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동산에 한옥 수십채 건축 검토중

대한민국이 정부의 ‘4대강 살리기’와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로 전국토가 ‘공사판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속에 입법기관인 국회 역시 일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가 제2의원회관 신축 및 현 의원회관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바닥 다지는 사업이 한창이다. 총 공사비용 역시 1천800억원대로 천문학적이다. 또한 김태랑 전 국회사무처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2천억원대 국회 의정연수원 건립까지 실시될 경우 4천억원대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여기에 국회 사무처는 최근 유일하게 남은 녹지 공간인 국회 의원동산에 한옥 수십채를 건축하겠다고 나서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주로 소풍, 산책로, 야외 결혼식장이 열리는 동산을 깎아 한옥을 짓는다는 발상에 국회에 근무하는 여야 보좌관들은 ‘국회가 국민 세금으로 요정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회사무처(박계동 사무총장)에서는 최근 국회내 한옥을 짓자는 아이디어를 내 해당부서에서 구체적으로 타당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장소는 국회내 유일하게 남은 산책지인 의원동산이다. 주로 의원동산은 국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및 방문자들의 휴식처로 활용되곤 했다. 주말에는 야외 결혼식장이나 이벤트 장소로 활용되기도 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국회 의원회관 뒤편 녹지 공간이 제 2의원회관 건립으로 사라지면서 최근 더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 의원동산에 국회 사무처에서는 한옥 수십채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국회사무처내에서는 “설계비 5억원을 이미 지출했다”, “한옥 13채 건설에 높은 담장을 두를 예정이다”, “최소 수십억에서 100억원대 사업이 된다”고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옥을 짓는 배경으로 야외 결혼식을 치를 경우 폐백실이나 대기실, 식당 등이 없다는 점에서 부대 시설을 대신해 한옥을 짓는 게 아니냐는 소문마저 돌았다.
이와 관련 국회 사무처 담당자는 “의원동산에 한옥을 짓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몇 채를 지을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일부 시인했다. 그는 설계비 의뢰관련 “설계 용역을 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중이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실행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한옥 용도관련 야외 결혼식장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야외 결혼식장이나 그 부대시설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며 “용도는 물론 예산도 책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결정되면 알려 주겠다”고 곤혹스러운 목소리가 역력했다.
본지는 박계동 사무총장의 아이디어냐는 질문에 그는 “할 말이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여야 보좌관, “국회에 요정을 짓자는 것이냐” 토로
한편 한옥 전문가들에 의하면 한옥 1채를 건축할 경우에 통상 건축면적 평당 800만원정도 소요돼 30평일 경우 2억 400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했다. 13채의 경우 3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여야 보좌진은 의원동산에 한옥을 지을 계획이라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국회내 유일하게 남은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한옥을 짓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국회내 요정을 짓자는 얘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전 운영위 보좌관은 “경기도 않 좋은데 국회내에 무슨 한옥을 짓자는 것이냐”며 “그대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 사무총장이 개인적으로 실시하는 것 아니냐”고 여론수렴이 전혀 없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 한 인사는 “국회에서 ‘의원’이 들어가는 것이 의원회관과 의원동산으로 상징성이 있는데 국회 의원들에게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행 의원동산을 유지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특히 야외 결혼식장에 필요한 부대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야외 결혼식이야 봄에 1~2번 가을에 2~3번 정도 하는데 굳이 야외 결혼식장을 위해서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오히려 국회에 방문하는 학생들의 소풍공간이나 직원들의 산책로로 두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히려 야야 보좌진들은 ‘5급 신설’과 ‘5부제 실시’로 인한 국회내 주차장 문제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그는 “임기 2년인 박 총장이 1년뿐이 남지 않았는데 가장 시급한 것은 방문객들과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며 “개인적으로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재 국회는 제2의원회관 건립 및 의원회관 리모델링 사업으로 국회내 자연 경관이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5월말부터 시작된 제2의원회관을 건립하기위한 기초작업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2의원회관 건립 1800억원에 의정연수원 2000억원대
제 2의원회관은 연면적 6만8360㎡(지하 2층, 지상 10층)로 현 의원회관(5만7198㎡)보다 1만㎡ 이상 넓으며 본격적인 공사는 9월에 들어가 2010년 8월 완공될 전망이다. 의원실뿐만아니라 이 건물에는 기획 전시관, 정보검색코너, 카페테리아 국회 체험공간을 비롯해 중회의실, 간담회장, 체력단련장, 다목적실, 식당 등 복지시설이 들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이 부지가 나무와 연못 등 녹지 지대였지만 회관 부지로 선정되면서 산책로 및 녹지 공간이 사라졌다.
한편 제 2의원회관 건립과 리모델링공사에는 각각 1339억원과 463억원이 투입돼 총공사비는 180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사업은 김태랑 전 사무총장 시절 추진돼 박 총장 임기에 실시되고 있다.
나아가 김 전 사무총장이 의욕적으로 실시한 2000억원대 국회 의정연수원 건립 사업까지 겹쳐 있어 국회 사무처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초 국회 사무처는 강원도 고성을 연수원 후보지로 결정했지만 지난해 박 총장이 임명되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 송광호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충북 제천으로 유치하기 위해 재차 발벗고 뛰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 고성군은 이미 국회 사무처와 양해각서까지 교환한 상황이고 경쟁에서 탈락한 제천시가 재차 뛰어든 것에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국회 사무처가 실시하는 사업관련 이런 저런 잡음이 흘러나오면서 현 사무총장이 구 사무총장과 차별화를 꾀하기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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