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추대파 ‘아! 박근혜~박근혜~’삼고초려

박근혜 전 대표가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차기 대선까지 3년 반이나 남았지만 청와대와 당에서는 민심회복과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위해 ‘박근혜 역할론’, ‘백의 종군론’을 내세워 전면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화합형 대표 추대론’마저 흘리면서 박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꿈쩍도 안하고 있다. 친박 진영에서는 ‘얼굴마담’이나 ‘바지 사장’ 정도로 역할을 맡기려는 당 지도부와 친이 진영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가 손 놓고 있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가 당이 어려울 때 나서지 않고 현안에 침묵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냐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무책임한 박근혜’라는 반응이다. 이에 친박 일각에서 물리적으로 조기전대 개최가 불가능한 올해는 조용히 지내고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나서자는 ‘역할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쇄신파의 화합형 대표 추대론 주장은 물 건너가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로서 지난 원내 대표 선출에 친박 김무성 합의 추대론을 반대했던 입장에서 받기 힘든 카드일 수밖에 없다. 친박 진영에서 당 대표 합의 추대론 주장이 ‘박근혜 죽이기’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 전 대표가 ‘합의추대’에 부정적인 가운데 지도부 사퇴 및 조기전대 개최 분위기 또한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쇄신파, 그리고 친이 진영은 여전히 박 전 대표가 나서야 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친박 진영 일각에서도 ‘조기 전대 시기와 방법상의 문제지만 내년에 나설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옹립파들은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전 조기전대에 왜 당 대표로 나서야 되는 지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면에 나서야 하는 4가지 이유
우선적으로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광역단체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들고 있다. 현재 16개 시.도 광역단체장중 한나라당 출신은 총 12명이다. 무소속 제주와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한나라당 인사다.
일부 친박 진영에서 주장하는 지방선거 패배이후 박 전 대표 책임론에 반박하는 근거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광역단체장 지지율 여론조사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위 야권 후보와 커다란 격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상대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예비후보라는 점이 신빙성을 떨어지게 하고 있지만 현역 광역단체장의 평소 활동이 선거운동 성격을 띈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민주당의 간판 부재다. 지방선거는 총선과 성격이 다르지만 이슈와 당 대표, 선대위원장이 누구인지에 따라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후보의 당락이 결정된다. 중앙 바람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노무현 서거 1주년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불리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선거를 치르다 보면 과거 권력과 미래권력이 붙을 경우 미래 인물에 표를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며 “민주당 후보나 선진당 등 모두 간판이 올드한 인물이거나 부재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미래권력의 대표 주자로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 번째는 박근혜 전 대표의 개인기를 들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율 30%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반이명박 정서를 야권이 아닌 박 전 대표가 흡수하는 모습이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처럼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속에서 120여석을 일궈낸 박풍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십분 발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불가론자, ‘박근혜 출마시 분당사태 올수도’
이로 인해 그동안 불안했던 박 전 대표의 당내 위상은 강화됐고 확실하게 주류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됐다.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지난 2004년 총선만큼 성적을 올릴 경우 한나라당에 확실한 대권 주자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넷 번째는 공천권 행사다. 내년 당 대표는 광역.기초 단체장 공천에 있어 일정한 영향력을 행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체장 후보를 자기 사람으로 심을 경우 차기 대권 경쟁에 있어 확실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 취약한 박 전 대표가 자기 사람을 무더기로 단체장후보에 내세워 당선될 경우 향후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백의종군’ 효과다. 당 대표에 나서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두 말할 나위가 없지만 참패하더라도 당에 헌신했다는 ‘백의종군’ 여론으로 인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얻게 된다. 한나라당내 유력한 대권 후보가 지방선거에서 지난 4월 재보선과 마찬가지로 ‘뒷짐’지고 있거나 친박 친이 후보로 나뉘어 선거를 치룰 경우 한나라당으로 나온 지방선거 후보들과 당원들로부터 당장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맞느냐’는 자격 시비를 제기할 공산이 높다.
이렇듯 당내 박근혜 당 대표론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 친박 진영은 여전히 부정적인 모습이다.
박근혜 출마 불가론자들의 주장을 모아보면 한 마디로 ‘당 전면에 지금 나서봐야 득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경선 캠프에 있었던 한 인사는 “지난 총선에서 공천권을 청와대에서 좌지우지해 박 전 대표는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당과 청와대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가 된다고 해도 바지 대표나 얼굴마담으로 전락할 공산이 높다”고 당 대표 출마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그는 화합형 대표 추대론 관련 “말이 합의 추대지 최고위원 5명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표심이 어떻게 흐를지 알 수가 없다”며 “이재오가 출마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친박 진영의 불가론 뒤에는 대의원 성향이 친이로 대체돼 자칫 조기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도전에 실패할 경우 박 전 대표가 입을 상처를 우려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또 다른 친박 인사는 “당 지도부나 친이 진영에서 조기전대를 개최하자는 것은 분당하자는 주장과 마찬가지다”며 “박 전 대표는 당 전면에 나설 생각이 없고 조용히 지낼 것”이라고 동조했다. 실제로 차기 대권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현안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박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와 이재오 전 대표가 나서지 않을 경우 추대형 친박 대표로 김무성과 홍사덕 의원이 대리인으로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상득 의원과 박희태 대표가 지원한 친박 황우려-최경환 카드가 막판 친이 세력의 결집으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가 친박 대리인 당 대표 출마를 내키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결단 임박…침묵 유지냐 백의종군이냐
결국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설 수도 안 나설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차기 주자로서 이미지 관리를 하면서 지방선거 직전까지 조용하게 지낼 지 아니면 구당의 정신으로 승부수를 띄울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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