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VS MB, 충청권 놓고 주도권 싸움 치열
이회창 VS MB, 충청권 놓고 주도권 싸움 치열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5-26 08:55
  • 승인 2009.05.26 08:55
  • 호수 78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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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특별법 표류 내막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MB정부가 충청도를 놓고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세종시 특별법의 최대 수혜자인 자유선진당에게 고분고분 던져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은 민주당과 연대를 통해 세종시 특별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MB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도 표심을 잡기 위해 세종시 특별법을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대한 법안 통과를 늦춘 후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이 미칠 즈음 통과를 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충청권 민심을 잡기 위한 주도권 싸움으로 세종시 특별법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충청권 맹주 이회창 총재는 무척 불쾌한 입장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MB와 이 총재 간 주도권 싸움으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일 자유선진당과 민주당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전체회의를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한나라당과 정부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MB정부 들어서 행안부는 계속 세종시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변경고시 문제를 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고시가 안 되고 있다”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도 “세종시법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이를 처리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여당은 정권을 내놓아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9일에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직접 세종시 특별법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종시 특별법의 근간은 한나라당이 만든 것이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함께 공조해 만든 법을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세종시 특별법에 대한 여당의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이 총재는 또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며 공약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을 반대하는 것은 거짓말을 한 것밖에 안된다. 스스로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 이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선진당이 세종시 특별법에 사활은 건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의 지지기반인 충청권의 현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6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처리하기로 합의한 내용인데 야당이 너무 조급해 하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현재 상황에서 세종시 특별법을 통과시켜 주면 집권여당으로선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세종시 특별법을 통과시켜 주면 과연 누가 가장 이득일 것인가. 자유선진당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밖에 안된다. 시간을 두고 지연을 시킨 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과시켜야 충청권 표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MB정부는 수도권과 영남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권이다. 충청권은 자유선진당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시 특별법까지 통과 시켜 주면 충청권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의 정통한 소식통은 “집권여당의 내년 지방선거 전망은 암울하다.

현재로선 지난 4.29재보선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권의 표심은 중요하다. 그런 만큼 자신들이 가장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때 세종시특별법을 통과시켜 충청권 달래기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의 생각은 다르다. 어떤 경우라도 세종시 특별법은 자유선진당의 주도로 이뤄지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세종시 특별법은 MB정부의 공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생색내기 힘들다. 어떤 이유에서도 세종시 특별법은 통과되어야 하며 그 중심은 자유선진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세종시 특별법은 수도권 집중화의 대책보다는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창-박 연대 이뤄지나

세종시 특별법은 이 총재와 자유선진당에서는 최대 현안이다. 특히 이 총재는 세종시특별법이 통과되면 명실상부 충청권 맹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과 MB 입장에서는 세종시 특별법이 여당과 정부의 승인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자신들의 공적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길 희망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충청권의 표심을 놓고 MB와 이 총재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세종시 특별법을 이용하려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꾸 늦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되레 한나라당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연 전략으로 인해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친박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숙한 대응을 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세력이 절반 이상으로 축소되는 계기가 될 소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도 민심을 계속 자극한다면 역풍이 불 것이다. 그때는 통과를 시켜도 늦다”며 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세종시 특별법의 대응책으로 한나라당내 야당을 자처하는 친박과의 연대론도 설득력을 낳고 있다. 특히 세종시 특별법은 박근혜 전 대표가 대표시절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합의하에 도출해 낸 것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친박계 의원들과 자유선진당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세종시 특별법을 만든 장본인이다. 지금 와서 다른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유선진당과의 정책적 연대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하다. 친박계가 세종시 특별법으로 자유선진당과 정책적 연대를 한다면 한나라당 내홍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친이계와의 껄끄러운 관계에서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소지가 있다.

세종시 특별법은 이제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6월 임시국회에서도 안건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의 협조가 없다면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충청권 표심을 두고 MB와 이 총재와의 주도권 싸움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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