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피랍 사건의 진실 단독보도
예멘 피랍 사건의 진실 단독보도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6-23 08:54
  • 승인 2009.06.23 08:54
  • 호수 791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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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월드와이드서비스)소속 한국인들 예멘서 선교활동’ 증거 포착

“예멘 국경도시 사다에서 35년 전부터 ‘Wor** Wi** Servi**라는 이름의 비정부기구(NGO) 단체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중략) 하루 일과는 오전에 병원 근무가 끝나면 오후에 예멘 현지인들의 집을 방문 함께 식사하고 차도 마시며 ‘전도’하고 ‘간증’을 한다.” 예멘서 피살된 故 엄영선(34·여)씨가 속했던 해외의료봉사단체 ‘월드와이드서비스’(WS)가 알려진 것과 달리 ‘해외선교’를 벌였다는 내용의 문건이 나왔다. 무슬림을 상대로 한 기독교 선교 활동에 대한 비난이 일자 WS 측은 지난 17일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우린 종교와 상관없는 순수한 의료봉사단체”라고 해명 했었다. 그러나 <일요서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WS의 발표는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 문건에는 예멘에서 활동한 WS 단원들이 의료 활동과 더불어 현지인을 상대로 전도와 간증 등 기독교 선교활동을 벌였고 예멘정부는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목사활동 못하자 간호사 자격증 따 생활”

해당 문건은 피살된 엄씨와 함께 WS에 소속돼 예멘 현지에서 치과의사로 활동한 이모(48)씨가 지난 2007년 서울 H교회와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이에 따르면 예멘서 활동한 WS 단원들은 대부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로 예멘 국립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담당했다. 말 그대로 ‘의료봉사’다. 그러나 문건에는 이씨가 WS 단원들의 하루일과를 설명하며 ‘현지인의 집을 방문해 기도와 간증을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돼 있다. 무슬림을 개종시키려 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다.

이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예멘 정부도 우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묵인해줘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가 선교사라는 것을 밝히면 쫓겨나게 되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의료 사역(선교)을 하면 이슬람권 진출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 이는 이씨를 비롯한 WS의 활동이 ‘순수한 의료봉사’라기보다 의료인 신분을 빌려 현지인들에게 쉽게 접근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높은 대목이다.


H교회 측 “이씨 정식 선교사 아니다”

이씨는 “이슬람 사람들은 우리를 손님으로 잘 대해주지만 영적으로 변할 것 같지 않다”며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슬람권 사람들에게 기독교 복음을 전달해 공감을 얻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또 “우리가 단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간 것이면 상관이 없겠지만 영적인 변화까지 기대하고 간 것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고도 털어놓았다.

한편 당시 이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H교회 관계자는 인터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씨는 교회를 통해 파송(파견)되지 않아 정식 선교사가 아니다”며 “이씨가 우리교회 출신 집사로 해외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이력이 있어 편의상 ‘선교사’로 부르며 인터뷰를 진행했을 뿐이다. 예멘에서도 이씨는 선교가 아닌 의료봉사 위주로 활동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씨의 발언 내용은 개인적인 경험담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건으로 기독교 전체가 ‘전도에 환장한’ 이단으로 매도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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