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포스트 ‘조문정국’ 앞날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포스트 ‘조문정국’ 앞날은?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6-02 08:57
  • 승인 2009.06.02 08:57
  • 호수 788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뜨거운 6월 ‘죽은 노무현과 산 이명박의 싸움’

지난달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거행됐지만 이후 정국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애도 기간 중’이라는 이유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더구나 북한의 2차 핵실험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전문가들마저 쉽사리 향후 정국에 대해 논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주목할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각종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줄줄이 이어지는 6월이라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현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된 가운데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촉발됐던 ‘촛불정국’ 2막이 열릴 가능성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경찰 등 공안당국이 강경진압 입장을 확고히 한 만큼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촛불민심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앞두고 일부 네티즌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포탈 사이트에 올라오는 게시글을 중심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안정국의 긴장감 속에서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의 진압을 무력화 시킬 ‘제3의 시위방법’을 구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마무리되는 지난달 29일이 가까워질수록 전국 각지의 분향소를 중심으로 ‘성난 민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기폭제가 돼 지난 1년 동안 현 정부에 쌓였던 불만이 다시금 터져 나올 기세다.


수위 높아지는 분노, 이명박 향한다

딸과 아내를 대동하고 인천 동암역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회사원 김모(38)씨는 “이명박 정부가 철거민들을 죽이고 시민들을 방패로 찍어 누르더니 전직 대통령마저 죽게 만들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잔인한 사람이다.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비극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에 헌화를 한 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시민들의 생각 역시 김씨와 비슷했다. 대학생 이모(25·여)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간다. 경찰은 시민들의 주장을 틀어막기 바쁘고 언론도 정부의 눈치를 본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마인드는 아직도 5공 시절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분노는 당장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폭락으로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일 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7.4%로 지난 4월에 비해 5% 이상 추락했다.

한나라당 지지율 역시 9.9% 폭락한 21.5%로 나타났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슬픔을 느꼈다는 응답자는 91.2%에 달했으며 ‘검찰수사가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간 잘못은 없는지 그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응답도 60.0%를 기록해 과반수를 훌쩍 넘겼다.

시민들은 현 정권이 노 전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세운 이유가 노 전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민심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6월 하투·6·10항쟁 기념식이 분수령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마무리되는 6월이 성난 민심이 폭발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지고 있다. 6월은 민주화 항쟁과 남북공동선언 등 굵직한 역사를 창조해낸 달이다. 올해 역시 여러 행사와 집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북한 핵실험 등 돌발변수까지 더해 현 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는 위험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반 이명박 정서’는 노동계 하투(夏鬪)를 통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이후 본격적인 투쟁일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서울지부의 한 간부는 “오는 13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6월 말까지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6·10 민주항쟁 22주년인 이달 10일 시민·사회단체 세력이 노동계와 연대해 ‘반MB대오’를 구성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10일을 기점으로 각종 기념행사와 집회·시위를 계획 중이다. 민주노총 역시 ‘국민촛불대행진’을 예고해 6월 정국의 분수령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남북공동선언 9주년을 맞는 오는 15일도 집회 일정이 빼곡하다. 진보단체들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의 책임을 현 정부에 묻겠다며 ‘도발’하고 나선 것. 이들은 개성공단 위기와 북한의 2차 핵실험 모두 이명박 정권의 실책으로 규정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결집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인의 애도기간에 가로막혀 정치적 구호를 자제했던 이들이 극단적인 경우 ‘이명박 대통령 탄핵·하야’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이 대통령, 채찍과 당근 휘두를까

당국은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개최한 공안대책회의에서 불법·폭력시위가 예상되는 대규모 도심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상태다. 당국과 성난 민심이 한바탕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최악의 경우 제2의 촛불집회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휘두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강경대응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동시에 과감한 개각을 통해 반정부 여론을 잠재울 것이란 얘기다.

민심의 ‘6월 도발’은 이 대통령에게 있어 국정주도권 상실은 물론 조기 레임덕까치 촉발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특히 불안한 경제상황과 북핵 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감안했을 때 배수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비난 여론에 직격탄을 맞았던 김경한 법무장관과 임채진 검찰총장의 교체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여기에 국정쇄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장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개각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