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노 서거 후폭풍 휩싸인 넘버 1·2 “제 2의 탄핵역풍 분다”
재보선…노 서거 후폭풍 휩싸인 넘버 1·2 “제 2의 탄핵역풍 분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6-09 10:36
  • 승인 2009.06.09 10:36
  • 호수 78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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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명박 동병상련에 빠지다
2일 오전 한나라당에서 열린 쇄신특위 끝장토론에서 원희룡 의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최고위원과 안상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아래)

조기전대·쇄신, “받을 수도 안받을 수도”

한나라당 넘버 1 이명박 대통령과 넘버 2 박근혜 전 대표가 동병상련에 빠졌다. 재보선 참패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연이은 악재로 당은 책임론과 쇄신론 그리고 조기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내홍에 휩쌓여 있다. 그러나 친이 친박이 내놓는 해법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친이 진영은 지도부 사퇴와 조기전당대회를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반면 친박 진영은 청와대를 겨냥해 국정 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 계파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상 두 인사 모두 정부와 청와대 쇄신주장이나 조기전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민심이 악화된 집권여당으로서는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한나라당내 서열 1, 2위 앞에 놓인 숙제를 어떤 묘수로 풀어갈 지 세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정권과 ‘불가근불가원’전략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향후 정치일정을 보면 4·29재보선 참패->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10월 재보선 참패 등 이명박 정권앞에 악재만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노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집권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과 지지율 추락 현상이 나타났다. 5년후 떠나는 청와대와는 달리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당으로서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조기전대 개최는 ‘박근혜 얼굴마담’ 활용론

이런 위기감은 지난 4일 당 쇄신위가 조사한 당원과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 가감 없이 표출됐다.

당 지지율을 묻는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게 뒤졌고 무엇보다 당원들의 위기의식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나라당 당원들은 ‘국정운영이 밀어붙이기식이다’(70.4%), ‘청와대와 정부인사 편파적이다’(73.7%), ‘조기전대를 개최해야 한다’(73.7%)는 등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아 있었다. 당정청 전면개편 요구 역시 절반이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특히 당심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게 당내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대의원·당원들의 경우 기초의원·기초단체장 선거 등 자신들의 이해와 직결된 사안으로 당정청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그 후폭풍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탄핵 역풍’에 버금갈 것이라는 우려감이 짙게 깔려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10월 재보선은 포기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최소한 반타작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기전대 개최는 박근혜 전 대표와 맞물려 있고 당지도부 사퇴 요구 뒤에는 청와대와 맞설 수 있는 대권 주자급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친이 주장에 대해 부정적이다. 오히려 칼날은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친박 핵심 이정현 의원은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의 정책기조다. 배제와 독주가 가장 큰 문제인데 전당대회를 하면 그 문제가 또다시 묻힌다”며 조기 전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친박 이성헌 의원은 “쇄신의 방향이 잘못 잡혔다. 청와대와 당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지도부가 와도 똑같다”고 했다. 또 다른 친박 인사들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오 전 의원이 복귀를 할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보내고 있다.

그러나 친박 인사들의 속내는 주장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인물 부재론’에 ‘대안 부재론’으로 가만히 있으면 당내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한 박 전 대표가 굳이 참패가 예상돼는 10월 재보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로 나서는 것은 ‘볏짚을 들고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박근혜 ‘후계자 정치’ 대선후보 자질시비 빌미

친이 일각에서 ‘박근혜 전 대표 합의 추대론’을 흘리는 것 역시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주장치다.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정권창출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있다가 선거가 다가오니 박 전 대표를 ‘얼굴마담용’으로 활용을 할려고 한다”며 “박 전 대표는 지방선거전까지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대표가 이번 연찬회에 불참한 배경 역시 당내 위기 돌파를 위해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가 확산되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친이 공성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현안에 적극 참여해 논의해야 한다”며 “깨끗한 물 속의 물고기는 작다”고 우회적으로 ‘침묵정치’를 비판했다.

또 다른 친이 직계 의원실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MB 집권초 공천파동에 피해를 입었고 촛불집회, 4월 재보선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침묵한 것에 대해 집권 초 홀대를 받아 국민들과 당원들이 이해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10월 재보선, 나아가 6월 지방선거에 불개입 입장을 고수할 경우 한나라당내에서 대선후보로서 자격 시비론이 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전 대표의 고민이 뭍어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친박 소장파 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보이지 않는 참모에 갇혀 안이하게 대권 행보를 하고 있다”며 “점차 차기 대권 주자로서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지난 조문 정국에서 박 전 대표가 보인 행보에 실망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봉하마을 조문갔다가 돌아서는 모양새나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 불참하는 모습이나 서민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면서 이회창 총재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MB, 국면전환용 인사개편 “할 수도 안할 수도”

이처럼 내년 지방선거 참패를 예상해 조기전대에 불참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다’는 친이 진영의 공격에 맞설 명분이 없다는 점 역시 딜레마다. 그렇다고 ‘합의추대’ 형식이건 당 대표로 선출돼 지방선거에 뛰어든다고 해서 박 전 대표로서는 ‘승리를 해도 그만 참패하면 정치적 타격’이 분명한 대표직을 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칫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친이 진영의 책임론이 일게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물러날 경우 ‘거품 빠진 박근혜’로 인식돼 대권 행보에 적신호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박 전 대표와 마찬가지다. 친이 진영 뿐만아니라 친박 인사들이 들고 일어나 국정 쇄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꿈쩍도 안하고 있다.

‘당 쇄신’ 관련 청와대 공식반응은 “겸허한 자세로 귀를 열고 듣고 있다”는 신중한 모습이다. 당초 ‘국면전환용 정치쇼로 인사개편을 없다’는 강경한 자세에서 물러서지는 않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정부기관 산하 장급 인사 관련 ‘사퇴’ 요구나 ‘인적 쇄신’이 불거질 때마다 ‘밀려서 받지는 않는다’라는 게 일관된 기조다.

실제로 청와대는 4월 재보선 참패, 조문 정국의 책임이 당이 아닌 청와대에 쏠리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지 않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쇄신을 요구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 희생의 각오와 대안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금처럼 여야, 계파로 나뉘어 중구난방식 요구는 의견도 일치되지 않고 쇄신의 그림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조문 정국이 가라앉는 6월말 7월전후로 대폭 인적 쇄신보다는 중폭 인사개편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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