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게이트 검찰 수사발표
박연차게이트 검찰 수사발표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6-16 08:52
  • 승인 2009.06.16 08:52
  • 호수 790
  • 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아 있는 권력 앞 무기력한 검찰 수사 ‘비난’
이인규 대검중수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최종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12일 박연차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3개월간의 수사에서 검찰은 21명을 기소했지만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는 것이어서 향후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은 검찰의 수사가 기획수사라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여권 실세와 천신일 회장의 대선자금 수사를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검찰이 확실한 물증보다는 박 회장의 진술에 의존하면서 공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사례가 나와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2일 이인규 중수부장은 박연차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회장의 전 방위 금품 살포로 21명을 기소하고 6명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과 관련해서 살아 있는 권력으로 대변된 천 회장에 대해서 검찰은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논란이 됐던 수사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해 표적수사를 벌인 바 없고, 모든 예우를 다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 결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사는 여권 핵심부로 향한 검찰의 무딘 칼날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천 회장의 수사와 관련, 여권에 대한 수사가 형평성에 맞게 진행될 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특히 야권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조사를 하면서 여권 핵심인사에 대해서는 차일피일 수사를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야권에서는 천 회장과 대선자금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는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천 회장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인맥을 캐다 보면 여권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엮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겁먹고 소극적인 수사를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천 회장 수사에 대선자금 수사가 빠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핵심 실세가 자금관리를 했기 때문에 자칫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릴 소지가 있었다. 검찰이 알고는 있지만 캐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실체적 접근을 하지 못한 채 천 회장과 여권 핵심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면서 풀리지 않은 의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특검 등 검찰 수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분간 공세를 계속할 방침이다.


재판 과정 진술 번복 예상

재판과정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증언을 토대로 조사를 해온 검찰 수사방식의 한계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박 회장은 “돈을 준 것은 맞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 정확한 진술을 피했다.

또한 박 회장은 “돈을 거듭 거부해 옷장에다 돈을 넣고 먼저 나와 이 의원이 돈을 가져 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 의원이 직접 박 회장에 대한 질의를 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박 회장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2003년에 2억원, 2004년 의원사무실에서 1억여 원을 제공하려던 것을 내가 거절했던 것을 기억하느냐”며 일화를 공개했다.

또한 “지난해 부산에서 양주를 가져가라는 말에 혹시라도 돈이 들어 있을까 뿌리쳤다. 국내에서도 이런 내가 해외에서 돈을 받았을 리가 있느냐”는 등 자신과 박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이 의원이 당시 돈을 거절한 것이 맞다. 고개 숙여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 생각하면 10억 원이 넘는 돈을 주려 했던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의원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결국 박 회장이 진술한 ‘돈을 줬다’라는 내용만을 가지고 실제 돈을 준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한 검찰의 수사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너무 박 회장에게 의존한 경향이 있어왔다. 또한 진술을 듣고 실제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한 확인 작업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박 회장의 심리를 흔들어 놓는 계기가 됐다”고 말해 향후 재판과정에서의 논란을 예상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월 28일 박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은복 전 김해시장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도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한바 있다.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검찰이 스스로 쳐 놓은 덫에 걸릴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회장이 독한 마음을 먹고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 관련 사건들에서 검찰이 취한 태도는 상당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박 회장의 입에서 시작된 수사가 결국 박 회장의 입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애초 수사를 한 계기부터가 의문 투성이었다. 국세청의 감사에서부터 검찰의 수사까지 문제점들이 많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수사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검찰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찌됐든 검찰이 박 회장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일괄 기소방침을 세우면서 이제 공은 검찰의 손을 떠나 법원으로 넘어갔다.

재판 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일어나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