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접고 대권행보 나서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광폭행보가 눈에 띈다. 최근 각종 인터뷰와 강연회, 기자 간담회를 통해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기업, 언론인 등을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면서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본인은 ‘결정된 바 없다’,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는 선문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권행을 선택했다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이후 수도권 중도 세력이 이탈하면서 차기 도지사 재선에 빨간등이 켜졌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적인 인지도에 있어 박근혜 정몽준 등 한나라당내 타 후보에 비해 떨어지지만 야권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김문수 대권 카드’의 진상을 알아봤다.
김문수 지사의 고민은 인터뷰에 그대로 나타난다. 국내 현안과 도정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 그지만 ‘재선이냐 대권도전이냐’는 질문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사실 6월초만하더라도 모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내년 도지사 재선에 가장 근접한 인사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런 김 지사가 대권과 재선 사이에 갈등은 이미 대권으로 기울어진 게 아니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당측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가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김진표 의원(수원 영통)에 비해 15%P이상 차이가 난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 의원이 김 지사를 커다란 격차로 앞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수원 영통 지역구를 전 경기도지사인 손학규 전 대표에게 물려줄 것을 약속했다는 ‘밀약설’이 당내 폭넓게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김 지사는 지난 4월말경에는 삼성 이학수 전 구조본 부회장을 만나 차기 행보관련 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경우 삼성 계열사가 수원에 밀집돼 있어 도지사를 출마하기위해선 삼성의 도움이 절실한 게 정설로 돼 있다. 특히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인 김진표 의원이 수원 지역구에다 YS 시절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TF팀장시절부터 삼성과 연을 맺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4월 삼성 이학수, 6월 방상훈 회장 비공식 만남
한편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이 전 부회장에게 ‘차기 행보에 도움을 달라’, ‘김진표 의원만 너무 도와주지 마라’는 등 밀담이 오고 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지사가 대권행을 결심하면서 국내 제1기업인 삼성의 도움이 절실하지 않았겠느냐”고 내다봤다.
한편 김 지사는 지난 26일에는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와관련 경기도측에서는 “도지사가 언론인 만나는 게 어떻느냐”며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김 지사의 개인적 일정을 다 파악하고 있는데 삼성 이학수 전 부회장과 4월말에 만난적이 없다”며 “김 지사 성향상 도움을 달라고 하거나 김진표 의원에 대해 아무리 사석이라도 언급하는 성격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광폭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져버리지 않고 있다. 특히 김 지사는 최근 이명박 정부와 부쩍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6일 국토해양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대운하 추진문제를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으면 공약을 지키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한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과 대화해 ‘내가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국민의 반대가 많으니 안한다’라든지, 아니면 (논란이 많았던 대운하사업 구간인) ‘조령터널은 안 뚫겠다’는 식으로 분명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며 “그렇게 안 하니깐 사람들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대운하로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운하가 대한민국 전체를 바꿔놓을 중요한 공약이라고 강조하면서 “경인운하부터 잘 만들어 국민의 지지를 얻으면 대운하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이 대통령에게 제안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지사의 이런 지적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아픈 제안이다. 자칫 하면 최대의 대선 공약을 두고 ‘말을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조령터널을 안 뚫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대운하에 ‘물류 기능’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한 단계적 운하 추진론은 ‘임기내 완공하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약속이 허언임을 실토하는 것으로 역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김 지사가 제안한 대통령의 국민과 대화나 담화 역시 청와대는 ‘계획된 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재선해야’ 김 지사, ‘마이웨이’하나
김 지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앙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중앙집권적인 행정 때문에 지방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며 규제와 관련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토부가 도장을 안 찍어주면 경기도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국토부는 제1의 성전”이라며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 지방분권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의 이런 언행으로 인해 정치권은 재선보다 대권으로 돌아섰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김 지사의 보좌관을 지냈던 차명진 의원이 ‘대선에 나서면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주겠다’며 대선 출마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차기 대권 도전이 힘들어도 ‘출마’ 그 자체로 남는 장사라는 주장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맞설 친이계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친이 대표 주자로 세를 결집시키고 차차기를 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지사가 내년 대권에 도전하기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권의 중간 심판성격’으로 치러지는 마당에 당선 확률이 높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도지사가 재선에 나서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표를 얻어 당선된 이 대통령으로서 내년 (수도권 3곳)선거에서 한 곳 이상 패배할 경우 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될 공산이 높다.
이 대통령의 뜻에 반하면서 김 지사가 대권행을 선택할지 결단은 김 지사의 몫인 셈이다. 김 지사는 각종 인터뷰에서 “어느 정치인이 꿈이 없겠냐”고 반문하면서 “국민의 부르심과 역사의 부름이 중요하다”고 일단의 심경을 밝혔다.
한나라당내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 비주류에 운동권 출신으로 대표적인 좌파였던 김 지사였다. YS의 영입으로 민자당에 입당하면서 ‘변절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3선에 내리 당선됐고 2006년도에는 경기도지사로 당선됐다. 그런 그가 차기 대권도전에 승부수를 던질 태세다.
60세에 한 살이 빠진 59세의 김문수 도지사의 행보에 정치권이 예의주시하는 배경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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