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자금 국내 유입됐나?

지난 15일 밤, 예멘 북서부 도시 사다에서 날아든 비보에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엄영선(34)씨가 결국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예멘의 비극’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예멘 남동부 유적지 시밤에서 우리관광객 4명이 굉음과 함께 자살폭탄 테러로 희생당했다. 두 사건의 배후로 정부는 이슬람 과격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를 지목했다. 잔혹한 살인수법이 과거 조직의 소행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발표 직후, 온 국민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고 김선일씨의 상흔이 덧대어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국 한인교포사회를 중심으로 ‘알카에다 자금 국내유입설’이 빠르게 나돌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자금이 국내기업을 통해 돈 세탁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소문의 근거지를 쫓아 그 진상과 배경을 집중 취재했다.
‘알카에다 자금 국내유입설’에 대한 소문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2007년 말의 일이다. 틈틈이 해외진출을 꾀하던 국내 A사의 눈에 괜찮은 매물이 띄었다. 미국 LA에 위치한 B회사가 바로 그곳이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면에서 낫다는 판단이 섰다. 인수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B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해외기업 인수를 위해 A사는 금융감독원 승인을 일찌감치 받아 놨다. B사와 투자계약서(MOU)도 체결했다. 마지막으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FRB)의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좀처럼 FRB는 승인을 내려주지 않았다.
테러자금 유입설 ‘솔솔’
그로부터 6개월 뒤, 미국진출이란 큰 꿈에 부풀어 있던 A사에게 천청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FRB가 B회사에 대한 A사 지분 인수 승인을 불허한 것이다. 걸림돌이 된 것은 A사의 대주주인 C인베스트먼트를 지배하는 D펀드 였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인교포신문 <선데이저널>은 FRB가 승인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A사의 대주주인 C인베스트먼트사를 지배하는 대주주인 D펀드의 자본에 적격성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선데이저널>이 보도한 FRB의 입장은 이렇다. 우선 A사의 대주주인 C인베스트먼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C인베스트먼트의 돈줄인 D펀드에 상당수 중동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C인베스트먼트는 D펀드 펀드 계열로 100% 자회사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특히 미 연방정부는 중동자금이 D펀드의 펀드로 흘러오면서 국제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돈도 상당수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FRB는 당초 인수주체인 A사의 실질적 대주주인 D펀드에게 인수자로서의 기본자료 공개와 심사를 요구했다. 법에 규정돼 있는 필수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D펀드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선데이저널>에 따르면 D펀드는 “우리는 A사의 대주주일 뿐 B회사 인수를 추진하는 주체가 아니다”며 자료공개와 심사협조에 불가입장을 내비쳤다. FRB 역시 테마섹에 대한 자료공개와 심사가 없이는 B회사 인수를 승인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A사는 D펀드의 소유지분을 인수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그러나 D펀드는 자신들의 인수가격에 비해 현재의 주가가 턱없이 낮아 지분 매각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A사는 D펀드의 의사가 완강한 상태에서 FRB 승인이 어렵다고 보고 최종 인수를 포기했다.
문제는 A사의 현재 지배구조가 앞으로도 미국진출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D펀드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 D펀드의 협조 없이는 다른 미국내 기업인수가 승인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회사 소유 지분이 5%만 넘어도 대주주로 간주, 자금출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며 무조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돼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회사 소유 지분율이 10%를 넘어서야 대주주로 보고 있다.
이밖에 D펀드는 A사를 비롯해 해외 유명기업의 지분과 국내 유수 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사, 알카에다 자금설에 화들짝
‘중동자금 국내유입설’에 대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서 조차 ‘금시초문’이란 입장이다.
먼저 A사 관계자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B회사 인수 무산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줄 순 없지만 ‘알카에다 테러자금 유입설’은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D펀드는 국부펀드이다. 국부펀드에선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A사 관계자는 이어 B회사 인수 무산 이유에 대해 “실사과정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불거졌다. 잇달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했다. 달러 환율 급등으로 가격이 안 맞았고 자연스레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 또한 A금융사의 반응과 비슷했다. 다만 미국 금융시장 쪽에서 불거진 소문이 한국에까지 흘러들어온 정황에 대해 몹시 궁금해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우리 (금감)원에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며 “각 국마다 금융 환경이 다르듯 그에 따른 정책이나 심사기준도 다 다르다. 미국 금융법이 전 세계적으로 엄격할 순 있지만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평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선 논평자체를 거부했다.
한편 알카에다를 이끌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은 중동 건설부호의 아들로 전략과 행동을 겸비한 테러리스트이다. 그는 부친으로부터 받은 유산을 해외 금융이나 사업에 투자하면서 거기서 나온 돈을 가지고 테러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D펀드에 알카에다 자금이 유입됐다면 심각한 문제를 유발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ilysun.co.kr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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