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영 변호사 특별기고
윤제영 변호사 특별기고
  •  기자
  • 입력 2009-06-02 09:00
  • 승인 2009.06.02 09:00
  • 호수 788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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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한민국, 그 해법을 말하다

시인 T.S.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이번 5월이 역사상 가장 잔인한 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먼저 검찰의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서 온 국민들에게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도덕성과 청렴을 강조했던 국가 지도자의 비극적 최후는 권력의 무상함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누가 그리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시간조차 없는 사이에 북한은 기습적으로 2차 지하핵실험을 실행해 우리 국민들을 또다른 시험대 위에 올려놨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항쟁과 신종플루(H1N1)의 확산마져 가세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전례 없는 외우내환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처럼 요동치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 갈 해법은 진정 없는 것인까. 그렇지 않다. 우리 국민은 특유한 위기극복 DNA를 가진 위대한 민족이다. 분명 드러나는 현상은 엄청난 위기이나,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전환하여 우리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낼 수 있는 저력을 가진 민족이다.

이를 위한 열쇠는 먼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 쥐고 있다 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간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해서 창조적 실용주의의 국정철학을 보다 분명히 함으로써 국정의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소한 계파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분명한 목소리로 그리고 한 목소리로 국민을 섬기면서 일하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모든 국정현안을 보다 큰 틀과 시각으로 접근하여 야당 등 상대와 소통하고 포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정전반에 걸친 어려운 문제일수록 ‘결자해지, 해원상생’의 자세로 경청을 통한 ‘소통과 공감’의 폭을 혁신적으로 넓혀야 한다. 그래서 온국민이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국민적인 화합과 통합을 위한 대탕평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야당과 그 지지세력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역사적으로 분열의 정점에 서 있던 인물이었다.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맞서있던 시대 흐름 속에서 그가 차지했던 역사적 위상이다. 이러한 그의 서거가 계기가 되어 나라의 분열과 대립이 종식되고 대화와 타협, 소통의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그의 희생은 역사성을 갖는 갚진 사건으로 승화될 것이다.

따라서 지난 10년 동안 국정을 이끌었던 경륜을 가진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이용하기보다, 오히려 한발 더 앞서서 포용과 상생의 정치를 통 크게 주창해 나갈 때,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다시 한 번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체제의 생존과 후계권력승계 문제등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 역시 현재 그들이 벌이고 있는 전쟁적 대결정책이 그들에게 아무런 이득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T.S. 엘리엇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던 것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봄비로 겨우내 땅속에서 깊이 잠든 뿌리를 뒤흔들기 때문이었다. 이는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는데 따르는 고통을 비유한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도약은 위기를 딛고 나타난다. 그러나 그 힘은 스스로 도출해내야 한다.

이제 우리국민들은 그것이 국내문제건 남북문제건 더 이상의 극한 대립과 반목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노사갈등, 여야대립, 남북대결 등 모든 분열은 반목과 투쟁이 아닌 소통과 화해를 통한 대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가 계속되고 분단의 긴장감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냉엄한 현실속에서 더이상 작은 것에 얽매여 대립과 반목을 되풀이 한다면 자칫 우리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현 정세의 엄중함을 직시하여야 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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