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기 전대 4가지 시나리오 대공개
한나라당 조기 전대 4가지 시나리오 대공개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7-14 11:46
  • 승인 2009.07.14 11:46
  • 호수 794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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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전원사퇴 8~9월 권한 대행시 내년초 예상
지난 3일 오전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 원희룡 위원장이 국정, 당, 원내운영, 공천 등 4가지 분야 쇄신안을 확정해 당지도부에 전달한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종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쇄신위가 지난 3일 조기 전대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중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당 지도부 총사퇴를 통한 새지도부 구성안이었다. 그러나 쇄신위는 구체적인 조기전당대회 날짜를 못받지 않았다. 대신 쇄신위는 ‘10월 이전 개최안’과 ‘내년 1~2월 개최안’을 중재안으로 내놓았다. 쇄신위의 어정쩡한 제안은 계파별, 당대표 출마 준비자들 등 이해관계에 얽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친이재오 그룹과 홍준표, 정몽준 등 당 대표 2순위 후보군들은 10월 이전 안을 친박 진영에서는 내년 1~2월 안에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다. 경남 양산 재보선 출마를 굳힌 것으로 알려진 박희태 당 대표 역시 물리적인 여건을 들어 내년 개최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조기전대를 둘러싼 각 계파와 당 대표 예비 후보자들간 정치적 방정식을 풀어봤다.

한나라당 쇄신위(위원장 원희룡)는 지난 3일 현 지도부 총사퇴와 새 지도부 구성을 제안하며 조기전대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나 쇄신위가 구체적인 조기전대 개최 날짜를 못 박지 않아 조기전대 개최 시기를 두고 당내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단 키를 쥔 인사는 박희태 당 대표다.

박 대표는 경남 양산의 허범도 전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표가 공천을 보장받아 양산에 출마할 경우 대표직을 갖고 출마할 것이냐 아니면 직을 던지고 갈 것이냐에 따라 조기전대 개최 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당내 일각에서는 지난 4·29 울산 재보선 당시 공천을 주지 않았는데 이번에 공천을 주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희태-정몽준 동반사퇴시 허태열 변수

이로 인해 공천권 보장을 위해 박 대표가 ‘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내 다수의 분위기는 당 대표직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9월경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고 조기전대 개최를 위한 전제 요건은 갖추게 된다.

일단 박 대표측에서는 다양한 전당대회 시나리오를 갖고 친이·친박을 비롯해 지도부와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안은 정몽준 최고를 비롯해 허태열, 공성진, 박순자, 송광호 등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고 10월전 조기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안이다.

2안은 최고위원 전원 사퇴는 같지만 안상수 원내대표가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병행하는 안이다. 이는 곧 10월 이전 조기전대 개최와 내년 2월 개최 안 모두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안이다.

3안은 2위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당 대표직을 대행해 지도부를 이끌고 10월 재보선을 치른 후 내년 2월 조기전대를 개최하는 안이다.

4안은 정 최고 역시 동반사퇴하고 3위인 허태열 최고가 대표직을 대행하면서 비대위원장을 겸직하거나 당내 서열 2위인 안상수 원내대표나 제3의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선임해 조기 전대를 준비하는 안이다. 개최 시기는 올해보다 내년 초 개최 가능성을 높이는 안이다.

그러나 각기 안은 모두 변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동적이다. 일단 1안은 선출직 5명의 최고위원이 모두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최고위원간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다. 한명이라도 승계한다고 할 경우 무산될 공산이 높다.

2안은 내년 조기전대 개최로 당내 여론이 조성될 경우, 안상수 원내 대표가 길면 5개월 이상 집권 여당의 대표와 원내를 맡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3안의 경우 정 최고가 당의 간판이 돼서 10월 재보선 선거를 전면에서 진두지휘해야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정 최고에게는 10월 재보선 참패에 따른 책임론이 일수 있고 이는 내년초 조기전대 참여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높아 받지 않을 공산이 높다.


정치 휴지기, 이재오·홍준표 가급적 ‘빨리’

4안은 친박 진영의 가장 기대하는 안으로 허 최고가 대표직을 대행하는 것이지만 3위인 친이 공성진 최고와 박순자 최고가 동반 사퇴할 경우를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다.

이처럼 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최고위원들의 정치적 성향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쇄신위 역시 개최 시기를 못박지 못한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당권 도전에 나설 대표 급 예비 후보군들의 이해관계 역시 조기 전대 개최 시기를 결정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10월 재보선에서 문국현 은평을 지역구 포함이 불투명해진 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적 행보와도 연결돼 있다.

최근에는 친이재오 계보인 공성진, 진수희 의원 등 10월 전 개최 주장은 이 전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명분은 청와대와 정부가 새롭게 출발하는 마당에 당 역시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렇다하게 할 일이 없는 이 전 의원으로서 10월 이전 개최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와 맞대결을 벌이느니 차라리 10월 이전에 당권 도전에 나서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덜하고 10월 재보선 후폭풍만 잘 넘긴다면 내년 지방선거전까지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리할 게 없는 카드인 셈이다.

친이재오계의 주장에 동조하는 인사로는 정몽준 최고위원과 홍준표 원내대표가 있다. 정 최고는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0월 재보선도 있고 지난 1년간 세상도, 정치 분위기도 변했고 당원들의 지도부를 바꾸라는 뜻이 강하다면 10월 이전에 전대를 개최해도 되지 않느냐”고 동의했다.

그러나 정 최고의 이런 발언 뒤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불참이 분명한 전대에 친이계 후보간 다툼에서 ‘이삭 줍기식’ 표와 친박 세력의 지원에 여론조사 지분까지 당 대표에 선출될 수 있다는 표 계산이 깔려 있다.

친이 인사로 분류되는 4선의 홍 전 원내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원내 대표 임기를 마친데다 이번 정부 개편에서 장관행 마저 무산될 경우 최고위원직외에 도전할 게 없는 애매모호한 입장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10월 이전 조기전대는 홍 전 원내대표에게 정치 일정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호기이다. 한때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쓴소리를 내뱉은 그지만 전대에서 당내 친박을 끌어안고 통합할 수 있는 범친이 대표 주자를 내세운다면 지도부 입성이 가능하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친이, ‘올해 못 잡으면 내년은 없다’ 절박

이밖에 3선의 중립성향의 권영세 의원도 조기전대 개최에 관심이 높다. 이렇다 할 목소리는 내지 못하고 있지만 단기 사무총장직을 역임한 권 의원 역시 정치적 휴지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10월 이전 조기 전대는 새로운 기회이자 탈출구로 강재섭계로 알려진 권 의원으로서 동행 멤버들과 친박 진영의 표를 움직일 경우 당 대표 선거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복안이다.

친이 진영의 이런 움직임은 청와대의 조기전대 10월 이전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바뀐 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는 ‘중도강화-서민정책’ 등 후반기 국정기조를 힘 있게 출발하기 위해 당 대표 역시 ‘관리형 대표’보다는 정권에 창출한 공신들을 내세워 ‘직할형 대표’를 내세워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친이 진영은 조기전대 불씨가 박 전 대표에게 옮겨 붙도록 하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 진영은 올해 조기전대 개최는 물론 내년 2월 개최에도 부정적이고 박 전 대표 또한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이 일부에서는 올해 조기 전대가 무산될 경우 내년에는 ‘박근혜 합의 추대론’으로 가야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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