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코드로 재편 중
민주당, 노무현 코드로 재편 중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7-21 09:33
  • 승인 2009.07.21 09:33
  • 호수 79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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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마다 동상이몽 … 이해득실 따지기 바빠
정세균 민주당 대표 · 정동영 전 장관 · 손학규 전 대표

민주당이 노무현 코드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취임 1주년이 된 정세균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개혁세력 대통합을 이뤄 2012년 정권 교체를 위해 창당에 버금가는 수준의 통합과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의 정체성을 ‘노무현 코드’로 바꿔나가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친노 인사들의 복당이 곧바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의 변화는 정동영 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자칫 당내 내홍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민주당내 계파 간 이해득실을 분석해 본다.

민주당은 창당 수준의 외연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경쟁력 있는 인물들을 대규모로 출마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친노 인사들의 복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만약 떨어지더라도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할당해 주겠다는 유혹적인 제안이다. 친노 측에선 전혀 밑질게 없다. 실패해도 공천권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친노를 끌어안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현재 민주당의 지도부는 386인사가 추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386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당을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친노 인사들의 복당은 꼭 필요한 과제이다.

민주당의 한 386 인사는 “탈당한 친노 인사들인 유시민 전 장관과 이해찬 전 총리 등을 하루빨리 복당 시켜 당의 이미지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노 복당 반대 여론도

민주당의 친노 복당은 전략이 필요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친노 인사들에 대한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다. 덩달아 민주당 지지율도 올라갔다. 이런 이유만 보면 복당은 당연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아 민주당이 이를 계승해야 한다는 점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친노 인사들의 복당은 계파 간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며 반대 여론도 만만치가 않다.

복당한 친노 인사들은 당권장악을 위해 조기 전대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계파 간의 이해득실이 다른 친노계, 정동영계, 정세균계, 손학규계 등이 당권 장악을 위해 전쟁을 치룰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 역시 친노에게 당권을 순순하게 내줄 것 같지 않다. 정 대표는 당을 위기 속에서도 나름대로 잘 끌어오면서 대권을 꿈꾸고 있다. 대권까지 직행하기 위해선 당권장악이 절대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친노복당 카드를 내민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친노인사 복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친노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당창당으로 인해 적을 만드는 것보다는 집안으로 불러 들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거나 곁에 두는 것이 낫다는 계산이다.


불만스런 DY, 독자세력화?

친노 복당에 가장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친노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정동영계를 비롯해 손학규계, 구민주계 등이다. 하지만 이들도 무작정 반대만 하지 않는다. 저마다 주판알을 튕기며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DY계는 친노 복당이 달갑지 않다.

DY계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복당보다는 외곽에서 더욱 입지를 넓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신당 창당이나 무소속 연대를 이뤄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과 시장, 군수 등을 다수 확보한 이후 복당을 하는 게 당내 입지를 넓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으론 안 된다는 분위기다. 때문에 재보선에서 정동영-신건 무소속연대돌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무소속연대론’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당내 주류 일각에서도 친노 인사들과 함께 DY의 복당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손 전 대표 본격 행보 저울질

손학규계는 친노인사들의 복당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민주대연합의 일환으로 찬성하는 것이다. 그 이상 그이하의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는 손 전 대표 본인도 차기 대권에 대한 야망을 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실 정치와 담을 쌓고 있는 손 전 대표로선 친노 인사들의 복당이 그리 달가울 리만은 없다. 당을 떠나 있는 동안 친노 인사들이 당을 장악한다면 대권으로 가는 문은 더욱 좁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손 전 대표는 지난 6월 29일에 청주를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표면적으로는 민주당 오제세 의원의 모친상에 조문을 간 것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충청권을 기점으로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는 행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도 더 이상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가깝게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인 행보에 대한 시점을 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주계의 경우도 노무현 코드로의 당 개편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이다. DJ가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 민주대연합을 이루자고 주장하고 있어 민주당의 재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일부 구민주계에서는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하며 탈당까지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동교동계 인사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로에 서 있다. 민주당으로 안된다면 차라리 무소속 연대를 감행하는 것이 낫다라는 의견도 있다. DY와의 연대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 현존하는 계파들은 친노인사들의 복당과 당의 노무현 코드로의 재편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들을 품고 있다. 과연 이들 계파들이 당내 역학구도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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