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온 국민이 울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온 국민이 울었다”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6-02 08:50
  • 승인 2009.06.02 08:50
  • 호수 788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음에 책임질 사람이 있다”
· · 백원우 의원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를 하려던 순간 “사죄하라”며 고함을 치자 경호원들이 입을 막고 있다.

온 국민들이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9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눈물의 영결식’이 열렸다. 이날 거리는 온통 노란 물결이 휘몰아쳤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온 국민은 안타까움과 비통함으로 눈물을 흘렸다.

5월 29일 오전 5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거행됐다. 상주인 건호 씨는 고인에게 술을 따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윽고 운구차가 마을을 출발했다. 추모객들은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10시. 경복궁 영결식장엔 3부요인, 외교사절, 추모객들로 가득하다. 유족석엔 노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 친구였던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유시민 전 장관, 백원우 의원, 후원자 강금원 회장이 앉아 있었다. 그 뒤에 참여정부 시절 함께 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유 전 장관은 정면을 바라보고 눈을 감은 채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노란 손수건 반입을 금지한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침묵을 지켰다. 그의 옆에 앉은 민주당 친노 직계인 백원우 의원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모든 국민들이 애통해하고 있다. 마음이 매우 아프다”며 애도했다.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30대 한 남성은 “국민과 함께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온 국민이 눈물 흘리고 있다. 이 눈물이 혼가 가시는 노 전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39, 남)씨는 “이제 노 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꿈을 남은 사람들이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면서 “노 전 대통령이 진정 원했던 게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켠에선 분노의 목소리도 들렸다.

40대의 한 여성 추모객은 “검찰의 표적수사와 야비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져야할 사람은 검찰,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목 놓아 눈물을 흐렸다.

10시 50분. 운구행렬의 선두차량이 경복궁에 도착했다.

유족과 친지들이 영결식장안으로 들어섰다. 구속정지 결정을 받은 이광재 전 의원 등이 자녀들과 함께 눈물을 연신 닦으며 식장으로 들어왔다.

10시 57분. 이명박 대통령이 영결식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곧이어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운구차량이 영결식장으로 들어왔다. 영결식장안은 눈물과 곡소리가 가득했다. 그 뒤를 이어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씨 내외, 정연씨 내외가 뒤따랐다.

권 여사의 눈은 부어있었다. 건호씨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조사 낭독과 종교의식 등 영결식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오자 추모객들과 유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시민들 격앙된 표정

가족들의 헌화에 이어 이 대통령 내외가 헌화를 하기 위해 영정 앞으로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유족 측 자리에 앉아 있던 백원우 의원이 갑자기 일어서서 이 대통령쪽으로 걸어갔다. 사방에서 경호원들이 백 의원을 제지했다. 백 의원은 이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인 살인이다. 사죄하라”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이명박 대통령은 사죄하라”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한 백 의원은 한쪽으로 끌려 나왔다.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라며 눈물을 흘렸다.

백 의원은 “이것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며 살인이다. 이 대통령은 사죄해야 한다”고 외쳤다. 백 의원은 측근들이 노 전 대통령 마지막 가는 길이라며 자리에 앉을 것을 권유했지만 “(이 대통령)얼굴도 보기 싫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며 분통해했다. 백 의원의 돌발행동에 잠시 어수선해진 영결식장은 다시 엄숙해졌다.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권 여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영결식이 모두 끝나고 운구행렬은 서울광장을 향해 출발했다. 경복궁 밖 도로에는 노란 리본과 함께 시민들이 마지막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기 위해 운구행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시민들은 운구행렬이 지나갈 때 노란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다. 운구차량을 향해 절을 하는 시민도 있었다.

운구차량을 뒤따르던 측근들은 서로 손을 잡고 아침이슬을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아침이슬은 듣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한 시민들은 휴대폰과 카메라로 영정사진을 촬영하며 목 놓아 울부짖었다. 일부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사죄하라’, ‘정치보복으로 살해당한 노 전 대통령 살려내라’ 며 오열했다.

일부 격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들을 촬영하고 있는 모 방송기자를 향해 20대 여성이 “찍지마라. 편파방송하는 방송사는 여기 올 자격도 없다”고 분노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언론도 한 몫 했다는 것이다.

운구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추모행사를 하고, 서울역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화장을 하기 위해 수원을 향했다. 그리고 이날 늦게 그가 나서 자라고 성장한 봉하마을로 돌아가 묻혔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