미래 권력이자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어 출마할 뜻이 있는 당원들은 모두 박 전 대표로 줄을 설 공산이 높다. 박근혜 합의 추대론이 친이 친박을 넘어 대세를 이룰 공산이 높다.
이재오 9월 전대 개최 박희태, MJ 등 곳곳에 ‘암초’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전 의원으로서는 9월 조기전대 개최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공성진 최고위원이나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소장이 9월 개최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9월 전대에 찬성하는 인사들로는 친이재오뿐만이 아니다 정두언, 김용태, 정태근 의원 등 친이 직계로 불리는 ‘7인회’와 김성식, 권영진, 주광덕 의원 등 친이 친박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민본 21’, 그리고 원희룡 쇄신위원장을 필두로 한 당내 쇄신 특위위원들 역시 9월 전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두언 의원이 앞장서서 청와대와 당에 강력하게 9월 전대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9월 전대를 개최하기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박희태 당 대표의 거취문제다. 박 대표는 10월에 개최되는 경남 양산 재보선 출마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표 공천관련 부정적인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장 청와대에서 공천 보장을 안하고 있다는 점이 박 대표의 심기를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박 대표가 ‘대표직을 갖고 출마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청와대로서는 집권 여당 대표가 나서서 패배할 경우 국정 운영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또한 박 대표가 경남 양산에 연고가 없다는 점, 하반기 국회의장을 노린 출마라는 점에서 가상 여론조사에서 예비 경쟁자들을 크게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점 역시 공천 보장을 않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상 박 전 대표가 10월28일로 예정돼 있는 재보선까지 당 대표직을 내놓지 않을 경우 9월 전대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산은 정몽준 최고위원의 동반 사퇴 여부다. 정 최고가 동반사퇴를 하지 않고 대표직을 승계할 경우 역시 9월 전대 개최는 물건너 간다. 정몽준 최고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최고가 10월 재보선 참패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당 대표직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10월 재보선 개최지역이 서너곳으로 줄었고 대표직을 승계한지 한두달만에 책임론을 제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승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급기야 친이 진영에서는 MJ 동반사퇴를 위한 당근과 채찍 양동 작전에 나섰다는 소문이다.
당근책으로는 차기 당권.대권 보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9월 전대 개최로 이 전 의원을 복귀시키는 대신 친이재오계에서는 차기대권을 보장 하겠다는 빅딜설이다.
친이 공성진, 박순자, 박재순 동반사퇴 결의?
당근책이 통하지 않을 경우 친이재오계 최고위원들이 줄사퇴를 통해 압박론도 나왔다. 현재 친이재오계 지도부로는 공성진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순자 최고, 박재순 최고가 있다. 친이 진영에서는 이미 3명 모두 동반사퇴를 결의했다는 말마저 나왔다. 이럴 경우 친박 허태열 최고나 송광호 최고 역시 동반사퇴 파고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희태 당 대표와 정몽준 최고의 동반사퇴가 성사된다고 할지라도 친박 진영의 반발 역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일단 친박 인사들은 이 전 의원의 복귀가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9월 전대 개최에 부정적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조기 전대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올해 9월이건 내년 1~2월이건 조기전대 참여에 부정적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위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선방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뭍어난다. 이재오 간판으로 10월 재보선과 6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표가 지원할 수 있는 여지 역시 좁을 수밖에 없다.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는 이재오 전 의원의 이름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정도다”며 “그런 이 전 의원이 당 대표로 있는 데 내년 지방선거에 진심을 가지고 뛰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엿다.
그렇다고 이 전 의원과 정치적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손놓고 있을 경우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일 수 있다. 또한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곧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와도 즉결되는 사안이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등 다수가 야권에 넘어갈 경우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의 대권 보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재오 카드 박근혜 이명박 동병상련에 빠져
박근혜 전 대표와 동병상련을 느끼는 곳이 청와대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9월 조기전대 개최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이 전 의원이 대표주자로 나서야 하는냐에 대해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역시 당장 10월 재보선을 시작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재오 간판으로 선거를 치루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이명박 임기 절반이 남은 시기이자 정권 중간심판 성격이 강해 패배는 곧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 누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크게 잘못한 것도 없이 ‘백의종군’하고 돌아온 이 전 의원에게 대해 비토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고민이다. 바야흐로 9월 조기전대론에 이 전 의원이 나설 공산이 높아지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동병상련에 빠졌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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