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파 이상득-최시중 이재오-정두언 대체
원로파 이상득-최시중 이재오-정두언 대체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7-21 09:22
  • 승인 2009.07.21 09:22
  • 호수 795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 권력 지형 바뀐다 원로파 주류에서 소장파 비주류로
이동관(좌) 박형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이 청와대 개편 및 개각, 친이계 권력 지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도덕성 결여로 인해 자진사퇴하자 청와대 참모진의 개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당장 인사검증 책임 부서인 정동기 민정수석이 사퇴했고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 인사비서관, 대변인 등 직간접적인 부서로 불똥이 옮겨붙을 공산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인사때마다 배후로 지목 돼 ‘상왕정치’로 유명한 이상득 의원의 개입설도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이 그동안 청와대를 좌지우지했던 원로파들이 힘을 빼고 소장파들의 입지확보를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개편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금명간 청와대와 정부의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집권 중반기를 맞이한 이 대통령은 7월말 청와대 개편 8월 중순 내각 개편으로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9월 집권 여당의 조기전대로 집권 2년차를 완성하려는 모양새다.

특히 청와대 개편은 이미 공석이 된 민정수석을 시작으로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경제수석 등 핵심부서의 수장 교체설과 맞물려 후임자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정수석으로는 박만 변호사가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경북 선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사시 21회생이다. 눈에 띄는 이력으로는 대검찰청 감찰 1과장, 서울지청 공안1부 부장검사, 대검 공안기획관, 수원지방 검찰청 성남지청 지청장을 끝으로 검사생활을 마감한 정통 공안파다.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으로 윤진식 경제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한 정무수석으로는 권오을 전 의원과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복수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동관 대변인의 경우 홍보총괄을 맡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상득-최시중 등 원로파 인맥인 이 대변인의 경우 대변인과 홍보기획이 통합돼 총괄을 강력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괄직에 박형준 홍보기획관에게 갈 경우 이 대변인이 잠시 쉴 공산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청와대 민정 수석 후임, 박만 전 공안 검사 출신

한편 청와대 수석뿐만아니라 2~5급 행정관 500명(정원 456명+파견 공무원 40여명) 중 150여명(30%)을 자리 이동시키고 10%내외정도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그동안 ‘S(서울시청 출신) 라인’, ‘TK 사단’,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득세로 인해 권력 집단화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이 대통령은 TK출신으로 S라인 이모 행정관을 서울시로 복귀시켰고 나머지 10여명의 서울시 출신 역시 원대 복귀 방침을 밝혔다. 또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출신 행정관 중 일부 교체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S 라인, TK 출신, 선진국민연대 3개 조직이 모두 이상득-최시중-박영준 등 원로파와 친분이 깊은 인사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이재오-정두언 진영으로 파워가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도덕성에 문제가 생겨 자진 사퇴한 이상 그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게 친이재오계의 주장이다.

한나라당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천 내정자 인사 배경에 이상득 배후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은 정치 일선에서 후퇴해 조용하게 지내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천성관씨에 대한 검찰총장 내정 취소 요구가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 14일에 이 의원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퍼졌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천 내정자의 거취에 대한 최종 입장을 서로 상의한 게 아니냐는 해석부터 인사에 대한 소명자리였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 난무했다.


청와대측, “MB 한사람에게 권력 몰아주지 않아”

이와 관련 이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14일에 영감님이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형님의 천씨 인사 개입 의혹 관련 “영감님이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며 “말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실의 이런 부인에도 불구하고 천씨 인사로 인해 이 대통령과 형님의 관계가 서먹해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울러 원로파의 또 다른 한축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금명간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의 경우 MB 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미디어법을 집권 여당이 ‘날치기 통과’시킬 경우 여론 무마와 후폭풍을 막기 위해서 자진 사퇴하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의 총공세에 떠밀려 사직하느니 사전에 옷을 벗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청와대 및 정부 개편을 앞두고 원로파, 선진국민연대, TK 출신 인사 배제설이 그럴듯하게 회자되면서 해당 인사들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한데다 최 위원장 사직설까지 겹치면서 친이상득 의원계 인사들은 역차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표출하고 있다. 실제 청와대 주변에서는 당정청 개편을 앞두고 그동안 권력에서 소외된 이재오-정두언 계보들이 이상득 계 인사들을 밀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MB 통치 스타일이 어느 한쪽에 힘을 몰아주지 않는다”며 “원로파 중 일부가 상징적으로 권력에서 쫓겨날 수 있지만 소장파들에게 전권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검찰총장 내정자 천씨의 중도 낙마로 인해 청와대 및 정부 부처의 개편은 당분간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단 인사 검증 시스템이 구멍이 난 이상 시스템을 재정비한 이후 청와대와 내각 개편이 이뤄질 공산이 높아졌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