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정권퇴진’ 결정타 될까

“살인자 정권, 두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을 통틀어 가장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과 검찰에 엄청난 역풍으로 돌아왔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 정권이 지시한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지지 세력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노총 등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정권퇴진 운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총학생회도 현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고 반독재 투쟁에 나서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지난해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시위를 이끌었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규모 추모집회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이들은 도심 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경찰 등 당국과 적잖은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촛볼정국’ 이상의 충격파가 또 한번 전국을 뒤흔들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운 동문을 낳은 죄로 고려대는 잘못된 정권을 바로잡기 위해 더 치열하게 투쟁할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현 정권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불태운 것은 다름 아닌 고려대 총학생회다. 이명박 대통령의 직속 후배인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23일 오후 ‘대학생 반독재 투쟁위원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면적인 투쟁을 선포했다.
고대 총학생회 “이명박 선배가 부끄럽다”
‘대학생반독재투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태호 고대 총학생회장은 <일요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을 ‘부끄러운 동문’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철거민과 노동자를 죽인 것도 모자라 전 대통령까지 죽였다. 현 정부는 사회 전 영역을 장악하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모든 소통을 거부한 이상 남은 것은 투쟁뿐”이라며 “오늘(23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에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쟁집회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모 “유족 뜻 따르겠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가장 충격에 휩싸인 것은 노사모다.
그러나 현재까지 노사모 측은 현 정부나 검찰에 대한 악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유족들을 위로하며 고인의 추모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사모 부산지부 한 간부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노사모 지부 전체가 모여 논의를 하지 않은 만큼 노사모의 이름을 건 집단행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과잉 수사 논란이 불거졌지만 아무리 우리가 ‘노짱’(노무현 전 대통령의 별명)을 좋아해도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그분들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 뜻에 따라 노사모는 추모, 장례일정 등에 자원봉사 형식으로 참여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전국단위의 노사모 회원들이 모여 의견 조율이 이뤄지면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일단 오늘(23일) 저녁 봉하마을에 모인 노사모 회원들이 앞으로의 대책을 위해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입장이 정리된 다음 행동으로 옮겨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화물연대의 ‘죽봉시위’ 논란으로 경찰의 표적이 된 민주노총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반정부 투쟁의 핵심카드로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노총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일반시민, 기타 진보단체들과 연계해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결론은 정권퇴진”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한 간부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현 정권의 아집이 만들어낸 결과다”며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기조가 바뀌든가, 정권이 퇴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과연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사람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이명박 정부가 시위대에 보인 것은 강경진압과 과잉처벌 뿐이었다”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정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현 정권이 전 대통령을 자살로 내 몰아 국민적 반발심을 키운 만큼 정권 퇴진 운동이 마지막 남은 선택이라는 얘기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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