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의 나라 러시아, 그 미래지향적 공생관계는?
구소련의 해체이후 많은 혼란을 겪었던 러시아는 사상과 이념, 체제의 보이지 않는 얼음벽이 녹아내리면서 동토의 해빙기를 맞고 있다. 상징적 해빙만이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해 실제로 언 땅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바닷길이 뚫리면 유럽과 아시아를 직접 잇는 직항로가 생겨나게 되어 현재의 우회항로에 비해 선박운항의 시간과 비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북극항로는 아시아, 북아메리카, 유럽대륙을 잇는 항로의 요충지로 대두될 전망이다. 또한 빙하가 녹으면 해저 지하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새로운 어장이 개척되므로, 자원의 보고인 이 지역에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의 변화는 러시아와 주변관련국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전략적 차원에서 북극해의 해빙이 선사하는 국력상승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통일을 이뤄내고 세계 중심국가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고 면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부산항이 아시아의 허브 항만
북극항로가 뚫리면 부산항이 아시아의 허브 항만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기존의 유럽-아시아 항로의 경우 싱가포르와 홍콩이 유리하다. 하지만, 직항로가 생겨나면 부산이 지리적으로 훨씬 더 좋은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극기온이 타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북극항로 중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에 더 유리한 북동항로가 해안선이 복잡한 캐나다 쪽의 북서항로에 비해 상업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북극항로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하나는 러시아 중앙시베리아 북쪽의 세베르나야젬랴 제도 부근의 얼음이 녹아서 상시적인 항로가 만들어져야 한다. 두 번째는 공해상에서는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지만 북동항로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러시아의 배타적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의 미래지향적 공생관계의 설정은 매우 중요한 국가 아젠다가 되고 있다.
한·러 관계는 과거 구소련과의 적대적 관계를 완전히 불식하고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더 나아가 ‘전략적 전면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9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것이다. 해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방안보다 건설비와 운송비가 저렴하다. 북한도 배관통과료 수익으로 수혜를 받게 된다. 성사만 된다면 가스관 사업은 러시아와 남한, 북한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대형 상생경제 프로젝트가 된다. 러시아를 통한 남ㆍ북 교류 활성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북한과 중국 사이가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구소련의 붕괴이후 북한 제1의 동맹국은 중국이다. 중국과 북한관계는 여전히 가깝다. 6자 회담 등에서도 중국이 북한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한국이 동북아 허브국가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부산과 극동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과 일본의 오사카와 후쿠오카를 잇는 동남방 해상삼각트라이앵글을 조성해 1일 생활권에 들 수 있도록 해운과 항만의 셔틀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북극항로가 열리기 이전에는 연해주, 사할린 등의 극동러시아와 중국, 만주 등의 동북 3성의 지하자원과 식량자원을 수송하는 루트로 활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은 유럽과 북미를 아시아와 소통시키는 해상거점도시가 되며, 한국의 부산은 아시아 권역시장의 허브도시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일본의 오사카와 후쿠오카 또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한ㆍ러ㆍ일 각국이 트리플 윈(triple-win)하게 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유럽과 북미의 관련 항만 도시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하여 지구 전체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므로, 지구적 차원의 협력과 상생 모델이 될 것이다.
한국은 한·중·러·일 교역의 중심국가 발돋움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세 가지 무형적 이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첫째, 한국을 중심으로 하늘길, 뱃길, 땅길을 연결하여 우리의 좁은 국토를 무형적으로 넓히는 효과이다. 하늘 길은 인천-베이징-상하이의 서해 삼각 트라이앵글의 조성을 통한 항공 셔틀화가, 뱃길은 부산-블라디보스톡-오사카, 후쿠오카의 동남방 삼각트라이앵글 조성을 통한 항만 셔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땅 길의 연결은 부산-인천 간의 육로 교통망이 향후 북한을 통해 중국과 극동러시아에서 유럽까지 연결되어 좁은 국토를 넓게 사용하게 되는 이점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 북극항로까지 상시적으로 열리게 된다면 유럽과 북미까지 교류영역을 확대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한국의 무형적 영역이 범대륙의 광대단위로 넓어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중심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한다.
한국 동해안 관광벨트 형성
두 번째는 동남방 삼각지대의 항만 셔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울릉도, 독도를 포함한 동해해상 관광벨트를 형성해서 국토균형개발을 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도 테마관광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주변국과 세계인들에게 알리게 되어 일본의 독도역사왜곡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셋째는 금강산과 연계한 동해내륙의 테마관광을 통해 한반도 분단 상황을 세계인들에게 목도시켜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중국, 러시아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여 북한을 개방의 길로 이끌어내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북한이 크게 의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공생적 국가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개혁개방의 필요를 절감하게 하면 북한이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통일 및 동북아 평화정착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즉, 동해를 통한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동해가 평화해협이 되게 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경제협력에 의한 공생관계 구축으로만은 영구적 공생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적 유대감을 높여서 경제공생을 넘어 문화공생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극동러시아에 있는 8만 고려인들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구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55만명의 고려인들의 지위향상에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한국과 러시아간의 경제 및 문화적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인적ㆍ문화적기반이 될 뿐 아니라 장차 유럽과 북미에 한류를 전파할 때 러시아가 가진 문화적 권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구소련지역의 무국적 고려인들에 대한 국적 찾기 운동에 정부·민간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기로 한 일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인이자 러시아인인 고려인들의 지위향상은 향후 러시아의 지정학적인 입지조건과 결합하여 아직 유럽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문화가 동양문화의 대표임을 전할 때, 유럽과 북미에 한국문화를 전파할 때 하나의 문화적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외 교민들의 지위향상은 한국과 러시아를 더욱더 가깝게 하여 단편적인 경제공생을 넘어서 문화, 외교안보의 영역까지 “같이 함께 더불어” 할 수 있는 “다르지만 같다”는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어 한국과 러시아의 항구적 공생관계를 통한 동북아 평화정착에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윤제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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