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중 저명인사 자살 수두룩

일제식 검찰수사관행 개혁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배경에 검찰의 전방위 압박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와 시선을 끌고 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 측근부터 가족까지 수사선상에 올리면서 부담감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 수사 도중 자살로 죽어간 저명인사들은 적지 않았다. 정치권은 물론 재계인사까지 최근 6년간 5명 이상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을 정도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피의자 신분으로서 강한 압박을 받게 될 때 느끼는 심리적 압박이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자살하면서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점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궁지로 몰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 검찰의 압박 수사 논란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벌어져 왔다. 최근 6년간 유명인사들의 자살 사건만 5건에 이를 정도다.
이들은 모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2003년부터 시작된 연쇄자살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오늘까지 이른 셈이다.
수사압력 줄줄이 자살행렬
저명인사 연쇄자살의 시작을 알린 것은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2003년 당시 대북송금 비리 사건에 비자금 의혹까지 시달렸다. 사건이 터진 이후 정 회장은 심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결국 정 회장은 같은 해 8월 집무실에서 투신자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과도한 수사가 자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거론 돼 왔다. 당시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씩 검사와 수사관들이 번갈아 돌아가며 이른바 ‘돌림빵 추궁’을 하고, 전화번호부 같은 두꺼운 책자로 정 전 회장의 머리를 내려쳤다는 증언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 측은 이같은 주장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듬해인 2004년 2월에는 안상영 부산시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돼 수사를 받다가 자살했다. 당시 그는 진흥기업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동성여객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까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안 시장은 이같은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유서에는 “희망 없는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 사회적 수모를 모두 감내하기 어렵다”고 기록돼 있었다. 이를 근거로 안 전 시장의 측근들은 “검찰 수사과정의 심한 모멸감과 자괴감을 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명인사들의 자살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한 달 뒤인 3월에는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자살했다. 당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에게 사장 연임을 청탁하며 3000만원을 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또 이에 앞서 대우건설 비자금 조성과 관련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심리적 압박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남 사장을 직접적으로 거론했고, 결국 남 사장은 한강대교에서 투신자살 했다.
한달 뒤인 2004년 4월 박태영 전남지사도 서울 반포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당시 그는 한강 경비정에 의해 구조됐지만 생명을 건지지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자살 당시 박 전 지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불거진 인사 및 납품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에서 2일간 14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후 한동안 뜸 했던 자살 사건은 2005년 11월 또 다시 불거졌다. 이수일 전 호남대 전 총장이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생명을 끊은 것이다. 그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가정보원 제2차장으로 재직했었는데, 당시 불법 도청 문제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죽기 직전에 지인들에게 “죽고 싶다”고 수차례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의 노 전 대통령 자살 역시 다른 저명인사들의 자살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정신과전문의 최상섭 국립법무병원장은 “예전까지만 해도 자살은 대부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병리적 현상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유인사들의 자살은 이같은 병적 문제보다는 극단적인 압박을 못 이겨 충동적으로 자살을 저지르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살 가능성 상정하고 수사해야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자살 며칠 전부터 주로 사저 집무실에 머물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가 그의 아들 건호씨를 비롯한 딸 정연씨, 부인 권양숙 여사까지 줄줄이 겨냥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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