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 격전지 경남 양산 ‘제2의 경주’
10월 재보선 격전지 경남 양산 ‘제2의 경주’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7-14 11:16
  • 승인 2009.07.14 11:16
  • 호수 79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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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친이·친박’ 3파전“패하면 끝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10월 재보선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이슈다. 한나라당 허범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재보선이 확정된 경남 양산의 경우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친박계 유재명, 친노계 김두관, 송인배 등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내 계파 싸움에서 한층 더 나아가 친노계까지 가세해 3파전 양상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경남 양산 재보선은 친이, 친박, 친노계가 한결같이 패하면 끝장이라는 인식아래 ‘막장드라마’처럼 펼쳐지게 될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는 양산재보선을 전망해 본다.

경남 양산의 재보선이 확정되면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내의 상황은 더욱 비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각종 언론보도와 박 대표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표 본인은 출마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기엔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바로 친박계 인사들의 출마다. 특히 친박연대에서는 구속 수감돼 있는 서청원 대표가 석방되지 않는다면 경남 양산에서 독자후보를 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7월 1일 친박연대 이규택 공동대표는 “8월 15일까지 서 대표가 석방되지 않으면 박 대표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경남 양산에 독자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벌써 경남 양산에 엄호성 전 의원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친박연대의 엄포에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떨 수밖에 없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친이 정종복 전 의원과 친박성향 무소속 정수성 후보의 대결에서 여지없이 참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재보선에서도 울산 출마를 저울질 했던 박 대표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당시에도 당 대표가 재보선에 출마해서 만에 하나 낙선이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의견이 존재했다. 그런 가운데 제시된 것이 울산 보다 한나라당세가 강한 경남 양산 재보선 출마였다. 결국 박 대표는 울산 출마를 접고 양산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그런데 또 다시 친박계 후보와 격돌해야 한다면 박 대표와 한나라당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박 대표가 출마를 한다면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물론 박 대표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친박연대에서 후보를 내놓겠다고 하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 대표는 친박연대의 독자 출마론에 상당한 자극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솔선수범으로 서 대표의 석방을 위해 물밑에서 동분서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서 대표의 석방을 위해 박 대표가 직접 박근혜 전 대표와 상의를 했다는 얘기가 여의도 정가에 파다하다. 박 대표 입장에선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진심을 다해 노력하면 친박계에서도 알아줄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지난 18대 총선에서 허 의원에게 4000여 표 차이로 낙선한 친박성향 유재명 한국해양 연구원도 출마의 뜻을 밝힌 상태여서 박 대표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유 연구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연고도 없는 박 대표가 이곳에 출마를 할 수 있겠느냐. 출마 의사를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바람 거세… 예측 힘들어

한나라당의 후보군은 또 있다. 양산시 17대 국회의원이었던 김양수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최근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한나라당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친노 인사들의 출마까지 거론되고 있다.

가장 먼저 ‘리틀 노무현’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다. 박 대표와는 정치적 라이벌로 경남 하동에서 지난 17대 총선에서 격돌한 바 있다.

특히 경남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 친노 바람이 불고 있는 상태다. 부산을 중심으로 확산된 친노 바람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한나라당 대표를 맞상대할 적임자로 김 전 장관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후보가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친노 인사들이 경남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은 만큼 좋은 카드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양산은 영남지역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민주당측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산을 확보한다면 지방선거에서 영남권 확보도 가능할 전망이다.

또 다른 친노 인사로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의 출마도 거론된다. 송 전 비서관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김양수 후보에 1천여 표 차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전력이 있다.

이와 관련 송 전 행정관은 “노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나고 장례위원회 소속된 여러 인사들과 논의를 한 다음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출마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민주당 측에서는 친노 인사들 중 최적의 후보를 결정한 다음 한나라당이 친이 친박으로 나뉘어서 출마를 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발 빠른 행보에도 불구하고 지역 민심은 차갑다. 특히 연달아 지역연고가 없는 인사들이 난립하면서 이번에는 지역 토박이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양산의 한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양산의 경우 이미 거듭된 낙하산 공천으로 많은 상처를 입은 게 사실이다. 17대 총선, 2006년 지방선거, 18대 총선에서 낙하산 공천이 이뤄졌다”며 낙하산 공천에 대한 지역 민심이 차갑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10월 재보선에 박 대표가 공천된다면 민심이 요동칠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오근섭 양산시장의 지지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도 관건이다.

정치권에 정통한 소식통은 “지난 경주 재보선에서 백상승 경주시장이 최초 정종복 후보를 미는 듯하다 정수성 후보를 지지하면서 지지율이 급등했다. 결국 친박성향 정수성 후보가 당선됐다”며 현직 시장의 지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양산 재보선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오근섭 양산시장의 경우 재선으로 지역 주민들의 덕망을 받고 있다. 여기에 조직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재보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양산 재보선. 3개월여 앞둔 양산 재보선은 정치권의 후폭풍을 가져올 전망이어서 더욱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상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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