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두고 대회전, 이명박 VS 이회창 최후의 승자는
충청권 두고 대회전, 이명박 VS 이회창 최후의 승자는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6-30 09:42
  • 승인 2009.06.30 09:42
  • 호수 79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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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중도 세력’ 이탈에 충청권 ‘곁눈질’

이명박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충청권 민심회복에 나섰다. 4대 권력기관 중 국세청장과 검찰총장 인선을 충청권 인사로 발탁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7월 개각에 차기 총리로 충청권 인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행정복합도시 역시 원안대로 특별시로 될 공산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충청권 유화책에 예의주시하는 이는 적지 않다. 특히 충청권 맹주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이명박, 박근혜, 이회창 등 사분오열된 충청권 민심으로는 ‘이회창 대망론’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충청권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대 선거결과를 보면 충청권 민심은 대세론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정치 전문가들은 충청권의 민심을 ‘되는 집안의 손을 들어주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 후보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킹메이커 역할을 해온 게 충청도다.

그러나 JP가 정계를 은퇴한 이후 충청권은 사실상 무주공산으로 변한 상황이다. 이회창 총재가 2번의 대선에서 실패한 이후 충청권 맹주를 노리고 있지만 확실하게 기반을 잡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충청권에서 일정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영남권 영향력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지난 당 대표시절 지방선거에서 대전을 비롯해 충청남북도 도지사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는 박풍의 영향력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충청권을 홀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 인사부터 행정복합도시 추진에 무성의로 일관하면서 충청권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탈이 두드러졌다. 이런 이 대통령이 최근 충청권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4대 권력기관 중 2곳을 충청권 출신으로 교체했다. 천성관 검찰 총장 내정자는 충남 논산 출생으로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백영호 국세청장 내정자는 충남 보령출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승수 총리 후임으로 자유선진당의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심 전 지사는 이미 지난 4월 총리 기용설에 올른 인물이다. 당시 이회창 총재는 ‘총리를 하려면 탈당하고 해라’고 반대했다. 그런 심 전 지사가 재차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초보다 감정이 더 악화됐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심대평 총리직행시 이회창당 ‘와해’ 분위기

실제로 심 전 지사가 이 총재의 ‘령’을 거스르고 이명박 정부의 총리로 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심 전 지사 본인에게 있어 총리직은 매력적이지만 자칫 자유선진당이 와해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심 전 지사는 청와대로부터 ‘제안’을 받고 흔쾌히 승낙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회자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반MB 강경노선으로 인해 심 전 지사가 총리직을 거부할 경우 청와대는 제3의 카드로 역시 충청권 출신인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서울시 관료 출신으로 자민련에 입당해 충북도지사를 역임했다. 이후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꿔 충북도지사로 된 인물이다.

이 전 지사가 총리로 기용될 경우 충청권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섭섭함은 누그러질 공산이 높다. 이 대통령의 충청권 민심 달래기는 여기서 그치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충북도지사 후보로 충북 충주 출신의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충남도지사 후보로 대전출신의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또한 충남 청양 출신의 정종환 건교부 장관 역시 내년 지방선거에 충청권 단체장으로 착출돼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충남 연기군 행정복합도시 건설 사업 역시 원안대로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해 충청권이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지난 20일 이회창 총재가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며 “노무현 정권 때의 천도와는 다른 것이고,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것 아니냐? 기관이전고시를 빨리 해라. 세종시를 결국 안 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정부 마음대로 취소나 변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원안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충청권 민심책이 가시화되면서 오히려 이 전 총재의 충청권 입지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실제로 지난달 2일 이 총재의 74세 생일잔치에 참석한 한 인사는 “이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고 우파정권이 됐다는 점에서 집권 초 우호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이 총재를 한나라당 사람으로 언제든지 ‘콜’하면 오는 사람으로 여기고 무시하고 있다고 최근 불쾌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이 충청권 기반의 공화당이나 자민련이 타당과 연대나 합당을 할 경우 당이 소멸의 위기에 처해졌다”며 “이 총재는 2012년 대선전까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일단 충청권의 확실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밖으로 외연 확대와 야성 회복을 모토로 삼고 나갈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 총재는 최근 이 대통령이 ‘중도사회통합론’ 주장에 대해 ‘참 웃기는 얘기’라고 받아친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현해 “사회통합이 지금 좌.우나 진보.보수로 갈라져 있는 의견을 한데 모으겠다는 것이라면 참 웃기는 얘기”라며 “구정 혼란의 원인은 이 대통령이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중도 강화가 근원적 쇄신책이라면 방향이 잘못됐다”며 “지금 너무 우에 와 있으니깐 중도로 옮기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은 뭔가 포인트를 잘못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좌도 우도 아닌 순수한 중도가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한 환상”이라고 중도라는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명박 vs 이회창 대결
박근혜 ‘장고’중

이 총재가 이처럼 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배경에는 충청권을 둘러싼 권력 쟁투와 연결돼 있다. 실제로 심 전 지사가 ‘개인 출세’를 염두에 두고 탈당을 감행해 총리직을 받을 경우 자유선진당으로서는 존립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 총재의 차기 대권가도에서 빨간등이 켜질 수 있는 사안이다. 비롯 자유선진당 소속의 심 전 지사가 안되더라도 관선.민선 3선까지 지낸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가 총리로 나설 경우에도 자유선진당과 이 총재는 일정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 움직이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까지 나설 경우 충청도를 둘러싼 3자 대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꽃이 튈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로서는 충청권의 표가 차기 대권으로 가는 직행 티켓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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