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추모사하려던 DJ 왜 막았나
MB, 추모사하려던 DJ 왜 막았나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6-02 08:49
  • 승인 2009.06.02 08:49
  • 호수 78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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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거행되던 경복궁. 헌화를 마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대성통곡했다.

애초 유족의 뜻으로 DJ에게 추모사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전례가 없었고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자칫 DJ의 추모사로 인해 분노한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 때문에 막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DJ의 추모사로 인해 민주화세력의 결집과 제2의 촛불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용인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을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길을 함께한 사람은 DJ다. 이런 이유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DJ는 “내 몸의 반이 무너진 심정”이라며 침통해 했다. 또한 정부의 추모사 저지에 “말도 안된다. 영결식에 추모사도 하지 못하게 하는 정부의 행태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유족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막자 오히려 국민들의 정서는 더욱 악화됐다. 특히 ‘반MB정서’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DJ의 추모사 자체가 MB에게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애통하다며 모든 예우를 다해 일을 처리하라고 말한 게 이 대통령이다. 그러나 정작 영결식에는 ‘대통령 담화’도 거행되지 않았다. 이게 바로 현 정부의 태도”라고 말했다.

DJ의 추모사 저지로 인해 정부에 대한 반감만 키운 꼴이다. 이제껏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애도기간임을 명심하며 추모분위기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제 영결식이 끝나 본격적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조직적인 반정부 시위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예우를 갖춘다던 정부의 말과 행동이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MB정부가 지난 촛불정국과 같은 일이 재발할지 두려워 미리 겁부터 먹고 공권력을 투입했다. 이는 오히려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고 제2의 촛불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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