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부터 변화 해야 산다”
“수장부터 변화 해야 산다”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5-26 08:52
  • 승인 2009.05.26 08:52
  • 호수 787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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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향한 친박계의 반란?
지난 21일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투표 전 동료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lbhphoto@dailysun.co.kr

친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자신들의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단칼에 잘라 버린 이후부터다. 친박계 관계자는 “김 의원이 많이 상심한 듯하다. 너무 일방적인 지시였기에 상심의 크기가 큰 것”이라며 김 의원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동정론이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다. 여기엔 이제껏 참아왔던 감정의 싹이 도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을 위해선 박 전 대표의 변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차기대권 1순위인 박 전 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반란.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내가 할 말이 뭐가 있겠나…”

해외 순방을 다녀온 김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20일 일본으로 출국 한 뒤 모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원래 24일부터 일본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경선을 국내에서 보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상심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과 박 전 대표간의 이상기류는 이전에도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김무성 추대론’ 거부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막판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든 황우여-최경환 의원의 경우 박 전 대표가 사실상 묵인하면서 승인했는데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터키에서 돌아온 18일과 일본에 출국한 20일까지 김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에게 전화나 직접 만나 위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의 상심과 불만은 잦아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도 계파 수장으로서 자신의 측근에게 위로나 그간의 상황을 설명할 만도 한데 그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의원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도 표출하기 시작했다.

친박계 의원 관계자는 “솔직히 이번 추대론은 박희태 대표의 진정성이 엿보였다. 그런데 일언지하에 거부한 박 전 대표의 의중을 모르겠다. 화합을 위해선 이제 손을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진정성 엿보인 추대론 주장도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힘은 이미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제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대권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포용력을 보여 계파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며 박 전 대표의 정치력을 요구했다.

결국 이는 박 전 대표의 독자적인 행동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결정에 대해 어느 누구와도 상의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특히 측근 정치를 철저히 배제하는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자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잘 믿지 못하는 면도 가지고 있다. 또한 원칙을 고수하면서 자신의 측근에게까지 이를 접목시켜 단절하는 것은 불만으로 작용한다.

이는 친박계에서도 잘 알고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가 당내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불만 목소리의 파장은?

한나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 의견을 구하려고 해도 만나 주지를 않아 듣지를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너무 당내 의원들과 교류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친박계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폐쇄적이면서 원칙을 고수하면 결국 주변에 남을 수 있는 인사들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친박계 의원 관계자는 “정치인은 변화해야 한다. 그것은 유독 박 전 대표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치가 생물이라고 말하듯 정치인도 진화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그 파장이 미미하다. 박 전 대표의 위상과 기에 눌려 감히 누구도 대놓고 불만을 토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 정치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대통령 이상이다. 이는 선거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그런 만큼 박 전 대표에게 토를 달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친박계 모든 인사들이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권을 향한 정치인으로서 큰 정치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무시하기엔 그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과 정치력은 스스로 개척한 것은 아니다. 여기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가 한 몫 한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친박계 측근의원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에 대해 “김 의원의 상심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륜이 있는 정치인인데 큰 틀에서 보지 않겠나. 불만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 의원 연륜있는 정치인, 불만 없을 것

명실상부 현역 정치인들 가운데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박 전 대표다. 그러나 정치는 한치 앞을 모른다. 어떤 변수가 작용해 하루아침에 급변하는 게 바로 정치다.

그런 의미에서 박 전 대표의 변화는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김무성 추대론에서부터 불거진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들이 박 전 대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근혜의 측근관리 스타일은?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열세였던 대전지역을 걱정하는 말 한마디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지난 4. 29재보선 선거에서도 뚜렷한 행보 없이 “우리 정치의 수치다”라는 말 한마디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이런 박 전 대표의 한마디 정치는 그의 용인술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무성 추대론이 거론될 무렵 박 전 대표는 “원칙에 위배된다”며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자신의 최측근인 김 의원의 일을 일언지하에 ‘NO’ 한 것이다. 그러나 최경환 정책위의장 카드에는 “열심히 하라”며 용인해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측근들을 관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감정표현을 철저히 자제하고 가만히 지켜본다. 하지만 한번 신뢰하는 사람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신뢰가 깨지면 철저히 배제시킨다”고 평했다.

여기에 자신의 심복을 절대 키우지 않고 어느 한쪽에 권한을 몰아주지도 않는다. 박 전 대표의 이런 측근관리 스타일은 선을 긋고 철저히 선을 넘지 못하게 한다. 다만 이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뭐라 하기 전에 측근들은 알아서 선을 긋고 그 행동반경 안에서만 활동 한다”고 말한다.

이런 모습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측근들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 박 전 대표이기 때문에 측근에 대한 무한신뢰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오랜 청와대 생활과 퍼스트레이디 생활도 말보다는 진중하게 지켜보는 스타일에 일조한 듯하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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